죽지 않고 돌아온 자 (feat.복기)

an aveneu of life

by 맨즈키퍼

prologue.


전쟁에 나가서

죽은 자는 말이 없단다.

그래서 왜 죽었는지 잘 모른단다.


그런데 죽지 못하면 왜 죽지 못했는지

그 이유는 죽지 못한자가 가장 잘 알겠지만


복기 하지 않으면

잊어 버리고

다음 전쟁터에서 죽는다.




약 10여 년 전, 나의 모든게 무너졌을 때였다.

사업, 돈, 일, 건강 따위를 모두 잃었고

가슴 한쪽에 겨우 버티고 있던 자존감마저 바닥에 떨어져

마치 머리가 땅에 쿵 하고 떨어져 뇌진탕을 당한 듯 멍들고 아픈건 내 가슴이였다.


인생을 걸고 사업을 하다보면 누구나 한 번쯤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모든 걸 잃어버린듯한 상실감과

초라함 그리고 죽을 것 같은

나약함.


하필 또 칼바람이 파고드는 12월이었던 터라 더 가슴은 아팠다.

아무리 두툼한 패딩으로 심장을 감싸도 내 마음은 꽁꽁 얼어 붙었고

내 머리속은 촛점 잃은 두 눈과 함께 멍때리기 일쑤였다.

뭔가 뒤집지 않으면 그 뭔가에 깔려 그만 당장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


'정신과 약을 먹어야 할까?

내가? 그렇게 그렇게도 강인했던 내가...?!'


살고 싶었다.

아니 정확히 기억하면

죽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깊은 궁지로 몰리면 사람은 측은하게 죽어 간다.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아득히 먼 하늘도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어느날

뭔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꺼낸 묵직한 노트북에 잊어버린 비밀번호를 여러번 입력했지만 잠겨버린다.

공기마저 나를 짓눌러

이내 노트북을 챙겨 나와 젊은 청춘 남녀가 북적이는 거리를 헤매이다 카페에 들어갔다.


넓고 쾌적한 공간

리드미컬한 재즈 음악

바쁘게 움직이거나 무언가 몰입하고 있는 사람들

저마다 에너지가 넘쳐 보였다.

그 속에 나도 숨고 싶었다.


항상 사무실에서 pc를 끼고 살았던 터라

노트북을 들고 혼자 카페에 간 건 난생 처음이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나에게 카페란

만남과 대화의 장소였지 절대 혼자 가는 곳이 아니었다.


남들처럼

넓은 단체석에 은근슬쩍 비집고 앉아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들으며 노트북을 펼쳐놓고 싶었지만

제일 구석진 흡연실앞 1인용 작은 테이블에 익숙한듯 조용히 앉는다.

비좁은 흡연실 자동 유리문이 열릴때마다 그들의 욕망과 찌든 번뇌들이 내 코로 연신 들락거렸다.


조용히 노트북을 꺼냈을때

배터리를 두고 온 걸 알았다.

전원 코드를 꼽으려 콘센트를 찾았지만 내 자리엔 없었다.

자리를 이동해야 할까 고개를 들어 주위를 보니

노트북에 전원 코드를 꼽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분명 창백했던 얼굴이 뜨겁게 빨개짐을 느꼈다.

나에게 컴퓨터란 전원 코드를 꼽아야 사용할 수 있는 전자 기계였기 때문이다.


마우스까지 두고 와서

어색한 속가락으로 패드를 긁적여 보지만 아무런 용기도 희망도 생기질 않았다.

그저 어색한 이 상황, 이 카페에서 언제 빠져 나갈까

어디로 가면 숨을 수 있을까 연거푸 한숨만 쉬게 된다.


'이렇게 이렇게...사람이 망가지는구나'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초라한 감정도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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