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고요한 이 밤

by 예니맘

의대 재학 시절 본과 4학년은 참 찬란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맞지 않았던 나는 자취방에서 에너지 드링크를 연거푸 마시며 꾸역꾸역 졸시(졸업시험의 줄임말), 임종평 (임상의학종합평가의 줄임말) 공부를 하곤 했다. 각종 프린트물, 국시 참고서를 읽고 풀고 읽고 풀고를 반복하다가 정신 차리고 시계를 보면 새벽 3시. 자기에도 깨어있기에도 애매모호한 그 시간이 나는 씁쓸하다 못해 차갑고 쓰고 따갑게 느껴졌다.


그 당시 차를 모는 남자친구(현 남편)를 두었던 나는 시험이 끝난 날에는 남친과 함께 찐하게 잔을 기울였다. 시험 공부하느라 내가 얼마나 힘들고 피곤했는지를 다다다 퍼부어대며 응석을 부리고 있는 철부지 나를 지그시 쳐다봐주는 구 남친 현 남편의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사랑받는 느낌이 들어 나의 응석이 더 늘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까지도 나의 응석받이가 돼줘서 고마워)


‘응애응애.

응애응애.‘


겨우 잠들었는데 눈 떠보니 새벽 3시.

아직 3시간마다 한 번씩 ‘맘마’를 찾는 우리 둘째 덕분에(?) 모두가 잠든 새벽에 깨는 것이 일상인 요즘 자기에도 깨어있기에도 애매한 새벽 3시의 색은 희한하게도 따뜻한 주황색이다. 눈꺼풀과 팔은 무겁지만 공기는 따뜻하고 푸근하다. 젖병을 힘껏 빠는 우리 둘째의 눈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아이가 곧 우주이고 나는 우리 아이의 우주가 된다.


모두가 잠든 고요한 이 밤

우리의 우주는 더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