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달간 우리 아이는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몇 가지를 열거하자면 본인의 관심사를 공유하고자 장난감을 나에게 가지고 오기 시작하였고, 켜고 싶은 장난감, 먹고 싶은 과자통을 가지고 오는 것은 일상 다반사가 되었다. 말귀도 어느 정도 알아들어 낱말카드 맞추기도 가능해졌네. 아이의 느림을 걱정하는 부모라면 한 번쯤은 검색해 봤을 눈 맞춤, 호명반응, 포인팅도 각각 조금씩 좋아지는 모습도 보였고, 옹알이도 다양해졌으며, 무엇보다도 사람에 대한 관심사가 올라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마치 지킬 앤 하이드처럼 소폭의 발달이 무색해지는 이상한(?) 모습도 어렵지 않게 관찰되기 시작했다. 아주 빠른 속도로 도리도리를 한다던가, 늘 장난감을 손에 쥐고 다닌다거나, 막대기류의 긴 물건을 휘두른다던가. 속이 타들어가다 못해 재가 되어 그 재가 나를 뒤덮을 때면 신기하게도 아이는 아주 작지만 긍정적인 부분을 같이 보이며 나를 헷갈리게 하였다.
모 카페에 느린 아이를 걱정하는 엄마들이 올린 글의 댓글을 보고 있노라면 자주 보이는 숫자가 있다.
‘18’
‘24’
‘36’
‘18개월 되더니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금방 따라잡더라 ‘ ’ 24개월 이후엔 소아정신과 진료 보면 어느 정도 진단이 정확하더라 ‘ ’ 36개월이면 진단받을 수 있다 ‘
그렇게 18이란 숫자는 나에게 공포의 숫자가 되었고, 정신없이 불안과 싸우며 지내다 보니 어느덧 18개월이 되었다.
처음 찾아간 곳은 장애인가족지원센터. 대부분 센터나 재활의학과 (소아정신과 초진에 장애 관련 상병코드; F코드라고도 불림; 를 받으면 실비 혜택을 받지못하기에 소아정신과를 처음부터 찾아가지 않는게 현실임...) 부터 찾아가기 마련인데 나는 특이하게도 지자체 기관 중 하나인 장애인가족지원센터를 제일 먼저 갔다. 온라인으로 부모가 아이의 발달에 대해 설문지를 체크하고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참여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언어와 사회성 부분에서 ‘지연’이 나왔고, 직접 방문하여 대면으로 베일리 검사를 시행해 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검사를 받기로 한 날이 다가올수록 이상하게 기분이 우울해지고, 심장이 빨리 뛰고, 검사 며칠 전부터는 악몽을 내리 꾸었다.
검사 당일 아침 죽을상을 하고 있는 나에게 아이 아빠는 어떠한 결과가 나와도 크게 흔들리지 말자고 나에게 당부를 하였고, 아이와 우리 부부 그리고 아이와 실질적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시부모님과 함께 우리는 센터로 향했다.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한 검사실은 생각보다 협소하였고, 엄청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애매모호한 형광등과 딱딱한 분위기에 상반되는 친절한 검사자 선생님을 맞이했다.
베일리 (정식 명칭 : 베일리 영유아 발달검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검사자 선생님께서 아이와 친해지기 위해 여러 장난감을 보여주었으나 아이는 애꿎은 데로 도망가기 일쑤였다. 아이의 이름도 불러보고, 아이의 관심을 끌기 위해 무릎까지 (?) 내주면서 상호작용을 시도하려 하였으나 말짱 도루묵. 나는 내가 예측했던 것보다 아이의 느림, 다름 더 나아가서 특수함이 더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광경을 보면 눈을 질끈 감았고, 선생님께서 나지막이 “어머니... 아이가 그쪽 관련하여 위험 신호들이 많이 보여요. 하루빨리 aba센터 상담받고 개입이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라고 말씀하시는 순간 감은 눈에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