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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찾는 다원 May 09. 2024

[전시]《우리의 채찍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_공간 힘

전시리뷰

*본 글은 공간 힘의 《우리의 채찍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리플렛을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전시제목:《우리의 채찍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기획자: 정민주

참여작가: 송성진, 여상희, 이원호, 홍진훤

주최/주관: 공간 힘(https://spaceheem.com/)

전시기간: 2024.4.16 - 2024.5.4

전시장소: 공간 힘 2층 전시장

(부산 수영구 수미로50번가길 3)


*공간 힘은 부산 수영구에 있다. 2014년 처음 문을 연 비영리 예술공간으로, 전시, 세미나, 강연 프로그램 등을 기획 및 운영하고 있다.

**월요일 및 공휴일 휴관/11:00 - 19:00


 《우리의 채찍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는 《게슈탈트 붕괴하기》와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이 전시 역시 2023 공간 힘 큐레토리얼 프로그램 결과전시였다.


 전시의 정민주 기획자는 현재 가장 논란이 되는 사회 이슈 중 하나인 '전세사기' 사건에 중점을 두었다. 그는 근로소득과 불로소득의 이분화를 짚고 넘어가며, 부동산 시장의 갭투자가 불러온 전세사기 피해들에 주목했다. 서문에도 나와 있듯 금융자본주의 시장의 활성화가 초래한 전세사기는 불로소득으로서 효과적인 '집', 안정적인 그곳에서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바라는 욕망들이 점철된 문제의 축을 이루고 있다. 투자를 위한 '집'과 전/월세 혹은 매매 형태로 일반인들이 살고 있는 '집'은 같은 단어로 쓰일 수 있지만 그 의미는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누군가에겐 금전적 이익의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안락함을 얻기 위한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전세사기가 유독 절망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피해가 발생하는 빈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누구나 안전한 집에 살고 싶은 욕망, 그 안정성의 처음을 시작하는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이 주요 사기 피해자였다는 점에 있어서다.

 이 전시에서는 '집'에 대한 다양한 작품들을 다루고 있다. 원래 살던 집에서 쫓겨나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는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상황, 집을 둘러싼 가치판단, 집을 쌓아올리는 행위 등,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은 비록 부동하는 딱딱한 건물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유동하는 세계에서 쉽게 휩쓸리는 연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일러준다.

 

홍진훤, <임시풍경>, 2010-2011(2024)

 

홍진훤

 홍진훤의 <임시풍경>, <워터-폴> 시리즈에서는 재개발 대상으로 선정된 아파트 단지나 그 일대의 풍경을 담고 있다. 사진들은 마치 동네가 침묵하고 있는 것처럼 고요한 모습으로 보인다. 이는 아이들이 많이 살고 있는 신도시 아파트 단지의 북적함이나, 자동차가 만들어내는 소음으로 가득 찬 도시의 정취와는 많이 다르다. 한때는 사람들이 살았지만 떠나가 적막한 동네의 장면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곳도 언젠가는 새로운 목적으로 대체될지도 모른다는 묘한 불안감을 제공한다. 홍진훤 작가의 기록들은 인간 삶의 속도를 훨씬 초월하는 도시 변화의 속력, 그로 인해 떨어져 나가 남겨진 곳곳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상희, <돌을 던지라>, 2014-2024
여상희, <돌을 던지라>, 2014-2024

여상희

 공간 힘 2층 전시실의 작은 방에는 여상희가 수집한 성모 마리아와 예수 상들, 수석들이 가지런히 놓여져 있다. 작은 공간에 자리한 물품들을 보다 보면 마치 어떤 수집가의 방에 들어온 듯 숙연해진다. 수석이나 종교적 사물들이 간직했던 애정과 숭배의 의미는 사라지고 목적을 잃은 의미만 남겨졌다. 숭고함의 대상, 안락함의 기원이었던 집도 한 순간에 사라질 위기에 처하거나, 거주민을 내쫓게 만들듯이 이 사물들 역시 목적을 잃은 애물단지처럼 자리해있다.


이원호, <부(浮) 부동산>, 2015


이원호

 이원호는 한국과 일본의 노숙자들이 깔고 잠을 자는 박스를 '임시거주지'라 명명하고, 평당 가격을 책정하여 박스를 매입한다. 그 다음 수집한 박스로 거대한 집의 형상을 제작한다. 집을 사서, 집을 지은 것이다. 그러나 그가 수집한 박스나, 박스로 만든 집 모두 어딘가 불완전하다. 그러나 평수로 가격을 매겨 박스를 구입한 작가의 행동은 흔히 부동산 시장에서 볼 수 있는 거래 방법이라는 점에서 의문을 남긴다. 박스가 집이 될 수 있는가? 이 박스는 정당하게 구입할 수 있는가? 서슴없이 박스들을 구입한 뒤 연약한 종이들로 만들어낸 집은 언제든지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만 같이 연약해보인다.



송성진, <1평 조차>, 2018

송성진

 송성진은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촌에 방문하였을 때 그가 목격한 삶의 모습을 반추하며 작업을 시작했다. 그곳의 임시적인 집들은 몹시 약해서, 홍수가 나면 그때그때 보수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는 경험을 토대로 경기도 안산 갯벌에 1평의 집을 지었다. 전시장의 <1평 조차>에서는 갯벌 위에 집을 짓는 작가의 모습, 간조로 인해 집 아래로 물이 차오르는 순간들을 담고 있다. 단단한 대지가 아닌 갯벌 위에 지어진 불안한 집은 역설적이게도 누군가에게는 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잠 잘 수 있고 휴식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열망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전시 관람을 마치고 나오자마자, 2023년 초 기획했던 《풀하우스》전시를 떠올렸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공간 힘에서 하고 있는 두 큐레토리얼 프로그램 결과보고 전시는 그간의 개인적 경험이나 평소의 관심사와 여러 면에서 상통하고 있었다.《풀하우스》는 당시 약 2년 정도 살고 있던 홍제동의 원룸에서 진행된 전시였다. 어느 날 집을 정리하다가 전 세입자의 보험 계약서와 일기, 사진들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물건들을 확인한 결과 전 세입자가 중국에서 온 이민자임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이 원룸을 집이라 부를 수 있지만, 언젠가 다른 사람의 집이 될 수 있는 곳, 그리고 앞으로 다른 사람의 집이었던 곳을 통과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잊지 않고 전시를 만들었다. 비슷한 나이대의 작가들과 '집'에 대한 열망, 불안한 지금의 시간대를 기록하고픈 작은 마음들을 모아 프로젝트를 일궜던 기억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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