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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찾는 다원 May 09. 2024

[전시]《게슈탈트 붕괴하기》_공간 힘

전시리뷰

*본 글은 공간 힘의 《게슈탈트 붕괴하기》리플렛을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전시제목:《게슈탈트 붕괴하기》

기획자: 김도형

참여작가: 박병래, 우주언, 이주원

주최/주관: 공간 힘(https://spaceheem.com/)

전시기간: 2024.4.16 - 2024.5.4

전시장소: 공간 힘 지하 전시장

(부산 수영구 수미로50번가길 3)


*공간 힘은 부산 수영구에 있다. 2014년 처음 문을 연 비영리 예술공간으로, 전시, 세미나, 강연 프로그램 등을 기획 및 운영하고 있다.

**월요일 및 공휴일 휴관/11:00 - 19:00


《게슈탈트 붕괴하기》전시 전경


《게슈탈트 붕괴하기》는 공간 힘이 기획 및 진행한 '큐레토리얼 프로그램'의 결과전시이다. 전시를 기획하는 행위를 큐레이팅 curating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면, 전시기획의 방법, 전시의 주제가 되는 담론들 등 전시기획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를 포함하는 단어가 큐레토리얼 curatiroal일 것이다.

 공간 힘의 큐레토리얼 프로그램은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 curator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지닌 문제의식을 전시 공간에 꺼내 보여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라 볼 수 있다. 보통의 기획전에서는 기획자가 제시하는 주제가 뚜렷이 설정되어 있으며 그러한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여러 작품들이 전시된다. 공간 힘 큐레토리얼 프로그램에서는 큐레이터 연구를 위해 1년 동안 장기간 워크숍을 거쳐, 결과전시를 공개하는 과정으로 진행한다.

 독립큐레이터로서의 일상을 지속해나가고 싶은 사람으로서, 이러한 큐레이팅 지원 프로그램과 전시들은 매우 반갑다. 특히 공간 힘은 부산에 위치해있기에 지역 독립큐레이터의 관심사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되었다.


 

《게슈탈트 붕괴하기》의 김도형 기획자는 현대 사회의 '믿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정보들, 그 정보를 보고 믿게 되는 과정,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들을 세 작가(박병래, 우주언, 이주원)의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기획자는 뉴스처럼 사람들의 신뢰가 바탕이 된 도구로 정보가 옮겨지는 경우 거부감없이 받아들이는 현상 등에 주목하였다. 이 글에서는 전시의 참여작가 3인의 주요 작품들을 편한 글로 소개하고, '믿음'이라는 주요 주제에 관한 감상을 제안한다.

 믿음이라는 익숙한 단어로 전시를 함축하여 설명했지만, 이 전시에서는 믿게 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어떤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가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 특히 SNS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으로서 진실에 대한 판단 능력이 흐려질 때가 많았다. 어떤 것이 궁금할 때 책이 아닌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알게 되지만' 그 내용이 진실이라는 것과는 무관하다는 점에서 정보의 전달 방식, 그것의 수용 행위에 더욱 집중하며 전시를 감상했다.


우주언, <바이러스 프리 댄스>, 2020, 단채널 비디오, 컬러, 무음, 3분 1초


우주언

 우주언 작가는 팬데믹 시기 프랑스에서 이동제한 조치를 경험했다. 국가의 강력한 조치로 쉽게 외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작가는 이동제한 조치를 선언하는 프랑스 대통령의 TV 연설 영상을 틀어두고 하얀색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이불에는 빔프로젝터의 스크린처럼, 영상의 장면이 맺힌다.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기 어려웠던 경험은 이불 속에서 꿈틀거리는 작가의 형체 위에서 진행되는 영상의 장면과 연결된다. 마치 어딘가에 묶인 듯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퍼포먼스 영상을 통해 국가의 선포가 한 개인의 행동을 제약했던 전세계의 팬데믹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이주원, <신성한 곤충들: 한국편>, 2016,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4분 16초


이주원

 이주원 작가는 물범과 비슷하지만 뿔을 갖고 있는 생명체 시체가 일본 해안가에서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를 설정하며, 이를 마치 현실의 상황처럼 보일 수 있게 모큐멘터리를 제작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다큐멘터리는 인터뷰 진술, 현장 답사, 전문가의 소견처럼,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들을 모아 현실의 사건을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이주원 작가 역시 가상의 사건을 그럴듯한 실제 이야기로 만들어 관객에게 혼란을 전달한다. 작가 작품 속 수백년 전 멸종되었다는 동물이라 말하는 학자의 모습에서는 일반적인 다큐멘터리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작가는 다큐멘터리가 항상 객관적인 사실만을 전달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박병래, <손-남자>(2022), <손-여자>(2023), <여인>(2023)



박병래

 박병래 작가는 대중매체의 TV 광고에 주목한다. 작가의 작품들과 <Nowhere>은 광고에 등장하는 행복하고 낭만적인 모습과 일치하지 않는 현실 세계의 간극을 표현했다. 이를테면 <손-예술가> 회화는 정면을 곧게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이 등장하는데, 대중매체는 우리의 의식에 침투해서 희망적인 상황을 연출하지만 동시에 고정관념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작가의 문제의식이 반영되어 있다. 이 작품을 보며 저는 지금의 여러 광고들을 떠올렸지만, 그중에서도 아파트나 가전제품 광고가 떠올랐다. 광고들에 등장하는 단란한 가정을 보며 마치 그 집이어야만 이루어질 수 있는 환상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팬데믹 시기의 개인적 경험을 다루었던 우주언 작가의 영상 작품을 돌이켜본다. 2022년, 팬데믹으로 인해 대면 수업과 일상의 제약이 만연했던 시기에 나는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해 식당이나 카페를 갈 수 없던 2020년과 2021년 만큼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많은 수업들은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코로나 19라는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떠다니는 모습을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다. 양성 판정을 받고 난 후 질병의 증상을 느낀 후 바이러스를 감지하였고, 평상시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나 보도자료로만 현상을 인지할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 인해 쉽게 외출조차 못하는 상황이 역설적이었다. 종종 감각의 체험은 신뢰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무언가를 만지거나 보면 그것의 존재를 믿는 것처럼. 반면에 바이러스는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공기에 불과했지만 우리를 옭아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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