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외로움과 조금 더 가까워지는 법
외로움이란 감정이 처음부터 나쁜 건 아닐지도 모릅니다.
나는 오랫동안 그것을 불청객처럼 여겼어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느낌,
사람들 속에 있어도 마음 한구석이 쓸쓸해지는 그 순간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부족한 사람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그 외로움이 나를 불쌍하게 만드는 감정이 아니라
내 안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드는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조용히 속삭이듯 묻는 거죠.
“너, 요즘 너랑 잘 지내니?”
혼자의 시간은 늘 편안하진 않아요.
적막은 마음을 뒤흔들고,
침묵은 생각의 파도를 키웁니다.
그 불편함 속에서 자꾸 도망치고 싶어질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 속엔 꼭 만나야 할 ‘진짜 나’가 숨어 있어요.
그래서 나는 외로움을 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감정이 문을 두드릴 때면
따뜻한 차 한 잔을 내리고,
조용히 내 마음의 기온을 확인해 봅니다.
산책을 하며 들려오는 바람 소리,
발끝에 밟히는 작은 자갈 소리도
이제는 외로움을 낯설지 않게 만들어줘요.
혼자라는 건 결코 텅 빈 상태가 아니에요.
오히려 내가 가장 나다워지는 순간입니다.
그래서 외로움은 점점 고요한 친구가 되어갑니다.
말은 없지만, 곁에 있어주는 그런 친구.
힘들 때면 어깨를 내어주고,
슬플 땐 내 눈빛만으로도 함께 울어주는 친구.
우리는 모두 외로움을 느낍니다.
그 감정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외로움은 나를 갉아먹는 결핍이 되기도 하고,
잠시 멈추니 쉬게 해주는 쉼표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젠 외로울 때마다
나 자신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지금, 너와 조금 더 가까워질 시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