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보장을 뒤로하고 사서 고생해볼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출근길을 나섰다.
장마철 습기를 잔뜩 머금은 공기, 계단을 내려가며 확인하는 버스 어플, 건널목 근처 횟집에서 나는 쓰레기 냄새. 모든 것이 다 익숙했지만 그일 이후 지속되던 두근거림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래도 마지막 날이라는 것이 큰 위안이 되었다. 내가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매일같이 숨 막히는 사무실에 앉아 눈치 보며 지내던 근 한 달이 적잖이 괴로웠었다.
오늘은 온전히 인사를 위한 출근이었기 때문에 지하 대기실에서 계속 기다리고, 사람들과 인사하고, 그것이 다였다. 9시 전에는 이전 부서 직원들과 잠깐 이야기도 나누고, 차도 마셨다. 아마도 임원들께 인사를 하려면 월요일 아침 회의가 끝나고, 오늘 새로 오신 분 임명장 수여식도 끝나고, 거의 한 달 반정도 휴가를 다녀오신 D팀장님의 임원 인사도 끝나야 가능할 것이었다.
간단히 이사님께 인사드리고 이사장님이 마지막으로 해주신 응원 한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송삼씨 눈에 결기가 가득 차있어서 다른 곳 가서도 분명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8층 직원들과 4층 직원들에게 인사를 마치고 지하철 역까지 내 회사 엄마(ㅋㅋㅋ) 역할을 해주신 우리 팀장님이 배웅해 주셨다. 작년에 팀장님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감사하고, 좋은 기억으로 가져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인사드렸다.
집으로 오는 길이 홀가분하면서도 피로했다. 역시 퇴사하면 세상 모든 게 아름다워 보인다더니 비에 절은 비둘기들 마저 평화로워 보인다.
지금보다 더 힘들 수도 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볼 생각에 설레고, 앞으로 어떤 미래가 있을지 불안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결정을 후회할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