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강박에서 살아남기

생존자가 전하는 생존 비법

by 그냥나

오르락내리락. 비틀비틀. 아슬아슬.


과거의 나를 떠올리면 저렇게 정의할 수 있겠다. 그 순간에 항상 내가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친구가 있었다. 사실 나이로는 동생인데, 그 애가 가진 단단함은 언니 그 이상이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최근 힘들어하는 것 같아 이것저것 내 경험을 토대로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막 늘어놓았다.


이 김에 나름의 생존비법을 좀 남겨보고자 오랜만에 글을 쓴다.


* * *


생존비법 첫 번째, 일단 힘 빼고 눕기. 내가 생각하는 가장 편안한 자세로 침대 위에서 자세 취하기. 나는 개인적으로 바디필로우를 끌어안고 있는 걸 좋아해서 불안해질 때면 항상 바디필로우를 꽉 끌어안고 옆으로 돌아누웠었다. 심장이 과하게 쿵쿵 뛴다 싶으면 몸을 최대한 침대에 붙여가며 베개에 얼굴을 비볐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숨을 쉬면서 '나는 지금 호흡하고 있다'는 그 감각을 느끼려고 했다. 크게 들이쉬고.. 천천히 내뱉고.. 들이쉬고.. 내뱉고.. 이걸 반복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경직되었던 몸이 아주 조금 풀린다. 이래도 안 풀린다 싶으면 어깨를 저 위로 올렸다가 한 번에 탁! 하고 내려놓는다. 쉬어도 괜찮다, 긴장하지 않아도 괜찮다, 라고 몸에 신호를 주는 것이다.


또 누워있다면 자연스레 잠이 오기도 한다. 그럴 때 괜히 잠을 무시하기보다는 잠깐 잔다. 너무 오래 자면 종종 머리가 아프거나 속이 울렁거리기도 하는데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알람을 맞춰도 좋다. 근데 알람도 너무 강한 소리보다는 천천히 나를 깨울 수 있는 소리가 자극이 덜하다.


만약 눕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울감과 강박, 공황이 함께 온다면 무조건 숨 쉬는 것부터 시작해라. 그리고 머릿속으로 계속 주문을 외워라. 나는 지금 안전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고, 지금 너무 잘 지내고 있다고. 혹 과거의 공포가 당신을 감싼다면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지금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나는 나를 잘 컨트롤하고 있다고 말해줘라. 그럼 조금씩 나아진다.


* * *


생존비법 두 번째, 강박이 심하다면 아주 최소한의 일만 정해두고 생활하기. 전전 직장과 전 직장을 모두 퇴사하고서는 무얼 하지 않는 생활 패턴 자체에 대해서 큰 강박을 느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강박을 느낄 바에 집 청소나 제대로 할 것이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니 과거의 나 제법 쓸모없는 강박을 느꼈던 것 같다.


아무튼 최소한의 일이란, 내겐 이런 것이었다. 하루에 책 한 장 읽기 그리고 늘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영어 공부하기. 근데 영어 공부는 꼭 아주 쉬운 강의로 하루에 한 강을 듣기로 약속했다. 여차하면 내일로 미뤄도 된다는 룰까지 설정. 어차피 강박이 있어서 두 가지 모두 수행해낼 수 있었다.


이 두 가지만 하기로 스스로 약속했고, 남은 시간은 푹 쉬었다. 무언갈 하긴 해야 하는데, 막상 뭘 하기는 어렵고, 또 아무 것도 안 하기에는 스스로가 바보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딱 좋은 방법이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두 가지를 아주 작게나마 해냈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은 정당한 시간으로 여겨지거든.


그래서 강박은 너무 심하고, 지쳐서 힘은 안 나는 사람이라면 아주 최소한의 일만 계획해보길 추천한다. 그럼 자연스럽게 '쉼'의 과정도 스스로 인정하게 될 것이다. 물론 약도 잘 챙겨 먹으면 더 좋다.


* * *


생존비법 세 번째, 인생은 결국 하루가 모여 만들어진다는 것 깨닫기. 이렇게 말하니 좀 어렵나? 다시 말하면 '오늘 하루 행복하게 보내기'를 하루하루의 목표로 삼으면 된다는 말이다. 오히려 더 문장이 더 괴랄해진 것 같은데, 그냥 '오늘 하루를 잘 살면 된다'는 것이다.


오늘 하루를 잘 산다는 것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갈까? 나는 오늘 하루를 이룬 일들이 소소하게 즐거웠고 행복했다면 잘 살았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혹은 큰 사고가 없었던 날도 감사하게 여기려고 노력한다. 그러니까 나만의 기준을 만들어서 하루를 잘 보냈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아 물론, 이 하루는 소위 말하는 사람들의 '갓생'이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 그건 이미 지쳐있는 나를 혹사하는 방법일 뿐이다. 우울, 강박, 공황 등등 마음이 지친 당신에게 굳이 다시 한 번 몰아세울 필요가 없다. 열심히 뛰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진 사람에게 다시 일어서라고 크게 소리친다한들 과연 일어날 수 있을까? 물론 일어나는 사람도 있겠지. 다만 또 넘어져서 상처가 더 크게 짓무르고 상처가 나지 않았던 곳까지도 다칠 것이다. 그러니 오늘 하루를 편안히 보냈는지, 그것부터 체크하길 바란다.


좀 더 구체적으로 나는 '오늘 내가 사고를 쳤나?', '사고를 쳤다면 잘 해결했나?', '오늘 기분이 다운되지 않았나?', '오늘 내가 그래도 웃으면서 편안하게 보냈나?' 등의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사실 이것도 초반에만 그렇고, 요즘은 그냥 아무일 없이 밥 잘 챙겨먹고 아프지 않았다면 그 하루를 잘 보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 과정은 결국 본인에게 여유를 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우울과 강박따위의 힘듦은 결국 너무 먼 미래를 생각하거나, 바꿀 수 없는 과거를 생각하다 찾아오게 된다. 그래서 그냥 오늘에 집중하는 게 답이다. 지금 숨을 잘 쉬고 있나? 지금 기분이 어떤가? 조금 다운됐다면 상쾌한 공기를 맡아봤는가? 계속해서 지금의 내가 행복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아, 기분이 나쁜 날도 있을 수 있지.'라고 깨닫게 된다. 그럼 주어진 하루하루를 무작정 "잘" 보내는 걸 넘어, 나를 받아들이게 된다.


* * *


살다 보면 힘든 순간은 당연히 온다. 내 직전 글만 봐도 요동치는 삶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래도, 살다 보면 살아지는 것 같다. 거창한 목표가 없더라도 주어진 이 하루를 잘 보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그런 행복을 누릴 자격과 가치가 충분하다.


지금 느끼는 감정도 어쩌면 당연하니, 모든 이들이 그냥 그런 자신을 잘 안아줄 수 있길 바란다.

이전 18화암과 우울증, 공황장애가 만났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