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된 사회적 약자, 여성 노숙인

- 멈춰 버린 그들을 위한 정책 -

by 채움

* 2018년 초 대학교 교양 수업 과제를 위해 작성한 칼럼을 옮겨 적었습니다.


당신은 거리에서 여성 노숙인을 본 적 있는가? 반대로 질문하겠다. 당신은 거리에서 남성 노숙인을 본 적 있는가? 대다수, 아니 모든 사람이 남성 노숙인을 접한 경험이 더 많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16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 결과 및 향후 대책'을 보면 전체 노숙인 1만 1,340명 중 남성은 73.5%, 여성은 25.8%로 노숙인 4명 중 1명은 여성인 꼴이다. 높은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 눈에는 그들이 보이지 않는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들은 각종 범죄 노출 위험도가 높다. 범죄를 피하고자 주로 피시방, 찜질방, 교회 철야 예배 장소 등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지낸다. 이런 이유로 정확한 여성 노숙인 통계를 산출하는 것은 어렵다. 즉, 지금 나온 수치는 과소 추정된 결과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높은 수치가 나왔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여성은 사회적 약자다. 노숙인 역시 사회적 약자다. 그럼 그 둘이 합쳐진, 진정한 사회적 약자라 볼 수 있는 '여성 노숙인'에 대한 정책은 어떠한가? 2012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 제정안 입법 예고'를 살펴 보았다.


아. 여성 노숙인 등에 대한 보호 (안 제10조)

1) 여성 전용 노숙인일시보호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노숙인복지시설 설치 운영자로 하여금 남성과 여성을 분리하여 운영하는 등 여성 노숙인 등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함.


보건복지부 정책 검색 결과, 여성 노숙인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계획은 위 내용이 전부이다. 2017년 12월 14일부터 2018년 1월 13일까지 '여성 홈리스 케어 정책'에 관한 대통령 청원이 진행되었다. 청원 참여자는 1,447명뿐이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여성 노숙인에게까지 미치지 못한 탓이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노숙인이 되지 않았다. 2016년 보건복지부 실태조사 내용에 그들의 노숙 계기가 담겨 있다. 개인적 부적응 또는 사고가 54.2%(질병 및 장애 25.6%, 이혼 및 가족 해체 15.3%, 실직 13.9%, 알코올 중독 8.1%)이다. 그 외에도 경제적 결핍 33.4%, 사회적 서비스 또는 지지망 부족 6.4%에 해당한다. 이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같이 해결해 나가야 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가장 먼저 노숙인 분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노숙인에 대한 분류 기준이 따로 없다. 그가 여성이든, 남성이든,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노인이든 간에 전부 획일화된 정책으로 그들을 대한다. 이런 정책이 효과적일 리가 없다. 노숙인 분류 기준을 마련하여 그들을 세분화하고, 그에 따른 정책을 제공해야 한다. 그렇다고 거창한 기준을 마련하자는 것이 아니다. 여성과 남성, 청소년과 성인 그리고 노인 이렇게 큰 범주로라도 분류하여 따로 정책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종 범죄 관련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여성 노숙인은 범죄에 매우 취약하다. 2017년 4월 대전에서 발생한 '여성 노숙인 살해 사건'에 대하여 알고 있는가? 이 사건을 통해 여성 노숙인이 거리에 나오지 않고 숨어 사는 이유를 짐작 가능하다. (이 사건은 48세 남성이 여성 노숙인과 술을 마시다가 화가 난다는 이유로 살해 및 유기한 사건이다.)


여성 노숙인은 각종 범죄 중에서도 특히 성범죄에 매우 취약하다. 2016년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숙 생활 중 성추행 또는 성폭행을 당한 비율이 여성 7.2%, 남성 0.5%였다. 여성 노숙인은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성범죄 피해 위험이 남성보다 14.4배 높다. 여성 노숙인은 쉽게 범죄의 표적이 되므로, 사회는 이런 약자를 보호해야만 한다.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여성 노숙인은 '노숙인'이라는 낮은 사회적 위치에 있다. 자신들이 성범죄 신고를 해도 제대로 처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기에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성범죄를 당한 여성 노숙인들이 제대로 신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가해자에게 엄격한 처벌을 가해야 한다. 또한, 피해자들을 위해 성폭력 상담 센터를 운영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한 포털 사이트에 '여성 노숙인'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산부인과 진료'가 나온다. 그들이 당한 성범죄 피해는 그들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다. 임신이 되었다면, 뱃속의 아이에게까지 그 피해가 이어진다.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직업이 아닌 주거 공간이다. 즉, 여성 전용 쉼터를 늘려야 한다. 현재 전국에 있는 여성 일시 보호 센터는 서대문구 '열린 복지 디딤 센터' 단 하나뿐이다. 여성 자활 센터는 서대문구 '열린 여성센터', 성북구 '아가페의 집', 양천구 '내일의 집', 은평구 '흰돌회', 중구 '화엄동산' 5곳 뿐이다. 노숙인들을 위한 쉼터는 총 41곳이며, 그 중 6곳만이 여성을 위한 공간이다. 노숙인 중 여성의 비율이 25%인 것을 고려한다면, 이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여성 전용' 쉼터가 아닌 '남녀 공용'인 쉼터를 늘리는 것이, 여성과 남성 모두 이용할 수 있으니 더 좋다고 말할 수 있다. 남녀 공용 쉼터의 여성 비율을 살펴 보면 여성 노숙인이 거의 없다. 그들이 남녀 공용 쉼터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는 성범죄 노출 위험이 가장 크다. 즉, '남녀 공용'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남성 전용'으로 사용 중임을 알 수 있다. 무작정 여성 전용 쉼터를 늘리자는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남녀 비율 통계를 고려한다면 남성 노숙인의 수가 더 많으니 남성 전용 쉼터가 더 많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남녀 공용 쉼터는 의미가 없으니, 남성 노숙인과 여성 노숙인의 비율을 고려하여 각각의 쉼터를 구분하여 확대하자는 것이다.


쉼터에 들어가지 않는 노숙인들 대부분이 쉼터의 규칙이 너무 엄격한 탓에 감옥처럼 느껴져 거리가 더 편하다고 말한다. 쉼터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쉼터 이용 대상인 노숙인들이 쉼터를 꺼린다. 이는 문제가 있다. 쉼터의 규칙을 그들에게 맞게 고쳐야 한다. 심지어 쉼터 내에서도 '텃세'가 존재하고 이는 폭력으로 이어진다. 쉼터는 정말 제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여성 노숙인을 위한 자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성 노숙인은 용역 업체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 남성과 비교하면 재취업 기회가 확연히 낮다. 노숙인 자활을 위한 '빅이슈' 잡지 판매에서도 이 문제는 명백하게 드러난다. 남성 노숙인은 빅이슈 잡지를 직접 판매할 수 있는 판매원이며, 잡지 가격 5,000원 중 절반인 2,500원을 수익으로 가져간다. 이렇게 서서히 독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반면, 여성은 '여자'라는 이유로 범죄 노출 위험이 크기 때문에, 그들은 직접 판매하지 않고 온라인 포장 업무 등을 통해 판매 수익의 일부를 가져간다. 참고로 전국 빅이슈 판매원 중 여성 노숙인은 단 한 명이다.


노숙인 자활 정책에서 가장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자활 의지'이다. 자활 의지가 없는 노숙인도 국민의 세금으로 돕는 것이 옳은가? 자활 의지가 없는 노숙인에게 국민이 낸 세금으로 자활을 강요하며, 자활 정책을 펼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그들에게 자활 의지가 있는지, 그 여부를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럼 그 '자활 의지'는 무엇으로 결정하는가? 현재는 노숙인이 금주한다면 자활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본다. 과연 금주 하나가 자활 의지를 대변할 수 있는가? 그럼 처음부터 술을 마시지 않는 노숙인은 자활 의지가 가득한 것인가? 올바른 자활 의지 판별 기준이 필요하다. 자활 정책의 도움을 받기 원하는 노숙인이 있다면 그에게 상담 기회를 주고, 상담을 통해 자활 의지를 파악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남성 노숙인이 노숙하는 주된 이유는 실직 및 사업 실패이지만, 여성 노숙인은 가정 폭력 및 가족 해체 등 가족 관계의 어려움이 대부분이다. 그들의 문제는 자활 정책이 존재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여성 노숙인의 노숙 계기가 가정 폭력인 것을 고려해야 한다. 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을 사람이 필요하다. 심리 상담소를 운영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그들 마음을 치료해 주어야 한다.


여성 노숙인의 '생리'는 어떠한가? 여성 노숙인의 '생리' 문제는 아예 공론장에서 이야기된 적이 없다. 모든 여성 노숙인 인터뷰에서 그들은 생리 기간이 매우 괴롭다고 한다. 바지에 생리혈이 묻어도 세탁할 곳이 없으니 공중 화장실에서 반쯤 벗은 채로 옷을 빨아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 생식기를 씻을 곳조차 마땅히 없어, 공중 화장실에서 일회용 컵에 물을 부어 씻는다고 한다.


여성 노숙인의 '생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다른 지원에 비하면 그다지 어렵지 않다. 첫째, 그들에게 생리컵을 제공하자. 생리컵은 반영구적 제품이며 위생적이고 저렴하므로, 생리대를 지원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다. 둘째, 미국처럼 노숙인을 위한 '이동식 샤워 차량'을 제공하자. 이 두 가지만 보장되더라도 그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


2016년 6월 뉴욕 시는 공립학교, 교도소 외 '쉼터'에도 생리 용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누가 봐도 지원이 필요한 대상이 분명함에도, 국가는 그들에게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범죄를 저지르고 남에게 피해를 준 범죄자에게도 생리대가 지원되는 대한민국인데, 왜 여성 노숙인은 그 지원을 받지 못하는 범주에 속하는가? 반드시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존재가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여성 노숙인의 존재는 현대 사회에서 매장되어 있다. '노숙인'이라고 말하면 일반적으로 '남자'를 떠올린다. 이런 보편화된 생각을 통해, 상대적으로 '여성 노숙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재 노숙인을 위한 복지는 남성 위주이며, 여성의 특성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여성 노숙인의 '생리' 문제는 아예 공론장에서 이야기된 적조차 없다. 한편에서는 여성 노숙인을 위한 복지는 남으면 돕는 '잔여 복지'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노숙인이 된 것이 아님에도, 국가는 여성 노숙인들을 사회에서 지워 버린다. 사회적 약자, 노숙인에서조차 성차별이 존재한다. 정책은 여성 노숙인들을 사각지대로 몰아 세운다. 그들을 위한 정책은 마련되지 않고, 아직도 과거에 멈춰 있다. 이러한 나라를 선진국이라고 볼 수 있는가? 이제는 대한민국이 여성 노숙인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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