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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 Jun 15. 2021

잡호퍼(Job Hopper): 에필로그

파라다이스는 없다

“여보, 내 연봉이 3천만 원을 넘으면 당신은 일 그만두고 집에서 애들 교육에 신경 쓰자.”


처음 회사에 입사하던 날, 나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1997년 IMF의 직격탄을 맞고 신음하던 상황에 취업의 문은 그야말로 바늘구멍이었고, 우여곡절 끝 어렵게 입사한 첫 직장에서 내 연봉은 1,500만 원 정도였다. 당시 같은 회사 팀장의 연봉은 3천만 원이었고, 자연스레 직장 생활의 내 첫 번째 목표는 연봉 3천만 원이 되었다. 연봉 3천만 원을 받는 팀장이 되기 위해 그 회사에 계속 있었다면 대리와 과장을 거쳐 최소 8년의 시간이 필요했을 테지만, 3번의 이직을 거쳐 불과 2년 반 만에 첫 번째 목표인 연봉 3천만 원을 달성했다. 목표를 달성했지만 아내는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고,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 열심히 일했다. 이후로도 나는 몇 번의 이직을 반복하며 연봉 1억을 달성했고, 경제적으로는 은퇴시기를 앞당겨도 될 만큼의 노후를 준비할 수 있었다.     


이 책은 회사에서 하루를 보내야 하는 수많은 직장인들을 위한 책이다. 누구나 정해진 시간 동안 직장에서 일을 하지만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평균 수준의 직장인인 ‘나’의 경험을 통해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내가 성공한 직장인이었느냐에 대한 평가는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닌 부랑아이자 맞지 않는 조직에 적응하기를 꺼린 부적응자이기도 한 반면, 이직을 통해 몸값을 높인 준수한 직장인이자 최소 내가 맡은 홍보 분야에 있어서는 인정받는 전문가로 거듭난 직장인이기도 했다. 사람이기에 실수도 했고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울 만큼 칭찬해주고 싶었던 때도 있다. 다만 20년의 직장 생활 동안 한순간도 빠짐없이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이어갔다.     


이직은 파도와도 같았다. 보다 나은 근무 환경을 꿈꾸며 이직한 회사에서는 여지없이 새로운 고난이 있었다. 그 고난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순전히 나의 몫이었다. 감내할 수 있을 정도의 고난을 감내하다가 때로는 짜릿한 변화를 이룬 적도 있었고, 때로는 여지없이 또 다른 이직처를 찾는 방안을 택하기도 했다. 여러 번의 이직 경험을 통해 깨달은 점은 ‘고난을 피해 달아난 곳에 파라다이스는 없다’는 것이었다.      


마지막 회사를 떠날 때 고민을 참 많이 했다. 제2의 인생을 위한 길을 정해두지 않은 상태에서 직업이 없는 상태가 오래 지속될 것을 감내해야 했기 때문이다. 고민하던 내게 아내는 이런 말을 건넸다.

“원하지 않으면 그만둬. 당신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해.”


지금 이렇게 첫 책을 낼 수 있었던 것도 아내의 전폭적인 지지와 이해 덕분이다. 아내는 어머니 같은 이해와 아내로서의 사랑, 친구 같은 편안함으로 아직도 철이 덜 든 남편을 키우고 있다. 아내를 만나 그나마 이만큼 성장했다. 평강공주 같은 아내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전한다.

나와 외모뿐만 아니라 행동까지 비슷한 딸 성연이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아빠의 초고를 열심히 읽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도 보태주었다. 태어날 때부터 나의 보물 1호였던 딸아이는 어느새 훌쩍 자라 아빠에게 조언을 건네는 어엿한 숙녀가 되었다. 늘 부족한 아빠를 자랑스럽다고 치켜세워 주어 더 나은 아빠가 되고 싶게 하는 아들 성재도 고맙다. 나보다 더 커버린 아들이지만, 아직도 입술 뽀뽀를 허락해주는 사랑스러운 아이다. 이 두 녀석을 키우며 부모님이 내게 주셨던 무한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됐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닮고 싶은 상사로 소개했던 김 호 대표님, 강대환 상무님께 무한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비록 짧은 시간의 인연이었지만 두 분은 내게 많은 깨달음을 준 내 삶의 멘토다.     


이제 곧 지천명을 맞게 되는 나이지만 아직도 궁금한 것도 많고, 그래서 배울 것도 많다. 새로운 것을 하나씩 알게 될수록,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살아보니 인생에 정답이라는 것은 없다. 먼저 걸어간 사람들의 발자국을 보고 계속 그 길을 걷거나 새로운 길을 찾는다. 마찬가지로 직장 생활에도 정답은 없다. 각자가 처한 상황과 마주하는 사람들이 다르기 때문에, 어디에나 적용되는 수학 공식 같은 해결책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흐름은 있으며, 대부분의 미생들은 그 흐름에 순응하며 하루하루를 만들어간다. 여기 부족하나마 정리한 것은 그 커다란 흐름 속에서 몸부림쳤던 나의 과거이며 그를 통해 깨닫게 된 나만의 진리다. 지금도 직장에서 치열한 하루를 만들어가는 누군가에게 부디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모든 이들의 직장 생활이 찬연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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