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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풍맘 Nov 22. 2021

엄마가 된다는 것은

24시간, 365일을 겪어보지 않았다면 그 입 다물라.

Dear. 나의 독자들에게

나는 고작 30대 중반이다.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는 글을 쓰기엔 짧은 인생이다. 그래도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실수투성이인 내가 어떤 엄마로 변화하고 있는지 기록하기 위함이다. 아마추어 엄마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누군가가 공감하고 위로받길 바란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나는 문득, 아니 종종, 아니 자주 과거의 나에게 달려가 말하고 싶다. "그 입 다물라."     

내가 임신을 하기 전에 여동생이 먼저 쌍둥이를 출산했다. 도움이 절실해 보였기 때문에 나는 신혼이었고, 직장을 다니고 있었지만 퇴근하고 40분을 운전해서 동생 네로 출근을 했었다. 돌까지 시간이 될 때마다 동생과 육아생활을 했기 때문에 나름 엄마 역할에 자신이 있었다.      



출산 8개월까지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했고 책도 보고, 뭐든 배우기 위해 문화센터도 꾸준히 다녔다. 갑자기 조산 진단을 받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이가 건강히 태어나기만을 바라며 안전한 출산 시기까지 잘 버텼다. 아이의 울음소리로 자연분만의 고통은 막을 내렸다.     


 

조리원에서 아이와 단둘이 맞닥뜨릴 때마다 모르는 것 투성이 엄마가 이 작은 생명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막막했다. 호르몬 탓인지, 성격 탓인지 모르겠지만 그때 참 많이 울었다. 미역국만 봐도 눈물이 뚝뚝, 빗방울 소리만 들어도 눈물이 뚝뚝. 평소에도 겁이 많은 편인데 눈앞에 놓인 꼬물거리는 생명체에 대한 책임감이 불쑥불쑥 몰려와 겁이 많이 났던 것 같다.      



아이가 생후 15일에 사경을 진단받았다. 한여름에 태어난 도토리만 한 아이를 데리고 매일 종합병원으로 재활치료를 다녔다. 그리고 집에서는 아이 낮잠 시간에 함께 잠들 수 없었고 엄지손가락이 접어지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재활 운동을 시켰다. “너와 나는 한 몸이구나” 우리는 언제나 함께했다. 주변에서는 치료가 가능한 병이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로했다. 출산 후 회복되지 않은 몸과 마음으로 모든 짐을 짊어져야 하는 나에겐 사실 위로가 전혀 되지 않았다.     


 

* 선천성 근육성 사경은 신생아나 유아에서 흉쇄유돌근이 두꺼워지거나 길이가 짧아져 머리가 한쪽으로 기우는 이상 자세가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치료하지 않으면 안면 비대칭 등의 합병증이 생기기 때문에 가급적 조기에 진단을 하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부단한 노력 끝에 의사가 예상했던 최소 9개월이라는 치료 기간을 5개월로 단축할 수 있었다. 완치 판정을 받던 2020년 11월. 그간의 서러움이 터져 펑펑 울면서 병원을 나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5개월이 재활 기간 동안 나는 ‘엄마이길 포기하고 싶었다.’ 아주 여러 번, 그리고 자주. 

매일 새벽 수유를 하고 트림시키며 바라본 맞은편 아파트 건물. 몇몇 집의 불빛을 보며 나를 위로했다. 저 집에서도 나처럼 외로운 육아를 해내고 있는 엄마가 있지 않을까? 그래. 버텨보자. 버텨야 한다. 



4남매를 잘 키운 친정엄마, 쌍둥이 독박 육아도 거뜬히 해내는 여동생을 보면서 나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다른 엄마들이 다 잘 해내는 것처럼 나도 모성애가 넘쳐나는 엄마로 살아갈 거라 자신했다. 생각지도 못하게 아이가 아팠다. 이 아이에겐 내가 필요했고, 내가 없으면 안 되는 존재였다. 너무 부담스러웠고 무거웠다.      



“돌봐온 동생이 셋이고 쌍둥이도 키워봤는데, 겨우 아들 한 명 정도야.” 하고 입방정 떨었던 과거의 나에게 달려가 말하고 싶다. “그 입 다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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