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편 서로 다른 삶의 주인들

by 라이프스타일러

큰아들과 축구경기 관람을 갔다. 큰아들이 축구를 너무나 좋아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약속했다. 축구를 하는 만큼 공부도 하기로 합의를 했다. 약속에 의존할 뿐 사실상 강제할 방법은 없다. 약속은 깨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처럼 약속은 정말 허무하기 그지없다. 특히나 그것이 가족 간의 약속이라면 더 그렇다. 아들은 아직은 어리다. 아직은 어려서 약속은 의미가 없다.


“아빠가 인생길의 가이드는 될 수 있지만

아들이 가는 길을 결정해 줄 수는 없다.

우리는 이미 동등한 인격체이며

서로 다른 삶의 다른 주인이기 때문이다.”


가족의 경조사에서 중요한 것이 언제부터 아이의 생일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아내의 생일은 곁에 있어 준 게 고마워서 기억을 한다. 아이의 생일은 어린 마음이 삐칠 까봐 기억을 한다. 정작 자신의 생일은 몇 번이고 일러주는 아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깨끗이 잊어버린다. 복잡하게 얽혀 드는 삶에서 좋지 않은 머리로 생존해 있으려면 선택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아빠의 생일을 기억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들만의 생각으로 아빠의 생일 이벤트를 준비했다. 아들 삼형제의 촛불이 유난히 고운 빛깔을 내는 밤이다. 감동을 해야 할지 미안해해야 할지 아빠의 고민은 늘 가족이다. 매 순간 열심히 산다고 살아왔는데 돌이켜보면 상대적으로 잃은 것도 많다. 모진 면을 보인 만큼 모진 인간관계를 맺었다. 시간도 그만큼 덧없이 빨리 지나 갔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되돌아볼 시간도 없이 살아왔다. 되돌아보는 과거가 너무 새롭게 다가왔다. 낯 뜨거운 미안함도 있었고 자랑하고 싶은 것도 있었다. 힘든 일을 잘 극복한 때도 있었고 너무 오랫동안 고통스러운 때도 있었다. 가장 잘못한 것은 인간다움이었다. 사람과의 관계가 너무 뻑뻑하게 부딪히며 지나갔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들고 고단한 과정이다. 이제라도 인간적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살고 싶다.


한 밤중에 자다가 일어났다. 무얼 먹고 체했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적당한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스스로 손가락을 따고 약을 먹었다. 돌아 눕고 모로 누워도 온몸 구석구석에서 올라오는 불편함은 그대로다. 기나긴 밤을 부여잡고 용케 버텨냈다. 새근새근 아이들 숨소리 셋 뒤척이는 아내의 걱정스러운 숨소리 하나 국가적으로는 중요하지 않을 내가 집에서는 참으로 중요하다. 나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가족의 무게는 결코 가벼울 수가 없다.


하늘 색깔이 바뀌고 있다. 밤이 가면 낮이 오고 다시 밤이 온다. 매일 그렇게 규칙적으로 바뀌고 있는 날들은 삶의 고민과 무관한 듯하다. 낮과 밤이 바뀌어 갈 때 삶의 그늘도 따라서 바뀌어 갔으면 좋겠다.


아들에게

자신의 삶을

투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아빠는 비로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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