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나 홀로 정형외과 수술을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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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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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앞서 말했듯 나는 손목 결절종으로 독일에서 정형외과를 방문했다. 그리고 주사기로 관절액을 빼는 시술을 받았고, 여전히 결절종이 사라지지 않아서 수술을 결정했다. 내 건강보험은 사보험이라는 특징이 있다.
수술 당일, 병원에 가서 읽는 내내 날 날 공포에 몰아넣었던 수술과 마취 동의서를 냈다. 그리고 진료실을 안내받아 수술할 손을 소독했다. 잔뜩 알코올이 뿌려진 내 손을 왼쪽 사진처럼 놓고 간호사 선생님이 나가자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내 손목을 여기저기 누르며 결절종 위치를 확인했다. 그런데 결절종이 아니라 뼈를 자꾸 누르시는 거다! 나는 당황해서 손목을 꺾고, 이게 결절종이에요!라고 말해 버렸다.
그러자 의사 선생님이 아아~ 하더니 고 요리조리 만져보시더니 날 침대에 누우라고 하고, 역시나 왼쪽 사진에 보이는 마취약을 내 결절 종 주변에 한 번 쿡 찔러 반, 반대쪽에 쿡 찔러 반 넣으셨다. 근데 진짜, 너무너무 아팠다.
나도 모르게 입이 딱 벌어지자 의사 선생님이 웃으면서, "이게 오늘 네가 아플 거 중에 제일 아픈 순간이었어. 잠깐만 기다려."하고 나갔고, 그렇게 한 한 30분 정도 베드에 누워 살살 졸았다.
간호사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나에게 수술실에 가자고 하셨다. 수술실에 들어가서는 윗도리를 벗고 신발도 벗고 멸균실로 들어가 누워야 했고, 얼마 뒤에 간호사 선생님이 내 윗도리를 가져다 내 몸 위에 덮어주었다.
"걱정되니?"
"엄청요."
"괜찮을 거야."
"네..."
간호사 선생님도 의사 선생님만큼 나이가 있는 분이었는데, 저렇게 달래주시는데도 나는 좀 불안했다. 내 결절종의 위치를 잘못 찾지 않았던가... 아니면 그냥 내 손목뼈가 궁금하셨던 걸까?
어쨌든 내가 눕자 얼마 안 되어 의사 선생님이 수술복을 입고 손을 소독한 뒤 멸균실에 들어오셔서 간호사가 측정한 내 심박수를 보시고 (내가 얼마나 긴장했는지, 내 심박수는 보통 65~110 이러는데 저 날은 77~122였다! 그리고 보통 100으로 뛰고 있었다.) 간호사 선생님한테 그런 것들을 적으라고 불러주셨다. 수술 시간까지 공지한 뒤에 의사와 간호사 선생님이 나눈 대화는 그날 사망한 유명 코미디언에 대한 것이었다. 맙소사.
그런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고무 패드 같은 거로 내 팔을 돌돌 감아서 피를 빼고, 팔뚝 위에 고무줄로 꽉 쪼였다. 이러고 나니까 확실히, 아 이 상태로 2시간 넘어가면 팔 잘라내야 하는 거 아냐? 싶은 생각이 번뜩 들 정도로 빠르게 팔이 식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의사 선생님은 익숙한 듯 내 팔을 들고 알코올에 적신 솜으로 내 손가락과 손, 팔뚝 전부를 닦아 냈다. 이때, 팔은 내가 직접 세워서 들고 있어야 했다. 팔꿈치 꺾어서 손 끝이 천장을 보도록 세운 상태였다. 의사 선생님이 작업대 위에 멸균 패드를 깔고 난 뒤 내 팔을 편안하게 내려놓으라고 하셨다. 그 사이 여학생 인턴이 하나 더 수술실에 들어와 있었고 나는 그 여자애의 인사까지 받았다.
진짜 호러는 여기부터였다. 일단, 나는 정신이 맑다 못해 깨끗했고, 잔뜩 긴장해서 온몸이 예민한 상태였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내가 보고 있는 그 상황에서 내 손목을 메스로 갈라버렸던 것이다!
보는 건 생각보다 괜찮았다. 징그러운 건 영화로도 많이 보니까. 정말로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간호사 선생님이 내 피부를 기구로 벌리고 있는 사이에 의사 선생님이 수술도구를 집어넣고 내 뼈를 지렛대 삼아 결절종을 전부 끄집어내는 그 모든 소리였다!
세상에... 손목에 메스가 닿고 피부가 열리는 걸 본 뒤에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반대로 돌리고 있었는데, 그 무엇보다 수술 중간에 한 번 뼈를 꾹 짓누르는 것 같은 느낌과 둔통, 소리에 나도 모르게 또 아아-하고 말았다. 의사 선생님은 괜찮다면서 거의 다 꺼냈다고 하시더니 진짜로 곧 뭔가 정리되는 소리가 들렸다.
하... 설명은 이 정도밖에 할 수 없지만, 이 과정 중에도 계속해서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과 여학생 인턴의 대화가 계속되었다.
"자 봐봐. 이게 손목뼈고, 이게 갱글리온이야."
같은 말 정도는 나도 알아들었지만, 그다음의 독일어는 그냥 모르는 게 나았던 것 같다. 물론 이런 걸 설명하지 않는 와중에는 계속해서 수다가 이어졌다. 그 학생은 내 수술을 보고 난 뒤에 오후에 동네 동물원에 놀러 갈 거라고 했다. 봉합 과정 즈음에 나온 말이었다. 그리고 나까지 그 수술실 안의 네 사람은 그 동네 동물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랬다. 나는 정신이 말짱했던 것이다.
물론 중간에 의사 선생님이 집중해야 할 때는 조용히 하고 있었지만, 일단 강낭콩보다 훨씬 큰 결절종 덩어리를 끄집어내자마자 다들 폭풍 수다를 시작한 셈이었다. 나도 소리와 시각적 자극에 거의 넋이 나간 채라서 미친 듯이 같이 수다 떨어댔다.
그렇게 빼낸 결절종은, 사진은 못 찍었지만, 길이 2.5센티, 폭 1.5센티 정도의 강낭콩 같은 모양으로 사방에 잔뿌리처럼 하얀 조직이 붙어있었다. 이미 주사기로 관절액을 제거하고 난 뒤 재발한 것은 크기가 작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커서 놀랐다. 의사 선생님의 말에 의하면, 지난번에는 안의 체액만 제거했던 거라 주머니가 다시 관절액으로 차면서 또 부풀고 있었던 거라고 하셨다.
이 날도 나는 아무런 병원비를 내지 않고 집에 왔다. 손은 퉁퉁 불어 있었지만 생각보다 통증이 크지도 않았고, 태어나서 처음 보는 색으로 멍이 들긴 했지만 붕대에 단단히 감겨 있고 내가 의식적으로 손을 세우고 있었던 터라 다음날에도 크게 붓지는 않았다. 비닐장갑을 끼고, 고무장갑을 덧끼우고, 고무줄로 물이 안 들어가게 막은 뒤에 샤워도 했다. (여름이라 도저히 샤워를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그동안 찾아봤던 손목 결절종 후기는 한국에서 수술한 사람들의 것이었는데, MRI도 찍고 무통 주사도 맞고 병원에 입원도 하는 등 대부분 엄청 힘들어 보였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움직이도 아무렇지도 않고 그저 손목 마취 정도만 한 채로 결절종을 제거한 것이었다.
수술 후 3일 뒤에 병원에 다시 가서 드레싱을 다시 받고 붕대도 새로 감았다. 첫날과 달리 좀 느슨하게 풀린 붕대 덕분에 붓기가 빠르게 가라앉았다. 다시 3일 뒤에 붕대를 풀러 가서는 다시 드레싱을 받고 저렇게 방수 밴드만 하나 붙이고 집에 왔다.
수술에 대한 빠른 요약
(1) 수술 당일 극소 마취. 마취하고 50분 정도 뒤에 수술 시간 10분 정도 걸렸다. 초음파며 엑스레이는 첫날 찍고 안 찍었다.
(2) 수술 후엔 상처를 꿰매고, 그 위에 반창고 붙이고 거즈 뭉치 올려서 압박 붕대를 감고 3일을 지냈다. 그 이후에 병원에 가서는 한 번 수술 부위를 알코올로 닦고, 다시 반창고를 붙이고 거즈 뭉치 없이 압박 붕대로 3일을 보냈다. 이때까지 먹은 약은 이부프로펜으로 총 6알이었다. 청소, 빨래, 요리, 설거지, 샤워까지 전부 가능했다. 물론 첫 3일은 최대한 안 움직이고 조심했다.
(3) 수술 후 세 번째로 병원에 방문했을 때, 붕대를 풀고 방수밴드를 붙임. 붕대가 없어지자 부기가 빠지기 시작했고, 부기가 빠지자 손가락의 자유로움이 증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