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요가를 시작한 것은 딱 13년 전이었다. 그때 우리 동네는 엄청난 변화를 맞고 있었는데, 그즈음 새로 생긴 동네 상가에 처음 요가원이 생겼다. 요가를 하고 싶다고 생각한 건 왜였는지 모르지만, 난 그 상가 주변을 돌아다니며 며칠 탐색을 하다가 금방 선택지가 그뿐이라는 걸 알고는 요가원에 등록을 했다.
원래도 좀 유연한 편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 정적인 분위기가 좋아서 나는 요가에 금방 빠졌다. 요가가 명상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더 좋았다. 중간에 교환학생도 다녀오고, 졸업작품 때문에 좀비 시절도 보내고, 석사 논문 쓴다고 반 송장이 되기도 했지만 나는 요가를 만난 이후 늘 요가에 대한 열망이 있었기 때문에 틈틈이 요가를 하러 다녔다.
독일에 와서도 요가원을 다녔다. 놀랍게도 집에서 걸어서 15분쯤 거리에 요가원이 있었다. 독일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약간 붕 뜬 채로 살았는데 그때 내가 찾은 방법이었다. 누구든 만나고 말도 하고 그래야 살 것 같아서 선택한 일이었다. 일주일에 세 번이나 수업을 들었다. 독일에서 한국인은 희한하게 시간이 많아진다.
독일에서 아주 잠깐 발레와 바람을 피우기도 했다. 발레도 분명 재미있었지만, 코로나는 하나도 재미가 없었다. 발레스쿨은 물론 요가원도 문을 닫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혼자 요가를 시작했다. 집에서, 유튜브와 함께. 이렇게 명맥을 이어서 해 오던 홈 요가는 내가 손목 수술을 하는 바람에 잠깐 멈추었다가, 한국을 방문하느라 그 휴지기가 길어졌다가, 손목의 상태가 나아진 것을 깨달은 순간 다시 시작되었다.
독일 요가원을 다닐 때 요가 선생님이 연말에 보내주신 '와인을 마시는 요기' 영상
2022년 유럽의 여름은 유달리 더웠다. 에어컨이 없는 유럽의 여름에 있어서는 안 될 열대야가 며칠이나 지속되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그 여름을 요가 지도사 과정으로 가득 채워 보냈다. 200 시간의 요가 지도사 과정은 선생님들과 시간 맞춰서 수업하고 매일매일 요가 수련 일지를 쓰는 등 할 일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너무나 재미있게 해냈다.
해냈다.
는 감정이 주는 뿌듯함을 정말이지 오랜만에 겪은 것 같았다.
너무 자주 하는 이야기지만 2022년은 정말로 힘든 해였다. 나는 대체로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참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힘들어했네-라고 하는 일들 투성이라고 생각하지만, 2022년은 정말로 달랐다. 연초부터 연말까지 계속되는 기대와 실망, 절망과 우울 따위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와중에 요가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은 유일하게 내가 2022년도에 '해낸 일'이 된 것이다.
2022년이 다 끝날 무렵이 되어서야 나는 내가 애초에 기도하던 것들이 모두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기도한 것은 부모님의 일이 잘 마무리되는 것, 언니가 건강한 아기를 순산하는 것, 동생이 시험에 합격하는 것 등이었다. 모두 내가 내 힘으로는 해 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정말로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만약에 내가, 내 논문을 진행하고, 요가 지도사 자격증을 따고, 독일 체류 비자를 연장하고 등등의 나와 관련된 기도를 했다면 내 기도는 모두 잘 들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내 기도조차 나에게 쓰지 않아 놓고, 다시 말해 내 기도가 닿을 수 없는 것만을 기도하면서 내 기도가 왜 이루어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이것을 깨달은 순간, 내 기도는 더욱 단순해졌다. 마음은 여전히 때때로 불안하고 걱정되지만 어쨌든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서 차근차근해 나가려고 노력한다. 결국은 내가 오늘 지금을 제대로 살아내지 않으면 계속된 불안과 걱정, 후회만 하면서 살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