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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다고 Mar 31. 2024

게임과 예술

나는 왜 게임을 하는가

 나는 작가이면서 한 사람의 게이머다. 굳이 따지자면 라이트 유저다. 게임으로 먹고살거나 모든 신경을 게임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가끔 게임을 즐기다 보면, "너는 왜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니?"라는 말에 직면하곤 한다. 그럴 때면 마음이 갈린다. 억울한 마음 반, 수긍하는 마음 반으로.


 나는 사실 이렇게 생각한다. 세상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만큼 재미있고 즐거우면서 행복한 일은 드물다고. 그래서 게임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일종의 변호를 해보고자 한다.



중학생 시절, 내 혼을 쏙 빼놓던 철권시리즈가 8탄까지 나와 흥행중이다.


1. 게임하면 혼나던 시절


어린 시절, 오락실에 가면 세상 큰 일인 것처럼 혼나던 때가 있었다. 다니던 교회 전도사님은 그야말로 청교도적 삶의 정석과 같은 분이셨는데, 주일학교 예배 때마다 오락실에 다녀온 아이들을 잡아내 혼쭐을 내주시곤 했다. 얼마나 심하게 혼났는지 형들 얼굴에 공포감이 짙게 서려 있던 모습이 아직도 떠오른다. 물론 바르고 착한 아이들로 성장하게 하겠다는 의도로 훈육하신 거라는 사실은 나이를 먹으면서 깨달았다.


 그러나 게임이 아이들을 방탕하게 만든다는 인식은 여전히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심지어 게임을 하는 것을 일종의 정신병으로 취급하는 사람들을 가끔 목격할 때면, 나는 그들과 게임을 즐기는 이들 사이에는 절대로 영원히 건널 수 없는 벽이 있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서로 절대로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할 가능성도 없으며, 그럴 마음이 조금도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게임은 본질적으로 스포츠나 독서, 영화 및 음악감상과 같은 것이다. 유희적 존재인 인간에게 콘텐츠는 수준의 상하고저가 없다. 오직 받아들이는 사람 마음의 너비가 존재할 뿐이다.


2. 게임의 법칙


 어떤 놀이든 반드시 세계관과 규칙이 존재한다. 일례로 축구라는 공놀이는 일정 시간 내에 하나의 공을 두고 열한 명씩 두 팀이 대결을 펼쳐 반드시 발을 활용해서 상대방의 골대에 넣어야 한다.  정해진 시간 안에 공을 많이 넣으면 승리한다. 이것이 규칙이며, 공을 넣으면 승리한다는 것은 세계관이다.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다. 림에 공을 넣는 게임인 농구, 트랙을 가장 빨리 도는 이가 승리하는 쇼트트랙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다. 결국 일정한 세계관과 규칙 내에서 경쟁을 펼쳐 이긴 자에게 보상을 준다는 것은 어느 종목이든 대동소이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서 맹활약 중인 손흥민 선수가 루턴 타운과의 경기에서 역전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게임도 그렇다. 장르와 표현 방식의 차이만 있을 뿐, 어떤 세계에서 어떤 캐릭터에 이입해서 특정한 목표를 향해 시간과 노력을 들여 보상을 얻는다는 방식은 같다. 이 과정에서 타인이나 설정과, 교감 또는 이입하고 끈기 있게 덤벼들어 승리를 얻고자 하는 정신 활동이 일어난다.


 3. 게임의 스토리텔링


 게임에는 반드시 이야기가 존재한다. 등장인물이 어떤 상황을 만나 눈앞에 닥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 그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발견해 나가면서 어떤 사건을 겪느냐. 겹겹이 둘러 싸인 상황들 속에서 단서를 찾아 풀어나가고 반전을 맞닥뜨리거나 통쾌한 복수를 이루기도 한다.

 독서는 작가의 서술을 독자가 읽어나가는 반면 게임이라는 매체의 특성은 인터랙티브(Interactive)라는 차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중요한 사건을 직접 풀어나가야 하는 게이머들은 허술한 이야기나 플롯을 환영하지 않는다. 그래서 게임제작자들은 수백억을 들이거나 몇 년의 시간을 쏟아붓는 등, 상당한 공을 들여 이야기를 창조해 나간다.

최근 출시된 스퀘어에닉스의 파이널 판타지 7 리버스. 게임 평가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92점의 높은 점수를 획득중이다.


4. 게임의 미술


 게임은 시각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자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따라서 수많은 감독과 일러스트레이터 및 엔지니어들이 매력적인 캐릭터 디자인과 세계 구축에 참가한다. 눈을 즐겁게 하는 핫미디어 체험을 통해서 게이머들은 잠시 새로운 현실을 마주하는 것이다. 이것을 구현하기 위해 기술적인 발전이 필요한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게다가 발전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개발에 끊임없이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이다.


5. 게임의 음악


 때로는 게임의 OST 또는 BGM이 화제가 되기도 한다. 게임 내에서 흘러나오는 배경음악이나 특정한 상황에 맞춰 나오는 테마 음악 등을 통해 게이머는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나의 조작과 함께 화음을 이루는 음악을 듣자면 감정이 함께 상승 및 하강을 하는 것이다. 이것도 음악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다. 물론 오롯이 즐기려면 게임보다는 청취에 집중하는 것이 나을 것이지만.

 

6. 그래서 게임은 예술인가


 나는 게임이 예술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동기와 목적, 보상이 존재하며 작품 자체보다는 인간의 유희적 감성이 우선하는 경우가 절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게임을 통해 예술을 한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너무나 많은 기술적, 환경적 요소들이 존재한다. 또한 결과물의 수준에 따라오는 문화적 가치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단순히 시간 낭비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그리고 과도하게 평가절하되고 있다.

 

최근 출시되어 게이머들의 극찬을 받고 있는 팔월드

7. 결론


 게임은 재미있다. 사실 위에 이야기한 모든 것은 사실 다음의 이유 하나로 정리된다. 사람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다. 생활을 위해서 때에 따라서는 싫어하는 일도 해야 하지만, 싫어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 작은 재미 하나라도 찾아내고 싶어 하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다. 유희적 인간이라는 표현이 알맞다. 재미있어서 즐기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


 간혹 문제가 되는 과몰입에 의한 개인의 탈선은 게임의 잘못이 아니다. 단지 그가 적당한 선에서 몰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뭔가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게임불감증'이라는 말이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게임을 즐길 것이다. 물론 적당한 선에서. 아주 재미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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