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다고 Apr 30. 2024

엄마는 핵인싸

엄마의 사회생활

 오랜 자취 생활을 청산하고 어머니와 합가해 살게 된 지 10개월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나는 어머니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실제와 다른 것인지 체감 중이다.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각자의 생각은 다양하겠지만 공통의 인식이 있다면 '기다리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일을 마치고, 바깥에서의 약속을 마치고, 또는 작업을 마치고 귀가하면 문 여는 소리에 가장 먼저 반겨주는 사람. 나보다 나를 더 기다리는 사람. 나의 기상과 수면과 발전과 성장을 기다리는 사람. 식탁 앞에서 아들을 기다리는 사람.


 그러나 나는 최근의 동거를 통해 깨닫는다. 내 어머니는 그런 내 편견을 산산이 부서뜨리는 분이라는 것을.


 "엄마 친구들이랑 여행 다녀올게."

 "오늘은 결혼식 다녀올 거야."

 "엄마 이번 달 일정 볼래?"


 최근에 어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들은 말들이다. 나도 어지간히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외부 활동을 즐기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휴대폰 캘린더에 빼곡한 어머니의 일정을 보며 내 일정의 상대적 허술함이 떠올라 헛웃음이 나왔다.


 "왜 웃어?"


 내 웃음에 대해 어머니는 매번 어리둥절해하신다. 그리고 난 그 모습조차 재미있어 크게 웃고 만다. 나도 어디 가든 사람들을 모으는 인사이더라는 소리를 듣는데, 이것이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 했더니 역시 모계 유전인 것 같다. 심지어 내 어머니는 인싸 중의 인싸, 소위 핵인싸인 것이다.


 나는 알고 있다. 어머니의 활발한 활동에는 특유의 부지런함이 녹아 있는 것을. 온갖 경조사와 모임, 연구와 여행을 하는 부지런함과 매일 아파트 앞산에서 맨발 걷기를 하고 산책을 하는 부지런함. 그것은 아들인 나와 함께 외출을 하더라도 그대로 나타난다.


 얼마 전, 어머니와 남산 근처 갤러리의 전시를 보고 남산타워까지 다녀온 날. 나는 어머니의 모습을 관찰하며 속으로 웃었다.

 어머니는 감탄도 부지런히 하셨다. 산을 부지런히 오르고, 봄의 끝자락에 흩날리는 꽃비 속에서 부지런히 감탄하셨다.

 양평으로 드라이브 다녀오던 날도 그랬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아름다운 것 하나하나 열거하며 지속적이면서 열정적으로 감탄하고 탄성을 지르셨다.


 오늘은 어머니의 친구와 제부도를 다녀오신다고 외출을 하셨다. 아들이 부실하게 식사를 할까 봐 이것저것 차려놓고 나가시면서도 운동 게을리하지 말아라, 밥 잘 차려 먹어라, 작업 열심히 해라 등 등 걱정을 한 바가지 쏟아놓고 나가셨다. 하루 또는 이틀을 보내고 오실 예정으로.

 아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쯤에도 어머니는 또 부지런하게 걷고 대화하며 감탄하고 계시겠지. 낮에 드리지 못한 말을 이 글에 남기고 싶다.


 "엄마, 즐겁고 재미있게, 마음껏 즐기고 오세요."

작가의 이전글 그림 배우기 첫걸음 - 소묘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