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효과 좋은 알람
자신과의 약속이란 어떤 기준을 스스로 정하고 이행하는 것을 위해 존재하기 마련이다. 대체로 지나치게 중요하거나 무거운 주제가 아니라 개인적이며 상대적으로 가벼운 약속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것은 대개 짧으면 며칠에서 몇 주 사이에 사그라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타인의 조력이 있을 경우에는 성공률이 상당히 향상된다. 남에게 알림으로써 자신의 행위에 일정한 감시 효과를 얻거나, 지속적인 관여를 통해 실행률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개인이 도전하는 금연, 금주나 다이어트 등 여러 분야에서 이런 행동 양식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지속적이고 끈질긴 간섭은 생활을 공유하지 않는 이상 어느 정도 헐거운 지점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만큼 뭔가 삶에 변화를 갖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나의 경우는 다르다. 얼마 전부터 단지 내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해서 근육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지난 한 달 새, 일과 특성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요일 외에는 단 하루도 빠짐없이 주 5회 꼴로 운동하고 있다. 내게는 특별히 부탁하지 않았음에도 집요하고 반복적으로 센터 출석과 운동을 강제하는 요소가 있다. 그것은 바로 어머니다.
"운동 안 가?"
"오늘은 운동 안 해?"
"운동하고 와야지."
열심히 작업을 하고 콘텐츠를 만들다 잠시라도 쉬고 있으면 여지없이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 그러면 나는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선다. 맞은편에 있는 피트니스 센터로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3분여. 그리고 한두 시간 운동하고 들어오면 당일의 숙제를 마친 기분이다.
오늘도 낮에 어머니의 재촉과 함께 헬스를 하고 들어왔다. 힘겹게 들어 올리던 봉의 무게는 한 달 새 20킬로그램, 러닝머신의 시간은 십 분이 늘었다. 달에 2만 원을 내고 이용하는데 알차게 뽕을 뽑기로는 어지간한 퍼스널 트레이닝보다 나은 것 같다.
운동을 마치고 허기를 느끼며 집에 들어오는데 어머니가 고기를 구우며 웃고 계셨다. 그 모습이 하도 재미있어서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말았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내 규칙적인 운동을 이끌어주는 알람은 어머니의 애정이다. 모정의 깊이만큼 얇아지는 내 허리사이즈인 것이다.
아마 나는 내일도 이렇게 러닝을 하고 바벨을 들어 올리겠지.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