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오 이시구로.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2024년 말
계엄 정국의 어수선한 분위기에 무안공항 제주항공 추락사고로 인해 우울했던 그해 연말
한국인 최초로 "소년이 온다"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들려왔다.
(아직 읽지는 않았다)
노벨문학상의 영예가 묻힐 수 있는 분위기였음에도 나름 의미있는 기사들과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서점들은 잠깐이나마 활기찬 분위기였던 것 같다. 교보문고에 팝업과 같은 별도 공간이 생겨나고 한강 작가의 작품들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던 것 같다.
무식한 나는, 특히 문학에 대한 부족한 지식, 감성 불량인지 그렇게 관심이 없었는데,
사회 분위기였는지 노벨문학상에 대해 궁금해 졌다.
노벨문학상은 무엇인지에 대해 인터넷에 물어보면 대략적인 개요는 알겠지만
1901년부터 2024년도까지 121명의 모든 작품을 섭렵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
목록을 보다 몇 권 익숙한 작품들과 작가들이 있어 조금 위안을 삼았지만
전체 목록과 작가들을 보다보니 헛웃음이 나온다. 그냥 아무 것도 모른다고 하는 편이 낫겠다.
그래서 우선 노벨문학상 필독서 31로 수박 겉핥기라도 시작해 본다.
이 책을 핥고 두 권의 책을 구매했다.
정말 읽고 싶다고 느낀 2017년 수상작인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 그리고
한강의 <<소년이 온다>>. 소년이 온다는 약간의 의무감이 있기는 했다.
201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위원회가 발표한 짤막한 문구는
"이시구로는 위대한 정서적 힘을 가진 소설을 통해 세계와 닿아 있다는 우리의 환상 밑의 심연을 드러냈다" 였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 전부터, 무식한 나는 몰랐지만, 이미 부커상을 수상한 바 있고 1989년 발표한 "남아있는 나날"과 같은 작품은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2005년에 발표한 <<나를 보내지 마 Never Let Me Go>>는 복제 인간의 영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소설로 작가의 대표작이다.
이야기는, 지금은 간병사로 일하는 캐시가 평범한 영국의 기숙학교처럼 보이는 '헤일셤'에서 보낸 지난날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루스와 토미 그리고 교사들. 얼핏 상장 소설로 읽히는데 이 책에 배경 지식이 없다면 주인공 캐시의 이야기에서 엉뚱한 단어들과 이야기가 나오는 것에 머리를 갸우뚱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요소만 없다면 행복한 어린 시절 그리고 그 어린 나이 때에 친구들과 사귀고 다투고 화해하는지 성장 소설로 읽혀진다. 그래서 책 장을 넘기며 '근원자' '클론' '장기' 같은 단어들을 만나며 가슴이 더 먹먹해 진다. 캐시의 추억담에서 만나게 되는 의혹, 클론과 장기기증과 같은 디스토피아적 SF 상황에서 무거운 주제 복제 인간에 영혼이 있을까 하는 불편한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복제 인간에 영혼이 있을까? 의 불편한 질문에 대해
"영혼"을 소유하는 대상의 범주가 정의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 꼬리를 문다. 인간의 영혼은 곧 그 인간의 본질이다. 소설 속에 나오는 대상들의 본질은 "클론" 즉 복제 인간이다. 이 들은 원래 복제됐던 이유는 장기를 기증하기 위함이다. 적게는 두 번, 많게는 네 차례 걸쳐 장기 기증을 하고 나면 죽게 된다.
클론으로의 삶의 본질 그리고 이 본질이 인간으로 당연한 미래의 꿈을 꾸고 서로간의 사랑도 인정 받을 수 없다면 복제 인간에 영혼이 있을까의 질문이 당연히 불편해 질 수 밖에 없다.
이들의 영혼과 본질은 어릴적 헤일셤에서 장기 기증을 위한 순응하는 복제 인간의 모습으로 형성된다.
장기 기증이 마치 배려심, 따듯함 그리고 이타적인 마음을 쓰는 것처럼 포장되서.
그들의 교육은 일반교육이 아닌 예술과 복제 인간으로의 갖춰야 할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기 위한 체육 활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를 두고 이 섬을 운영했던 학생들이 우호적이라 믿었던 과거 교사 에밀리는 이를 배려로 포장한다. 다른 곳들은 이런 인간적인 대우도 받지 못한다고. 그래서 학생들의 그림과 시를 후원자들에게 전시하고 설명하고 이를 통해 복제 인간의 영혼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라도 있었음을 그래서 본인을 양심있는 영혼의 소유자로 포장한다. 클론과 같은 생명 창조에 대한 문제 의식은 없다. 이 부분이 아마도 일부 독자들을 화가 나게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 의식은 클론과 같은 생명 창조에 대한 본질에 있는 것인데, 부당한 상황은 인정하면서 그 안에서의 사소한 배려가 무슨 의미였을까?
결국 인간들, 그리고 믿었던 교사도 복제 인간의 영혼을 인정하기 않기에,
캐시, 토미 모두 아이를 가질 수도 없고 사랑도 인정받을 수 없다는, 자신들에게 우호적일 것이라 믿었던 과거의 교사에게서, 차가운 대답을 듣는다.
그저 "이 모든 게 정말이지 유감스러운 일이야" 말 한 마디, 이것으로 그들에게 정해진 시간에 묵묵히 따르게 되며 결국 한 명, 두 명씩 장기를 기증하며서 세상을 떠난다.
깊은 울림이 있었다, 나 역시 잠깐의 이기적인 생각을 해본다. 이내 접기는 했다.
인간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한다. 이 역시 인간의 본질이다.
그런데 우리의 영혼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본질보다 인간의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을 구분해서 이야기 하고 있을 것이다.
기술 특히 유전자, 생명공학의 발전이 어디까지 일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우리의 기술이 어디까지 인간의 삶을 데리고 갈지 생각해 볼 것 같다.
인공장기를 시험에 제공하는 수많은 동물의 장기들, 인간을 위해 이 시간에도 실험실에서 희생하고 있는 많은 동물들 역시 존엄까지 말하기 어렵지만, 이 책의 주제를 놓고 생각의 깊이를 깊이 가져갈 때마다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