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육아의 기회비용, 삶의 모든 영역에서 가치가 상승한 것들 때문일까
몇일 전 손님이 회사에 찾아왔다. 오랜 전 다른 회사에서 같은 가치와 목표를 두고 일을 함께 했고 그 인연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 있는 분은 아니다. 1년에 한국을 몇 번 찾아오는 홍콩에 거주하고 계신 분이다. 그곳에서 프랑스 회사를 거쳐 지금은 본인의 사업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이미 유명한 바샤 커피 매장을 마카오에서 운영하고 있고, 잘은 모르지만 꽤 큰 리테일, 광고사업을 하고 있다. (인스타에서 본 정보밖에 모른다)
1년에 한번 정도 만나는 것 같다. 그 분이 한국에 왔을 때, 아니면 내가 홍콩에 출장 갈 일이 있으면.
이 분은 자녀가 3명이다. 아직 어린 것 같다. 모두 홍콩에서 초등과 유치원을 다닌다고 인스타를 보면 추정한다.
친한데 왜 이렇게 정보가 애매모호 하냐고? 만나면 밥을 먹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인데 생각보다 그분에 대한 정보가 많이 쌓이지 않았다.
대단하다고 생각한건 자녀가 3명이고 젊은 나이에 벌써 큰 사업을 홍콩에서 성공적으로 하고 있는 사실이다.
10여년 전 처음 만났을 때 그리고 일을 함께 할 때 참 일을 잘하는 친구로 각인되어 있다. 무엇을 해도 잘할 사람이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예상은 틀리지 않았던 것 같다.
3명의 자녀와 성공한 사업가, 그 이면에 어떤 지원과 첫 출발이 나와 어떻게 달랐는지 생각하지 않더라도 3명의 자녀와 일을 병행하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존중받을 일이다.
매일 매일 우리는 신문기사를 통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격변하는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잠시나마 생각할 것이다.
난 가장 걱정되는 것이 “저출산”이다. 앞으로 이 나라에 인구 구조는 어떻게 될까? 급격한 노령화 시대가 멀지 않았음에 내 불안은 극에 달한다.
적정 인구는 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하는 근간이다.
세계 인구 규모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여성 1인당 평균 자녀수를 뜻하는 ‘대체 출산율’은 2라고 한다.
인구 대국인 인도에서도 젊은 여성들은 평균 1.9명의 자녀만 낳고 싶어한다고 한다. (이것도 대단하다)
그에 비해 합계 출산율 0.8인 한국의 저출생 현상,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축에 드는 이 출산율은 앞으로도 크게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 여성은 평균적으로 학력이 높다.
몇년 전부터 신입, 경력사원 면접을 보는데 학력 뿐만 아니라 머리 속에 들은 것들 그리고 그것을 이야기 하는 기술만 놓고 보면 남직원은 설자리를 잃는다.
그리고 내 자리에서 일어나 보면 여성 밖에 보이지 않던 시기도 있었다. 전 회사에서 팀장일 때 남직원 2명 여직원 5명이었다.
기획과 전략을 맡는 자리인데 마치 이곳은 여성의 자리라고 못을 박아 놓은 것 같았다. 반면 기술팀은 대부분 남자 직원의 영역이다.
기획과 전략이 나오면 기술의 이행으로 넘어가는데, 같은 월급을 받더라도 회사가 가야할 선행적인 업무는 여성이 그리고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남성이 하는 고착화된 패턴을 가지고 있었다.
광고대행사도 어느 회사 마케팅, 홍보 부서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기술과 기술이 아닌 영역으로 남녀가 분리된 것인가?
그럼에도 명확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이 회사에 여성 임원은 없다. 여성 팀장은 내가 꼭 있어야 한다고 몇번 이야기 했는데 실현되지 않았다.
회사를 구성하는 성비는 큰 차이가 없는데 평균적으로 회사에서 지급하는 연봉을 남성들이 압도적으로 더 많이 가져가는 구조이다.
이것을 한국 출생률이 낮은 이유, 높은 성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OECD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 아직까지 한국은 여전히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사회임을 반증한다.
앞에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한국 여성은 평균적으로 학력이 높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사회, 아기를 낳으면 1차 양육자가 되는 사회적 분위기, 유급 노동 비율이 낮은 환경에서
한국의 출산률을 높이는 것은 사회의 공정성이 1960, 70년대로 퇴보하고 여성이 일자리를 갖지 않아야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보이지 않을 수 있겠군나.. 생각이 든다.
평등 수준이 보장된 곳일 수록 더 많은 자녀를 낳기로 결심한다고 하나,
이미 전 세계 통틀어 돈이 많은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아이를 덜 낳는 경향이 자리 잡은 듯 하다.
정부의 보편적인 금전적 지원은 이미 그 효과에 의문에 제기된지 오래다. 돈이 없어 아이를 못 낳는다는 전제는 이미 틀렸다.
전반적으로 2000년대를 지나가며 빠른 사회경제적 발전으로 자녀를 낳으려는 욕구는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보다도 저출생의 원인을 자녀를 낳는 것의 기회비용으로 본다는 인식의 전환이다.
우리 부모 세대들은 자녀에게 시간을 써도 잃을게 없었는데 그러나 오늘날 육아의 기회비용으로는
휴가, 외식, 배우자와 보내는 오붓한 시간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남녀를 아울러 예전보다 가치가 상승한 것들이 숱하게 존재한다.
여가시간을 더 가지고 싶은 욕구를 어떻게 할 방법은 없다.
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어 낯설지도 않다.
아이가 없는 부부들은 흔한 일이고 이제 막 결혼을 결심한 커플은 2세 계획도 없고, 둘이 어떻게 행복해 질 것에 대한 고민이 우선이고 (물론 맞기는 하다)
여자는 남자에게 집에 가서 2세는 없다는 약속을 받아오라고 종용한다.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누구에게 뭐라고 할 것인가?
나 역시 두 딸을 키우고 맞벌이에서 외벌이로 전환된 경험을 돌아보면 그들이 추구하는 삶은 충분하게 납득이 된다. 응원한다. 솔직히 부럽다.
맞벌이를 하면 사고 싶은거 사고 떠나고 싶을 때 훌쩍 고민없이 떠날 수 있고 (요즘은 연차 쓰기도 참 쉽지 않은가) 서로의 삶을 존중하고 그래서 갈등도 덜하고.
나?
애들 학원비에 허리가 휘고, 불확실성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에 애들 보며 인상이 써지고, 어디 한번 가려면 훌쩍이 아닌 몇번의 고민과 계획이 수반되고,
부모님들은 아파서 병원 가는 일상이 이어지고, 아파트 대출은 남아있고, 은퇴하고 나면 어떻게 살지 고미은 되는데 딱히 실행 방안이 없는 이런 삶을 누구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요즘은 아이를 낳으면 정부에서 지원금이라도 주지 나 때는 그런거 없었다.
너무 부정적으로 쓰기는 했지만 내가 그렇게 불행하지는 않으니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그저 부모 노릇을 더 쉽고 낫고 공정하게 해 줄 극적 변화가 있어서 지금 아이들이 없는 사람들이 인식의 전환을 했으면 좋겠고
여성들이 배운 만큼 열심히 하는 만큼 성과가 공정하게 실현되는 사회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