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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당주민 Oct 12. 2023

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

The future is ANALOG

책은 나와 런던까지 긴 여행을 함께 했고 출장일정이 그리 빡빡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다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책을 읽으며 너무 많은 생각에 잠기고 왜 그리 옛 생각이 나는지 생각보다 오래 잡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꿀벌의 예언을 미친 속도로 읽고 있다. 1권 끝.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한 미친 상상력과 필력에 감탄 중



0,1의 이진법의 디지털 개념을 처음 접한건 복학하고 나서 처음으로 교수 이메일로 리포트를 보내고 학교 전산실에서 수강신청을 하고 뉴미디어론 수업에서 "디지틀이다, being digital'이 교재로 채택된 시기이다. 당시 디지털이냐 디지틀이냐 어떤 단어가 맞는지도 논란이었다.



입사하고 나서 개인용 PC를 쓰는게 당연했는데 회사 캐비닛에 파일에서 손으로 꾹꾹 눌러쓴 대표이사 보고서를 봤고 몇 해 전까지 팀에는 PC가 2대 있었고 그거를 갓 상고를 졸업한 여직원이 앞에 앉아서 타자기 치 듯 윗사람들의 필기를 PC에 옮겨 담았다고 한다. 그렇게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로 옮겨가는 시대를 살았던 기억 때문인지 책 제목을 보고 주저없는 선택을 했었던 것 같다.



세상은 편리해졌고 손가락만의 움직임으로도 원하는 재화를 손쉽게 얻고 (물론 비용이 발생하지만) 하루를 꼬박 날아와 마주보지 않아도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디지털 세상에서 태어난 세대는 당연하겠지만 나에게는 아직까지 참 신기한 세상이다. 디지털은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시대에서 제대로 그 힘을 과시했고 모든 세상이 미래는 디지털로 귀결될 것으로 보였다. 지금은 신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메타버스 단어는 불과 1~2년 전만해도 모든 사무 공간을 대체할 것처럼 보였고 성급한 이들은 도시의 사무공간 해체까지 예언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은 벌어지지 않았고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는데 우리는 아무 일 없이 출근하고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고 노트북과 큰 모니터에서 자료를 작성하고 출력하고 보고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디지털은 계속 세상의 중심이지만 코로나 이전의 일상까지 변화시키지는 못했다.



코로나 시기 동안 거대한 IT업체와 그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부를 가져다 주었지만 사람들은 디지털만 남은 세상에서 살아가더라도 실제 경험과 관계와 같은 아날로그의 삶도 중요하다는 깨달았을 것이다. 아닐 수도 있고.



이런 팬더믹을 겪고 나서 5년전 베스트셀러였던 "아날로그의 반격"의 저자는 팬더믹 기간에 본인이 겪은 이야기 바탕으로 빠르게 '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 아날로그가 미래다'를 출판한 것 같다. 딱 좋은 시기에. 회사, 학교, 쇼핑, 문화생활, 대화 등 7개의 일상적 주제를 놓고 디지털 미래에서 진짜 가치가 있는 아날로그의 요소를 탐구한다. 더 인간적인 미래를 만들기 위해 정말 필요한게 무엇인지.



인간과 빠르게 발전하는 기계간의 협력은 세상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혁신을 가져오는 것에 대해 반박할 수는 없지만 과연 기계가 인간의 정서적 공감을 통한 관계, 유대감의 형성까지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미친 속도로 발전하는 AI가 대체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오늘 신문에서 한페이지에 "종이책 읽고 손글씨 써라"... 각국, 디지털 교에에 제동의 큰 제목의 기사가 있었다 과도한 디지털 문화가 문해력 저하를 유발하고 인쇄된 교과서와 교사의 전문지식을 토해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는 것이고 유럽의 국가들이 주도하고 있다. 다른 옆에 대조적으로 싱가포르는 모든 학생에 태블릿을 지급한다고 하고 한국은 25년부터 세계 첫 AI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된다고 한다. 난 아직도 필기가 더 실질적이고 진정성 있게 표현하고 종이책을 통한 학습이 아이들의 상상력을 고취시킨다고 믿는다.




최근에 학교들 다녀와서 더 아날로그의 삶이 그리워 지는 것 같다.


그리고 영국도서관에서 사온 하루에 한 챕터씩 읽는 책도 생각없이 시간 보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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