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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당주민 Oct 15. 2023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내가 가진걸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용기를 준 책

23년 추석 연휴는 10.2일이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6일이라는 긴 시간이 주어졌다. 회사에서 진행하던 일이 틀어지면서 마음은 불편해 졌지만 최대한 생각없이 오랜시간을 쉬고자 했는데 연휴 마지막 날 저녁 빛의 속도로 지나간 연휴를 뒤돌아 보니 약간 허망했다. (그래도 책을 한권 다 읽었고 디즈니 플러스에서 무빙을 다 봤다)

회사에서 꿀벌의 예언을 다 읽고 바로 집어 들었다


군대에서 전역을 기다리던 지루한 시간을 생각보면 지난 6일의 연휴는 정말 빛의 속도로 밖에 표현할 수 밖에.


이렇게 우리는 일반적으로 빛의 속도를 이렇게 표현한다. 일상의 언어로. 그런데 물리학자들은 빛의 속도를 이야기하면 바로 먼저 빛의 속도는 초속 30만 킬로미터 정확하게는 299,792.458km/s로 음속의 무려 90만 배나 된다고 하네. (책 페이지 222~223)이렇게 머리에 떠올리며 이야기 중간에 끼어들어 설명할 것 같다. 이것이 그들의 언어니까.


이게 얼마나 빠른 속도인지 감을 잡을 수 없다. 기껏해야 비행기를 탔을 때 모니터에 나오는 비행속도가 900km/h로 순항하고 있다고 보고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평균 50km/h 수준을 생각하며 진짜 빠르게 날고 있구나 정도. 그렇게 과학의 언어는 어렵고 인간의 언어로 과학을 쉽게 배우는 것이 지금까지 나에게는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다. 무엇보다 과학의 언어로 살지 않아도 딱히 사는 것이 어렵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온전한 교양인이 되기 위해 과학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내가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몇 안되는 최고의 인문학자인데 이제 과학을 장착하고 인간과 사회와 생명과 우주를 이해하며 완벽한 인생의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다. 그니까 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다.


청주 처가 마당에서 책 읽기 딱 좋은 날, 책 읽기에 모든 것이 완벽했던 하루



유시민 이 세 글자만 보고 책을 구매한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국회와 정부에서 잠시 일했고 비평가로 방송에 출연하고 지금은 책을 읽고 여행을 하고 글을 쓰면 산다고 한다. 낚시도 자주 다니는 것 같다. 그에게 이것 외에 사회에 특히 현 시점에서 기대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은데. 근데 지금 그는 책을 쓰기에 가장 좋은 컨디션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지금까지 인간과 사회를 연구하는 인문학에서 과학까지 영역을 확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


과학이 어려운 것인지 유시민 작가 마저도 과학을 인간의 언어로 옮기는 것이 힘들었는지 내 가독성이 떨어지는 건지 책은 지금까지 그의 책 중 가장 읽기 어려웠다. 그전까지는 유시민 작가의 책은 내가 어느정도 이해 가능한 인간의 언어로 쓰였고 나는 항상 그 내용에 공감해 왔다. 근데 어려운 것은 어려운 것이다. 인간과 생명과 자연과 우주를 대하는 과학자들이 현상을 관찰하고 실험과 분석과 추론으로 대상의 실체에 다가서는 이 위대한 과정과 결과를 그냥 응원하고 존중해 주기로 했다. 여기서 결과는 이렇게 정의 가능할 것 같다. (책 페이지 36) 과학혁명은 생산기술을 혁신함으로써 생산조직의 형태와 운영방식, 대중의 생활방식, 정치제도와 법률, 사회적 계급의 성격, 국가의 기능, 가족제도와 문화양식까지 세상 모든 것을 바꾸었다. 그런 변화의 원인을 찾고 양상을 분석하며 미래를 전망하는 것이 인문학의 과제다. 난 후자에 더 시간을 보내며 내가 가진 것으로 인생을 살까 한다.


그래도 마지막 수학을 다루며 내가 가진 것으로 인생을 산다며 수학을 못해도 내 인생을 나름의 의미로 채울 수 있다는 말로 위안을 삼는다. 그들에게 신계의 언어가 있듯 나같은 사람이 쓰는 인간계의 언어가 존재하고 쓰는 말과 사고방식도 같지 않다는 사실이 있다는 것. 그래도 이 책을 읽은 이상 앞으로 관심을 계속 가질 것 같다. 그리고 서문에서 추천한 '코스모스' '이기적 유전자' '원더풀 사이언스' 정도는 읽으려고 한다. 그리고 바로 몇 달 전 구매하고 계속 미룬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집어들었다.


마지막으로 작가도 그랬지만 나 역시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생물학) 챕터를 읽으며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게 그리고 더 겸손해 질 수 있는 공부가 되었다. 이 챕터를 읽으면 친일파도 매국노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너구리를 본 것은 우연한 행운이었다. 가족들과 너구리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진짜 너구리가 나타났다


아주 자주 산책하는 분당중앙공원에서 우연히 몇 번 마주친 너구리가 새삼 소중하게 느껴진다. 생태계에 영향만 없다면 제발 오래 오래 이 동네를 지켜주기 바란다. 요즘 큰 멍멍이들 산책 많이 하던데 모두들 목줄에 신경쓰시기를. 너구리 지키기 위해.



#문과남자의과학공부 #유시민작가

#사피엔스 #유발하라리 #분당중앙공원 #너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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