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이라는 이름의 유산
오늘 아침, 책을 읽다가 이런 문장을 만났다.
“성실이 없는 곳에 존재가 없다.”
이 문장을 보는 순간,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남편 없는 세상에서 자식들을 잘 키워내겠다는 마음 하나로, 오직 성실을 붙들고 살아오셨던 분.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시지만, 우리 자매들이 모이면 꼭 이런 말을 한다.
“우리가 이렇게 성실하게 사는 건, 정말 엄마를 닮아서인 것 같아.”
“다 엄마 덕분이지…”
어머니는 늘 꼭두새벽에 일어나셨다.
그리고 조용히 기도하셨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남의 논밭에는 풀이 무성해도 우리 논밭에는 풀 한 포기 남겨두지 않으셨다.
부지런함과 정성으로 밭을 일구셨다.
일을 잘하신다는 이유로 남의 일까지 도맡아 하셨다.
콩이며 팥이며 감자, 고구마, 땅콩…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지 않으셨다.
자식들이 잘 살아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농사지은 것들을 바리바리 싸서 보내주시던 어머니.
그렇게 평생을 성실로 사신 분.
‘성실’이라는 단어 앞에 멍하니 앉아 생각이 깊어진 아침이다.
성실하면 부자가 되지 못할 수는 있어도, 가난해지지는 않는다는 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모이를 더 많이 쪼아 먹는다는 말.
뚜벅뚜벅 황소걸음으로 걸어도 천 리를 갈 수 있다는 말.
물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여 결국 물통을 가득 채운다는 말.
예수는 “일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라고 했고,
부처님은 게으름의 죄가 얼마나 큰지를 경계하셨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존재의 근본에는 ‘성실’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오래전부터 이렇게 생각해 왔다.
성실하지 않다면, 나라는 존재는 없다고.
남이 나를 성실하다고 인정해 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향해 “나는 성실하게 살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제 나이가 더 들어가면서 깨닫는다.
성실은 기본이지만, 조급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서두르지 않되, 멈추지 않는 것.
급하지 않되, 꾸준함을 잃지 않는 것.
사람은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할 때 가장 아름다워 보인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걷기를 할 때도, 등산을 할 때도 한 걸음 한 걸음이 중요하다.
그 한 걸음이 모여 결국 정상에 닿는다.
몇 걸음을 한꺼번에 내디딘다고 해서 산을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제 나는
산을 오르듯, 다시 내려오듯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싶다.
오늘 하루를 성실히 살았다면
그것으로 이미 인생을 성실히 산 것이 아닐까.
자식들 앞에서 ‘성실’이라는 말을 몸으로 보여주고 가신 어머니.
그 삶을 생각하면 오늘 아침, 마음이 조용히 따뜻해진다.
그리고 다시 다짐해 본다.
급하지 않게, 그러나 멈추지 않고.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성실하게.
그냥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