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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 Jun 03. 2024

글쓰기를 운동처럼?..!!

작가탄생

은퇴 후 '직업이라고 생각될 만한' 일을 찾고 싶었다.

직장인, 주부, 엄마, 딸.. 그런 여러 가지 역할을 평생 해 온 나로서는, 이제는 돈은 벌지 않더라도 오래오래 정진할 수 있는 그런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은퇴 후 직업은, 평소 즐겨하고 좋아하던 그런 일을 연장하고 확정하여 찾아보라 하니 내 취미 몇 가지를 두고 고민해 보았다.


1. 수영

 40대 초반에 시작한 늦은 저녁 수영하기는 그 구력이 20년이나 된다. 수영을 처음 시작하고 나서 만성 질병도 털어내고 늘 고민이던 야윈 몸도 체중이 늘어나는 등 '할렐루야 수영'의 세계를 맛보았다. 그랬던 나의 현재 수영실력은? 중급반이다. 한때는 더 잘하려고 열정을 뿜어냈지만 이제는 헉헉거리며 힘들게 하고 싶지가 않다. 그저 물놀이 정도의 운동량과 더운물 팍팍 틀어가며 샤워하기.. 그 정도에 만족하는 수영 생활.  

라이프 가드 같은 수영을 매개로 한 분야에 도전하는 꿈은 절대, 네버... 꿈꿀 수 없다.


2. 피아노

소원하고 갈망하던 피아노 레슨을 시작했다.

은퇴 후 그 많은 시간에 장기 계획으로 수련한다면 교회 어르신 소모임에 반주라도 해 드릴 수 있지 않을까.. 꿈을 꾸며 어린이 바이엘 하권으로 시작했다. 피아노는 즐겨하지도 좋아하지도 못했던 취미 분야지만 오랫동안 갈망하고 사랑해 온 영역. 레슨을 시작해 보니.. 이거 참..

레슨만 시작하면 연주자의 길로 들어서는 것과 같은 알았다. 독학으로 '바이엘 하권' 훑기를 몇 번이나 했던 나인데 레슨 선생님 앞에 앉아 보니 마치 악보를 처음 본 듯, 손가락이 내 몸의 일부가 아닌 듯 말을 듣지 않았다. 오른손 왼손 각각 연습, 몇 마디씩 끊어서 연습하기 등 각고의 부단한 노력만이 처음부터 다시 또 요구되었다. 몰랐던 재능을 발견하기는커녕, 연습의 지옥에 빠져 고생할 분야 피아노. 직업으로서의 가능성, 고려 대상에서 아웃이다, 아웃!!


3. 바느질

이건 참 내가 만만하게 생각해 온 분야다. 비록 단추달기, 터진 옆구리 붙여 꿰매기 같은 것을 즐겨온 수준이지만, 한 때는 교회 사람들과 어울려 꽃자수 이불 등 거창한 것도 만들어보았다. 그때는 내 안에 엄청난 재능이 숨어 있을 거라 믿었고, 은퇴하면, 시간 많아지면 재봉틀 사용법을 배워서 바느질의 영역을 넓혀보려 했었다. 그런데 이젠...

눈이 안 보인다. 자수용 바늘은 귀가 커서 실을 꿰는 데는 그럭저럭 괜찮다. 외할머니 바느질 하시던 모습을 생각하면 내 머리카락이 허옇게 된 후에도 바느질은 계속할 수 있겠지만 이 일로 뭔가 직업 삼아 살기에는 어려움이 너~ 어~ 무 많다.


4. 독서

요건 참, 생각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해지는 일이다. 그런데 이 일에도 한계는 있다. 은퇴를 하고 보니 과로사를 걱정할 만큼의 번잡한 백수생활이어서 독서 시간이 더 줄어든 형편. 그런데다 몇 년 전부터 문제가 되었던 눈질환(망막정맥폐쇄 및 백내장)이 독서를 힘들게 한다. 태블릿을 장만하여 독서 전용으로 사용하면서 즐거움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나의 독서는 오직 전자책으로만 가능하게 되었다.

전자책.. 읽고 싶은 책을 골라내기엔 아쉬움이 많다. 우리나라도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는데, 노안으로 고생하는 독서 인구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 종이책만큼이나 풍성하게 전자책을 골라볼 수 있게 되기를 출판계에 바라는 것으로... 고민 종료.    


5. 글쓰기

일기 같은 글쓰기를 N블로그에서 해 왔다. 신변 잡기의 기록으로 생각하고 써온 그 일을 딸아이 고등학교 때부터 해 왔으니 꽤 오래된 구력이다. 신혼 초에 에세이집도 출간한 경험이 있긴 한데 그 일은 내 인생의 해프닝 중의 하나 그러나 언젠가 여유가 생긴다면 (시간과 돈... 둘 다..) 글쓰기를 집중적으로 해 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은 해 왔었다. 글쓰기는 불안하고 불편했던 시간이 많았다고 여겨지는 나의 지난날들을 돌아보고, 위로하고, 씻어내면서 나를 다시 세우는 좋은 방안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끔 pc 앞에 앉아 email 이든 일기이든 한동안 글을 쓰고 나면 운동을 한 듯,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좋은 시간을 보낸 느낌이 든다. 그러니 이 취미는 지속 발전시켜도 괜찮지 않을까.


오늘의 생각 정리

우연히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어 버린 지금, 아무래도 글쓰기를 붙잡아야겠다는 생각.  

직업으로서 월급이나 수입은 없겠지만 나 이제 그런 거 없어도 되는 연금생활자이니 괜찮다.

실력은? 그건 모르겠다. 그러나, 운동처럼 꾸준히 해나가면 근육이 생긴다지 않는가.


글쓰기, 조바심 내지 않고, 즐기면서, 꾸준히, 운동처럼 해나간다면..

그게 나의 직업이 될 수... 수...


은퇴 후 직업 고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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