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다'라는 말

-평행선 좁히기

by 행복반 홍교사

달라서 좋은 점이 분명히 있다. 혼자였다면 선택하거나 행동하지 않았을 일들을 해볼 수 있기도 하고,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에너지를 얻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다르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나는 핸드폰을 거의 벨소리로 하지 않는다. 아니 항상 진동으로 해놓는다.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을 텐데 생각해 보면 공공장소에서 내 핸드폰에서 벨소리 나서 시선이 집중되는 게 싫었던 것 같고, 전화를 굳이 못 받아도 확인하고 다시 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특히, 아이들을 낳고 기르면서는 집에 거의 있다 보니, 어떤 작은 소리도 굳이 벨소리로 하지 않아도 잘 들을 수 있고, 아이들이 아기 때는 잠을 깨울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어느 순간부턴가 진동으로 고정되었던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진동이 편하다. 내 성격에, 내 환경에 그게 편했다.


근데 남편은 내가 전화를 바로 받지 않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전화를 못 받으니 벨소리로 바꾸라는데, 벨소리로 바꿨다가도 위의 이런저런 이유로 다시 진동으로 바꾸면 꼭 남편의 전화를 못 받는다. 그러면 여지없이 벨소리로 왜 안 바꾸냐고 한다. 자기 말을 잘 안 들어준단다.


나는 내 속도로 남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 순식간에 변화는 없지만 조금씩 바꾸며 나의 할 일들을 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내 성향과 나만의 이유 등으로 한순간에 바꾸는 건 쉽지 않음을 남편은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 아빠와 엄마는 한평생 평행선을 달리셨다. 우리 아빠는 굉장히 원칙과 본인의 루틴을 중시하시는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셨고, 우리 엄마는 평범하지만 고집 있는 가정주부셨다. 아빠는 얘기를 시작하시면 기승전결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을 하셨는데, 커서 언니는 반기를 들고 짧게 하시라고 한 소리 했고, 남동생은 안 들었고, 나는 끝까지 앉아서 아빠의 이야기를 들어드렸다. 말이 많지 않은 아빠 셨기에 말을 시작하셨을 때는 분명 아빠만의 하고자 하는 말이 있으셨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옆에서 아이들 힘들다며 말리셨다. 그러면 아빠는 엄마에게 "또 그런다"며 화를 내셨다.


엄마는 엄마대로 엄마의 생각을 우리들에게 얘기하려고 하면 아빠는 중간에 끊고 자신의 말씀을 하시기도 하고 말이다. 두 분의 평행선은 서로의 말을 끝까지 귀담아 들어주지 않아서는 아니었을까 싶다. 그건 '존중'이고 '배려'의 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랬던 두 분도 70대인 지금은 편해지셨다. 엄마는 서로 그저 날을 세우지 않고 인정하고 넘어간 덕이라고 하셨다.



부모님과는 다르지만 우리도 그런 걸까.

혹시 평행선은 아닌 걸까.


나는 말을 듣는 걸 더 편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말을 할 때는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그 과정을 말해주고 싶어 한다.

남편은 결론과 핵심이 중요하다.

내가 말이 길어지는 것 같으면 "그래서? 결론은?" 말한다.

그럼 할 말이 없다. 나는 그 과정을 나누고 싶었던 건데 결론만 말하고 나면 할 말이 없어지고 입을 꾹 다문다.


우리는 머릿속의 처리 속도도 다르다.

나는 천천히 나무늘보인데, 남편은 LTE급이다. 서로 너무 다른 사람이 만나서 우리는 참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기가 어려운 듯하다.


근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우리 첫째가 나를 닮았는지 과정 서술이 길다.

자신의 설명에 "예를 들어..."까지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풀어 말해준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래서? 정말?"하고 듣는데, 남편은 끝까지 듣는 걸 어려워한다.


아이가 아빠에게 말할 때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지 않고 끊는 아빠에게 나중에는 아예 말을 안 하게 되지는 않을까 그것도 걱정이 된다.


세상에 나 같은 사람, 남편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하지만 아이에게 가장 영향을 주는 사람은 우리, 부모이기에 마음의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더욱 조심스럽기도 하다.



아침에 핸드폰을 벨소리로 바꾸었다. 남편이 한의원 가라고 해서 아침에 한의원 가서 침도 맞으려고 한다.



"나도 남편 말 잘 새겨들을 테니까, 당신도 첫째가 말 길게 해도 안다고 말 끊지 말고 끝까지 눈 보면서 잘 들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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