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갈 길을 그저 응원해 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by 행복반 홍교사

첫째는 손이 참 야무지고 집중력과 끈기가 있어서 어릴 때부터도 변신로봇 조립을 어른인 우리의 도움 없이 척척해냈다. 모르면 설명서보고 다시 해보고, 다시 해보고 하면서 한자리에 앉아 거뜬히 해냈다.

옷 입는 것, 먹는 것 등은 굉장히 무던해서 엄마가 입혀주는 옷 그냥 입고, 엄마가 해주는 음식도 대부분 그냥 먹는 편이다.


근데 꿈지럭거리기 대장이기도 하다. 갈아입은 옷은 바닥에 그냥 벗어두고 "@@부터 하자!" 세 번 이상 말해도 다른 걸 하느라, 귓등으로 흘려듣기 십상이고 말이다.


하지만, 최대한 재촉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 아이만의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편이 나에게 왜 제때제때 치우지 않냐고 말하면, 속으로 '나는 내가 하고 싶을 때, 내 시간에 치우려고 했는데'라고 생각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남편의 '때'가 아니라, 내 '때'에 나도 나름 계획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걸 게으르다고 단정 짓는 게 속상했듯이, 우리 첫째는 자기 나름대로 자기만의 규칙성 게 자기 삶을 살고 있는 걸 테니까 말이다.



오늘 아침 첫째의 등교 준비. 비가 많이 와서 아침부터 우비 입고 장화 신고 하느라 조금 마음 급하게 나와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 와중에 호기심 많은 우리 첫째, 그새를 못 참고 우산 장난을 치다가 우산 살 끝에 플라스틱 꼭지가 우산살과 분리가 되어 너덜거리는 거다.


엘리베이터가 열렸는데 그걸 수습하고 가야 우산을 제대로 쓰고 갈 텐데 싶어 안에 타신 분께 먼저 내려가시라고 하고 우산살을 집어 플라스틱 꼭지에 끼었다.


아침 그 바쁜 순간에 우산 장난 안 하고 가만히만 기다렸어도 벌써 내려갔을 건데. '가만히 좀 기다리지. 왜 이건 가지고 장난쳐서는!' 순간 화가 올라왔다.


엘리베이터는 위로 올라갔다 내려오느라 또 시간이 지나고, 결국 계단으로 내려가는 아이 보며 "빗길 조심해", "차 조심해."하고 '조심해~'만 수십 번. 또 잔소리 한 바구니 하고 보낸 듯하다.


그냥 '네가 우산살 잘 껴서 가지고 가봐' 하고 엘리베이터를 태워 보내더라도 잔소리나 화내는 건 '네 몫'이라 생각하고 좀 덜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다.


아이한테 내가 다 해주려고 붙잡고 있다가 엘리베이터도 놓치고 엄마 맘대로 솟구친 화를 아이에게 전한 건 아닌지 말이다.


아이들이 자기 갈 길, 자기 삶을 잘 살아내도록 도와준다는 건 '부모와 아이는 다르다'는 건강한 분리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참 어려운 '쿨함'. '너는 너고 나는 나다'가 참 어려운 나란 사람. 상대방의 마음이 더 신경 쓰이고 안 힘들게 해주고 싶은 나는 나보다 약한(더 강할 수도 있다는 걸 자꾸만 까먹는다!)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해주고 있는 건 아닐까.


조금씩 연습하자. 떨어지는 연습. 대신 손 흔들며 반갑게 그 자리에 있어주는 든든한 부모.


잘 가! 네 갈길 잘 가~
엄마 속상하니까 가다가 넘어지지 말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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