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집중하기
아이들이 하루하루 점점 자라남을 느끼는 건 내 말에 '말대꾸'를 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었던 아이들인데, 이제는 "에이~ 그건 아니지. 왜냐하면...." 한다.
엄마의 기억력은 점점 감퇴되는데, 나날이 우리 아이들의 지식창고는 늘어가니 급기야 "엄마는 그것도 몰라?"하기도 한다. 내성적인 엄마가 얼굴이 붉어지는 순간이다.
아이들이 '말대꾸'를 한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만큼 잘 자라고 있다는 말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아이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모두 설명해 줄 수 없을 거라는 것도 안다. 엄마도 모르는 건 모르고, 그래서 같이 찾아보고 알아보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어릴 때는 아이들에게 준비한 놀이들을 제안할 수 있었다. 우리 아이들이 관심 있어하는 것 위주로 제안하니 아이들도 재미있고 즐겁게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놀이를 엄마에게 같이 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면 열일을 제쳐놓고(아니, 하던 일이 있었다면 마저 끝낸 후에 놀이에 동참하겠다고 말한다) 함께 한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줄어든다. 그 대신에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한계는 알려준다. 그 안에서 아이들은 마음껏 자신의 시간을 보낸다. 가끔 불안하기도 하다. '이래도 되나' 싶다. 무언가 더 제공해 주어야 하는 건 아닐까. 나의 직무유기는 아닐까. 한 번씩 그런 불안감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우리 아이들을 믿는다.
자신의 삶의 주인공으로,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살아갈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그래서 고개를 나에게로 돌린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한다.
오늘 작년에 썼던 전자책 사이트를 통해 교육 대학원 학생분이 문의를 주셨다. 유아교육 현장에 도움이 될만한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설문지에 전문가 평정이 필요하여 체크해 주실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유아 교육 현장에 도움이 될만한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니 그러겠다고 의사를 전달했고, 대신에 대학원 학생분은 나의 전자책을 구입해 주셨다.
사실 별 거 아닐 수 있지만, 나의 자료를 통해 지식을 활용하고 조그만 수익을 낸 것 같아서 뿌듯했다.
작은 씨앗을 싹 틔우는 노력.
한 발, 한 발 내딛는 시도와 도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집중하기. 불안해하지 않고 아이들과 내가 둘 다 잘 자라기 위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