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반 홍교사 11시간전

 구구단 뭣이 중헌디~

둘째의 등원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시는 어머님 친구분을 만났다. 오랜 만에 뵈어서 우리 둘째를 더욱 반갑게 아는 척 해주셨다. 그리고는 갑자기 "너 구구단 외울 수 있다며?" 하신다.


아마도 우리 어머님이 어머님 댁에 아이들과 놀러갔을 때, 둘째가 형아따라 자연스럽게 같이 외운 구구단을 말하는 걸 들으시고 친구분께 얘기하신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어머니 친구분께 "아네. 형아 외울 때 같이 외워서요." 그랬다.

그랬더니, 갑자기 둘째에게 "6*7에 뭐야?"하신다.


우리 둘째가 그 말을 듣고 머릿 속으로 6단을 생각하느라 입을 꼬물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때마침 유치원 차가 오길래, 내가 "차왔다. 6*7은 42~"하고 일단락을 지었다.


자기가 대답하고 싶었는데 엄마가 답을 말해 버리니, 아이가 영 속상했나보다.

나에게 "엄마때문에 차가 왔잖아." 그런다. 아마도 "엄마가 말안해줘도 내가 대답하려고 했는데 왜 말해."라는 말이겠지.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고 나중에 말하더라도 답을 내가 말해주지 않았던 게 맞았을까. 유치원 차가 왔으니 빨리 마무리 지어야 했던 엄마의 마음이었지만 아이는 속상했겠지.


우리 둘째는 뭐든 잘하고 싶어한다. 대부분 둘째들이 첫째의 하는 걸 보고 더 잘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도 부응하고 싶어하고, 또 스스로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말이다. 우리 둘째도 그렇다. 그리고 때로는 잘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잘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아이의 마음을 가득채우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둘째에게 항상 그런 말을 해준다. '실수해도 괜찮다'고 말이다.


저번에 아이들 밤에 재울 때 같이 누워서 이런 말을 했었다.

"둘째야, 완벽하지 않아도 돼. 실수하고 실패하면 더 좋아. 그건 무언가 시도하고 도전해 보았다는 거거든. 뭔가를 했는데 실패하지 않을 수는 없어. 어른이 되어도 무수히 많이 실패하거든. 그래서 엄마는 실수하고 실패하면 박수쳐줄거야."


"난 안그래~" 하면서 그냥 흘려 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눈을 훔친다. 정말 실수하거나 실패하면 안된다는 마음이 있었나. 그런 부담감을 조금은 가지고 있나보다 싶었다.

그래서 더욱이 둘째의 마음을 조금더 들여다 본다.


너에게는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엄마는 어떤 걸 도와줄 수 있을까.
완벽하지 않아도 되는데. 구구단 못외우는 건 당연한 건데. 부끄러운 게 아니야. 구구단은 초등학교 2학년때 외우는 게 지극히 정상인거야.
엄마가 지금 그대로의 너를 언제나 자랑스러워하는 그 마음만 알아준다면 좋겠어.


 


 

작가의 이전글 몸보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