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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함에 대하여

by 행복반 홍교사

아이들을 두고 뭔가 여유시간이 생기면 굉장히 미안해진다. 아이들과 복작거리는 시간을 보내면 그렇게도 잠깐동안의 나혼자만의 시간을 그리워했음에도 막상 혼자만의 시간이 되면 그렇게 미안할 수가 없다.

나름대로 아이들은 자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 텐데.. 나는 왜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는 걸까.



결혼하기 전 교회 청년부에서 케냐로 단기 선교를 간 적이 있다. 더위와 힘든 일정과 사투를 벌이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공항에 앉아있는데 티켓을 발급받으시던 전도사님이 크게 내 이름을 부르셨다.


비지니스석이 공석일 경우, 이코노미석의 탑승객 중에서 추첨을 통해 비지니스석으로 바꿔준다고 했다. 그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내가 당첨이 되었다고 하셨다. 한순간 나는 난생 처음으로 비지니스 석에 탈 수 있게 되었다.

다들 좋겠다고 나를 너무나 부러워했다. 그렇게 혼자 다른 출입구로 들어가 넓은 자리에 앉았는데, 내가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참 많았는데도, 그걸 온전히 누릴 수가 없는거다.


'내게 주어진 건데, 왜 당당하게 못 누리니?'


왠지 이코노미석에서 왔다고 색안경을 쓰고 볼 거 같고, 내 돈 내고 온 것이 아니라서 왠지 더 욕심을 내면 안될 것 같은 그런 쪼그라든 마음.


어쩌면 그건 내가 세상을 대하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조금더 당당하게, 조금더 뻔뻔하게 내 것을 챙길 줄 아는 그런 '베짱'이 나에게는 부족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 '베짱'이라는 애는 왜 나에게 오지 않은 걸까. 태어날 때 나는 '베짱'을 하늘나라에 두고 세상으로 내려왔나보다.


하지만, 그래서 얻는 좋은 점이 있기는 하다.


그건, 작은 것에도 참 '감사'하다는 것이다.

내게 주어지는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게 얼마나 축복인지, 얼마나 큰 감사제목인지 말이다.


내일 교회 초등부에서 눈썰매를 타러 간다고 한다. 게다가 하룻밤 자고 온다는데 원래는 첫째 부서에서 가는거라 첫째만 다녀오는 거였다. 그런데 대뜸 둘째도 가고 싶단다. 형아랑 잠도 자고 오고 싶단다.


'글쎄, 그게 될까' 싶었는데, 남편이 교회 전도사님께 여쭤보니 같이 와도 좋다고 하셨다는 거다. 그렇게 초등부 교사인 남편과 아이들 둘이 캠프를 가게 되었고, 남편은 나보고 하루동안 자유부인이 되었다면서 뭐를 할거냐고 물어본다.


갑자기 단기 선교 때 비즈니스석에 앉게 되었을 때의 그 마음이 생각났다. 아이들을 위해 애쓰시는 선생님들을 생각하면 내가 '이 시간을 누려도 되나' 싶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 어릴 때 갔던 키즈까페에서도 나는 그렇게 아이들을 쫓아다녔다. 아이들을 놀게 하고 나만 앉아서 음료를 마시면 왠지 직무유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아마 이 시간동안 마음 편히 놀지는 못할 거다. 나는 그렇게 생겨먹어서 말이다.

하지만, 감사는 가슴깊이 또 하나 새긴다.


-아이들이 이제는 엄마 없이도 캠프에 갈 정도로 컸다는 것.

-아이들이 잘 지내고 신나게 놀고 올 거라는 아이들에 대한 믿음이 내 마음에 있다는 것.

-아이들을 사랑해 주는 좋은 어른들이 함께 한다는 것.


첫째야, 둘째야~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즐겁게 잘 지내고 와.
엄마는 그동안 묵혀둔 집정리를 좀 해볼게.

언제나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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