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나고 소소한 주말 이야기

by 행복반 홍교사

머리가 묵직하다. 요 며칠 기분이 참 좋았는데, 밤새 비가 왔어서 그런가 오늘은 몸이 무겁다.

날씨 영향을 이렇게 받을 연약한 나이가 되어 버린 걸까. 아니면 밤새 더워하는 둘째 탓에 선풍기를 계속 틀고 자서 머리가 아픈 걸까.

오늘은 조금더 내 몸을 살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수요일날 남편 회사 근처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번개로 물어봤는데, 흔쾌히 오라고 해서 갔다.

남편 회사 근처에 있는 솥밥집에 갔는데, 가지덮밥을 먹었다. 가지 요리는 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결혼 전에 엄마가 해주셨던 가지무침을 먹어보고 너무 오랜만이다. 가지를 어떻게 요리하면 이렇게 맛있을까. 육즙도 적당하고 너무 질기거나 물컹이지 않고 양념도 너무 잘 베어서 참 맛있다. 나도 모르게 너무 빨리 먹었는지 남편이 "아침 안 먹었어?"한다.


"아, 아니 너무 맛있네."했다. 그리고 내가 입맛이 돈다는 건 뱃 속이 편하고 건강한 상태라는 뜻이니 좋은 신호다. 몸이 안 좋으면 대번 소화부터 안되는 나이기 때문이다. 남편과 맛있는 점심 한 끼하고, 후식으로 커피와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남편은 회사로,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토요일 아침은 조금 늦게 시작한다. 오늘 몸이 무거워서 더 그런 것도 있고, 비가 오는 구름 낀 날씨라 주변이 어두웠던 이유도 한 몫했다. 그래도 몸이 찌뿌둥해서 더 눕고 싶었는데, 아이들이 일어나서 부스럭거렸다. "잘 잤어?" 쓰다듬어 주고, 아이들이 말하는 소리에 반응을 해주었다.


우리 첫째가 이번에 연습을 시작한 바이올린 연주곡을 흥얼거린다. 나는 음악을 좋아하고 악기를 하는 첫째가 참 좋아보인다. 그게 자신에게 큰 위안과 힘이 되어 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음악이 가진 힘은 참으로 놀랍고 큼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첫째와 음악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둘째는 귀를 막는다. 어릴 때부터 청각에 예민한 둘째는 조그맣게 음악을 틀어놔도 시끄럽다고 끄라고 했다. 형아가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 연주를 하면 바로 시끄럽다고 한다.


누구의 잘못은 아니지만, 다같이 음악을 좋아하면 좋겠다는 아쉬움은 있다.

'나는 너무 듣기 좋은데..' 음악 지식이 풍부한 엄마는 아니지만,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게 참 좋은데, 둘째와 남편은 아침부터 띵까띵까 소리를 별로 안 좋아해서 첫째가 마음껏 음악에 심취할 수 없음이 내가 다 아쉽다.


서로가 다른 사람들. 좋아하는 취향도, 생각도, 몸 상태도 다 다르다.

하지만, 각자가 가진 장점들이 모여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서로를 용인하고 이해하고 도울 때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남편이 내 번개 제안에 기꺼이 승락해 준 것처럼, 우리 첫째의 음악 이야기를 내가 귀기울여 들은 것처럼, 악기 소리를 듣기 싫은 둘째를 배려해 첫째가 작은 목소리로, 다른 방으로 장소를 옮겨서 악기 연주를 한 것처럼 말이다.


밥 위에 가지가 포슬하게 덮어져서 나왔다. 그걸 열심히 뒤적거려서 밥과 가지를 섞었다. 양념도 밥에 베고, 더 골고루 먹을 수 있었다. 우리 삶도 그렇게 서로서로에게 베어들어서 더욱 멋지고 훌륭한 작품이 되길 바라본다.


지나영 교수님의 '코어 마인드'에 이런 글귀가 나온다.


나는 그 자체로 괜찮은 사람이고, 빛나는 별이며, 아름다운 꽃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거죠. 우리는 존재만으로도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코어 마인드', 지나영 저-



그 자체로 괜찮은 사람이고, 빛나는 별이고, 아름다운 꽃이라는 걸 나 스스로 인정하고 기꺼이 베어들어서 함께일 수 있을 때, 우리는 참 괜찮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그렇게 다시한번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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