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너무 좋다. 가을이 참 좋다.
하늘이 맑고 청량하다. 마냥 걷고 또 걷고 싶은 그런 날씨. 가을이라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닌가 싶다.
오늘 아침에 집 근처 뒷산 트랙에서 걷기 운동을 했다. 주변에 뛰는 사람들 중에 아이들 등교 시키고 모자, 팔토시, 레깅스 차림으로 러닝을 하는 엄마들도 꽤 보였다(아닐수도 있지만, 아이들 등교시키고 집에 들렀다 나오면 딱맞는 시간대여서 그렇게 유추해봤다).
나는 아이 등교시키고 바로 온데다, 그저 '오늘은 왠지' 걷고 싶은 마음에 트랙을 방문한 운동 초짜라, 맨살 다 드러내고, 모자도 없이 걸으니, 준비성 투철한 러너들이 날 볼 때 얼마나 하찮을까 잠깐 생각도 해보았다. 어쨌든 운동을 꾸준히 안하는 나도 이렇게 트랙을 돌고 싶게 만드는 날씨이니, 원래 운동 하는 러너들에게는 참 행복한 계절의 날씨임에 틀림없다.
하늘 한번 볼 겨를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다 요새 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어쩌면 이리 파란 하늘이 있을 수가 있을까 싶은 파란색이 참 예쁜 요즘이다. 그리고 크게 심호흡을 해본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는 건 참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그게 운동이든, 살림이든, 취미생활이든, 일이든. 그걸 통해서 내 삶이 좀 더 풍요로워진다면 그것만큼 행복하고 의미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도 행복하고 의미있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그렇게 하루를 보내는 것 말고, 조금더 재미나고 즐거운 일들이 아이들의 하루 가운데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가 오늘의 하늘을 보고 참 행복했듯이, 가을 날씨로 인해 트랙을 3바퀴나 돌고 뿌듯한 마음을 느꼈듯이 우리 아이들도 행복하고 뿌듯한 2025년 가을날을 누릴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아이를 양육하다보면 내 마음과 다른 행동에 화가 나거나 답답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바깥에서 입은 옷은 바로 갈아입으면 좋겠고, 음식 먹고 바로 싱크대에 가져다 놨으면 좋겠고, 했던 놀이나 먹은 음식은 바로 정리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a를 기대했을 때 a로 돌아오는 경우보다는, b나 c, d로 돌아오는 경우가 더 많은 건 나와 아이가 다른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듯이 사람도 모두 다 다른 생각과 태도를 가지고 있다. 나는 a로 생각하고 행동해도, 어떤 사람은 그걸 b로 알아듣고, 혹은 c나 d로도 곡해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기분 나쁘고, 관계가 틀어지기도 하고 말이다.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든 그건 그 사람의 자유이지만, 어쨌든 최대한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방법으로 표현을 하는 것이 나의 의무이기도 할 것이고, 그것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 가운데 친사회적인 행동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이고, 나를 가장 잘 이해해 주어야 하는 사람도 나 자신이다. 그리고, 내가 나란 사람을 잘 이해해 주듯이, 나를 엄마로 둔 내 아이들이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이해할 수 있도록 나 또한 도와주어야겠다.
가을은 조금 더 생각하기 좋은 계절이다.
많이 나를 돌아보고, 아이들을 돌아보며 가을과 한껏 더 친해지는 시간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