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왔다.
아이들이 제법커서 이제는 자신들의 힘으로 여행길을 함께 걸을 수 있는 것이 참 대견하다.
우리에게는 관광지이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삶의 터전인 이곳이 참 궁금하고 신기하다.
야자나무와 현무암의 특징에 관심을 가지고 주의 깊게 살펴보는 모습이 참 귀엽다.
도로변의 귤나무도 참 신기하다.
여행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서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들이 다르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낳고 나서부터 가는 여행은 대개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가게 된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체험과 이동거리가 멀지 않은 곳이어야 하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먹거리도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아이들을 챙기다 보면 정작 나의 에너지는 소진되고 힐링보다는 일정을 잘 소화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의무가 남기도 한다.
하지만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한 가지 있다.
과정의 소중함
여행에서 목적지가 어디냐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 가운데 즐거움이 있느냐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설령 가려고 하는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했다 하더라도, 내 계획과 다르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 달라지는 변수들에 더 멋진 상황들이 펼쳐질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나쁘지 않을 것이며 더 좋은 기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의 웃음꽃이 핀 장소는 엄마, 아빠의 계획이 완벽히 실패한 첫 숙소의 수영장이었다.
묵었던 숙소의 수영장은 튜브, 구명조끼 모두 대여가 안되었는데, 집에 가지고 있던 아이들의 튜브와 구명조끼를 모두 챙기지 못했다. '까먹었다'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아이들 아빠는 더 꼼꼼히 챙기지 못한 나의 불찰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니 탓, 내 탓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었다. 계획이 틀어졌고 자,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했을 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새 튜브와 구명조끼를 구입하기로 결정하고 카운터에 문의를 하였다.
다행히 제일 가까운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어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심지어 우리 집에 있는 튜브와 구명조끼보다 더 마음에 든다며 좋아하던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없던 수영장에서 여러 가지 놀이도 하며 좋은 추억의 한 자락으로 남길 수 있었다(비용 지출은 있었지만 말이다).
내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하늘은 무너지지 않으며, 내 계획보다 더 나은 요소들이 더욱 역동적인 여행길을 만들 수도 있음을 삶의 여행길 가운데서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무수히 많을 계획의 틀어짐 가운데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