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이 시끌시끌하다. 동네 행사를 하는 모양이다. 여기저기 홍보 포스터가 붙고 아이들이 해 볼만한 체험부스와 에어바운스가 설치됐다. 이 쯤되면 집 안에 앉아 있어도 들썩들썩하다.
각 부스에 줄을 쭉 늘어선 아이들. 나가보니 발 디딜 틈이 없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신나는 공원 행사가 있던 지난 토요일 이야기다.
우리 애들도 에어바운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말에 신이 나서는 계속 가고 싶다고 얘기했었어서 남편이랑 아이들은 행사 시작 시간에 맞춰서 먼저 나갔다.
북적이는 곳에서 에너지가 쭉쭉 떨어지는 나는 되도록이면 나가고 싶지 않은데 어김없이 호출이 온다.
아이 둘이 각기 다른 곳에 줄을 서야 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둘째 아이의 손을 잡고 아빠와 첫째의 행적을 밟으며 솜사탕도 먹고 팝콘도 먹고 종이 모자도 만들어 쓰고는 아이는 개선장군처럼 들어왔다.
축제는 아이들에게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대단한 놀거리가 아니더라도 들뜬 마음으로 기분 좋은 특별함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처럼 무엇에 그저 들뜨고 기뻤던 순간들이 있었던가. 까마득히 어린 순간에는 그랬던 것 같다. 아니, 대학생 때까지는 그랬던 것 같다. 아닌가.. 결혼 전까지는 그런 순간들이 있었던 것 같다. 확실한 건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부터는 그저 내 기쁨으로 들떠본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아이들의 보폭과 아이들의 기쁨에 맞춰, 그 아이들의 기쁨을 보는 것이 나의 기쁨의 전부였던 듯하다.
그렇지만 나는 그것 또한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행복에 그리 함께 기쁘고 더 즐거운 것은 아이를 낳고 기를 때만 겪을 수 있는 큰 유익일 테다.
하지만 조금은 온전히 나의 기쁨과 만족의 순간들도 누려보고 싶다. 참고 인내하는 것 말고, 내게 기쁨을 주는 몰입의 경험을 말이다.
예쁜 커피 집 가서 커피 마시며 책 읽기
나를 위한 하루 30분 운동하기
정말 마음에 맞는 지인들 만나서 사는 이야기 나누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나눔과 동시에 경제적 보람도 느끼기
요즘 읽고 있는 '몰입(황농문 저)'이란 책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이처럼 최대로 집중된 상태는 개인의 문제 해결 능력을 최대화하는 효과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상태에서 우리는 가장 생산적이면서 가장 행복하기도 하다는 거다. 이 두 가지가 양립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몰입은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p.147).
내게 기쁨을 주는 몰입의 경험으로 우리 아이들처럼 내 삶 가운데 웃음 짓는 일들이 가득하길, 그런 건강한 어른의 삶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