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 데가 널렸구만, 왜 활용을 못할까.
그리스에 사는 동안 참 안타까웠던 부분이 있다. 이 나라는 돈을 벌 아이템이 도처에 널려 있는데 왜 이걸 활용하지 못할까 하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세계사 책에 나오는 탑티어 문화유산이 이렇게 많은데 이를 돈벌이와 연결시키지 못한다는 점과 고퀄리티 와인을 본인들이 다 먹어 치우고 수출은 등한시 하다는 점이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어떻게든 활용해서 악착같이 돈을 긁어모을텐데 말이다. 한마디로 줘도 못먹는 경우라 하겠다.
세계사에 살라미스 해전(The Battle of Salamis)이라는 게 나온다. B.C. 480년 아테네를 중심으로한 그리스 연합함대가 살라미스 해협에서 페르시아 대군을 박살냄으로써 그리스 승리의 전환점을 만들어낸 전투이다. 얼마나 공신력이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말로는 세계 4대 해전 중 하나라고 한다(한산대첩도 들어감). 이 전투에서 페르시아가 이겼다면 그리스는 세계사에서 유럽 문명의 근원이라 불릴 수 없었을 것이다.
살라미스섬이 아테네 바로 옆에 있는 걸 확인하고 집에서 20분을 달려 섬이 보이는 항구까지 왔다. 부두의 배들 때문에 해협 전체 뷰는 안보였고, 여객선 사이로 저 건너 살라미스섬과 약 2,500년전 치열했던 전투의 현장 일부만 볼 수 있었다. 애들 픽업 시간 때문에 이날은 섬에 들어가지 못하고 기념품으로나마 아쉬움을 달래려고 기념품숍을 찾았다. 어라? 항구 근처를 한참을 찾아다녀도 수블라끼 파는 식당들은 있었지만 기념품 가게 자체가 없었다. 세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중요한 사건인데 이를 활용한 관광상품이 없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검색해 보니 섬 안에도 지역 특산물만 약간 판다고 함).
미국 보스턴에 가봤을 때를 떠올렸다. 역시 돈 버는 나라는 달랐다. 보스턴에는 미국 독립전쟁의 도화선이 된 '보스턴 차 사건(Boston Tea party, 1773) 박물관'이 있고 당시 복장을 입은 가이드들이 사건 설명도 해준다. 물론 다양한 기념품도 팔고 입장료도 비싸게 받는다. 그리스는 왜 이런 생각을 못할까? 생각은 해봤는데 귀찮아서 안하는 걸까? 체험관 같은 것도 만들고 하루 코스 테마여행도 만들고 관련 기념품도 파면 좋을텐데. 변변한 제조업도 없이 겨우 관광으로 먹고 살면서 왜 돈 벌 궁리를 안하는지. 벨기에는 말도 안되는 조막만한 '오줌싸개 동상' 하나로, 독일은 평범한 언덕에 로렐라이 이야기 갖다 붙이고 돈 잘 벌고 있구만.
식품 수출도 그렇다. 내가 보기에 세계 어디에 수출해도 최고 수준으로 꼽힐 만한 그리스 식품은 세 가지다. 올리브오일, 꿀, 와인이 그것들이다. 그래도 올리브오일과 꿀은 많이는 아니어도 다른 나라 마트나 Amazon 같은 온라인 매장에서 가끔은 볼 수 있는데 와인은 통 구경하기 힘들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아시르티코(Assyrtiko) 품종의 대표선수 산토리니 와인이나 아기오르기티코(Agiorgitiko) 품종의 대변자 네메아 레드와인은 비슷한 가격대에서는 동급 최강일 거 같은데 맛볼 수 없으니 무척 아쉽다. 길 지나가다가 와인 가게만 보면 들어가서 그리스 와인이 있는지 꼭 물어보는데 파는 곳을 아직 한 군데도 발견하지 못했다.
예전에 주한 그리스 대사관에서 그리스 와인으로 파티를 할 때 그릭 와인을 홍보하는 행사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행사만 하면 뭐하나요. 갖다 파셔야지. 자료를 찾아보니 그리스 와인 수출은 국내생산량의 약 10% 정도 뿐이다. 한마디로 그 좋은 와인 대부분을 국내에서 다 먹어치우는 셈이다. 예전에 우리는 생선이나 육류 수출할 때 제일 좋은 부위를 팔고 정작 우리는 질 떨어지는 걸 먹어가며 외화를 벌었다. 그리스도 좀 악착같이 해서 돈을 잘 벌면 좋겠구만.
남의 나라 일이지만 내가 다 안타까워서 그렇다. 친그리스 인사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