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투사 라스까리나 부불리나(Λασκαρίνα Μπουμπουλίνα)
오랜만에 영화 <암살>을 다시 봤다. 스나이퍼 안옥윤(전지현 분)의 활약은 다시 봐도 온몸에 전율이 일게 하고 최상의 감격을 준다. 총칼 앞에 당당히 총칼로 맞선 안옥윤은 그야말로 걸크러시였다!!(물론 태극기 흔들며 독립만세를 외쳤던 많은 누이들도 존경스럽지만).
영화평과 관련 자료를 몇 개 읽다 보니 <암살>의 모티브가 된 여성 우국지사가 있었다. 무장 독립투쟁에 평생을 바친 남자현(南慈賢) 지사다. 경북 영양 출신으로 남편이 의병으로 활약하다가 전사하자 유복자를 데리고 만주에 가서 서로군정서에 가입하셨다. 1925년에는 조선 총독을 암살하고자 국내에 잠입하셨으며(암살은 실패..), 1932년 국제연맹조사단에 혈서를 써서 자른 손가락과 함께 조사단에 전달하며 독립을 호소하셨다. 1933년 만주국 전권대사를 암살하려다 밀정의 밀고로 체포돼서 고문당하다가 결국 순국하셨다고 한다.
초중고 12년에 대학 4년까지 총 16년 제도권 교육을 받았는데 그간 뭘 공부하고 뭘 읽은 건지. 여태 왜 이런 분의 존재를 몰랐을까. 다들 아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나? 이 정도 되면 국사책에도 나오고 도로명에 남자현로(또는 남자현길) 같은 거 있어야 하는 거 아닌지. 검색해 보니 천안과 이태원에 유관순길은 있더만.
관련하여 그리스 무장독립투쟁사에 한 획을 그으신 라스까리나 부불리나를 소개한다. 우리나라 유관순 누나처럼 현지인들은 다 알고 존경하는 위인이다. 무역상이었던 남편 사망 후 전 재산을 털어 선박을 건조하고 무기와 탄약을 구입하고 용병을 고용해서 대터키 무장독립운동의 선봉에 섰던 분이다.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있는 나프플리오(Nafplio, Ναύπλιο)란 도시가 바로 그녀가 해상봉쇄를 지휘했던 곳이다. 배우 윤계상님이 출연했던 드라마 <초콜릿> 촬영지가 바로 여기다.
그녀는 무장투쟁의 선두에 서서 활약한 것 뿐만 아니라 약 200년전 상황으로는 쉽지 않았던 결단도 내린다. 터키군을 쫒아낸 후 일부 터키 여성들이 도망가지 못하고 남아있었는데..분노한 그리스인들이 이 여성들을 해코지하는 걸 막아줬다고 한다. 아무리 같은 여자라도 오랜 식민지 경험을 생각하면 적국의 여성들에 대해 자국 남성들이 복수하는 걸 통쾌하게 생각했을 법도 한데, 대단한 분이다. 나프플리오에는 부불리나 거리도 있고 중심거리에 작은 흉상도 있더라. 당연하지. 최소한 이 정도는 해드려야지! 존경을 표하는 마음에서 기념품숍에서 부불리나 열쇠고리 하나 사왔다.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전거 열쇠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나 그리스나 식민지 시기에 본인과 가족의 위험을 무릅쓰고 독립운동 하신 분들 진심으로 존경한다. 특히 총칼 들고 나서신 분들은 더더욱. 사후에라도 또 후손들에게라도 국가가 끝까지 신경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