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살 때-1(코로나 시기에 네덜란드로!)

그리고 공항엔 아무도 없었다.

by AMAP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여름, 3년 예정으로 네덜란드에 가게 됐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그리스에 다녀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해외로 이주했다. 네덜란드는 20대 때 유럽 배낭여행을 갔을 때도 그냥 건너뛰었던 나라였는데 이렇게 생각지도 못하게 가보게 됐다. 일주일 여행도 아니고 3년간 거주하러.


코로나 극성기의 인천공항 광경

국내에서는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라 그런지 인천공항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식당도 대부분 문을 닫았고 면세점도 일부 코너만 영업을 하고 있었다. 지구멸망의 날을 다룬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런 장면을 실제 목격하는 일은 또 없을 것이다. 기내 탑승객도 거의 없어서 소위 '눕코노미(누워서 가는 이코노미)'를 즐길 수 있어서 12시간 비행이 그리 힘들지 않았다.


위험국가에서 온 사람들은 '코로나 테스트 해봅시다' 광고판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 역시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짐 찾는 컨베이어 벨트 앞에는 Covid-19 테스트 하고 왔냐는 간판이 여기저기 서 있었고, 출국장에 나와보니 한창 영업해야 할 시간인데도 대부분의 식당들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 그냥 회사에 있을 때는 실내에서 마스크를 써야 하니마니 하는 문제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실제 외국에 나와보니 그놈의 바이러스 때문에 전 세계 일상이 마비됐다는 걸 피부로 느꼈다. 다 지난 일이지만 그 당시엔 코로나 효과가 얼마나 오래갈 지, 그로 인해 내 일상은 어떻게 변할 지 모르는 상황이라 걱정 반 두려움 반이었다.


무사도착 자축 맥주(무려 11%)

어찌어찌해서 헤이그에 있는 호텔까지 와서 짐을 풀었다. 코로나 때문에 호텔 조식 서비스가 당분간 없다고 해서 인근 마트에 가서 시리얼과 우유 그리고 물을 사왔다. 무사도착 자축 기념 맥주는 물론이고. 제대로 한 잠 푹 자려고 일부러 알콜 도수가 높은 걸로 골라왔다. 맥주가 11%짜리가 있을 줄이야. 이미 소맥일세. 토요일 저녁에 도착했으니 일요일까지는 아무 일정이 없었다. 당연 땡큐였다. 구글을 켜보니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그림이 있는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까지 도보로 30여분이었다. 놀면 뭐하냐, 가자! 멀리서 왔으면 소녀에게 인사드려야지. 탁상달력 뒷면에서나 보던 분을 직접 영접할 기회라니까.


안그래도 시차로 인해 피곤하던 차에 소맥이나 다름없는 맥주도 한 잔 했겠다, 이내 골아떨어졌다. 꿈 속에선 이미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에서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와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네덜란드에서 보낸 첫날은 이렇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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