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살 때-3(헤이그 첫인상)

첫눈에 반해버린 사랑.

by AMAP

네덜란드 헤이그 시내를 걷고 있었다. 이틀 전 이 시각엔 비행기에 있었고, 사흘 전엔 서울에, 나흘 전엔 회사가 있는 지방에 있었는데. 지금 지구 반대편에 와 있다니. 내가 언제 업무 전화를 받고, 상사 보고자료를 다듬으며 하루를 보내고 있었던가. 역시 나를 둘러싼 공간이 바뀌어야 삶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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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램을 타고 시내에 나가봤다. 휴대폰 유심 갈아끼우고, 고추장&된장 사러 한인마트도 가야 하고, 또 앞으로 한동안 살 시내를 편안히 둘러보고 싶었다. 어디에 뭐가 있는 지는 알아야 하니까. 트램길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걸 보니 유럽에 온 거 맞구나!


자전거.jpg 자전거의 나라, 네덜란드
리데잘.jpg 리데잘(Ridderzaal)

자전거의 나라답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차도와 인도 위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었다. 국회의사당 옆 호숫가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흐뭇하게 멍때리는 중년부부 모습이 아름다웠다. 북유럽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따가운 햇살을 온몸으로 반기며 노상까페에서 수다떠는 젊은이들이 상그러웠다. 국회의사당 경내 리데잘(Ridderzaal)이라는 건물을 보고는 마음이 아렸다. 1907년 제2차 만국평화회의 때 이준 열사를 비롯한 우리 대표단이 들어가지 못하고 쫓겨났던 곳이다. 저 계단을 얼마나 오르고 싶으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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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대충 둘러보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뒤를 한 번 돌아봤다. 호수와, 의사당과, 숲과, 꽃들이 푸른 하늘과 조화를 이루며 이 도시의 멋을 잔뜩 뽐내고 있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 한국 ㅇㅇ시에서 늘 긴장하며 업무에 매달려 있었던 사실은 이미 잊혀졌다.


왠지 모를 삘이 강하게 느껴졌다. 이 도시에 흠뻑 취할 거 같은. 아테네 시절과는 또다른 맛과 멋이 있는 삶을 살 거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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