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살 때-4(자전거 천국, 네덜란드)

원없이 타봤다, 자전거.

by AMAP
1000019590.jpg 네덜란드에서 아침 저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정경

네덜란드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천국이다. 일부 매니아 "자전거족"이 있는 게 아니라 전 국민이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서너 살이나 될까말까한 아이들도 부모와 같이 타고 다니고, 머리가 희끗한 노부부도 같이 자전거 데이트를 즐긴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아이들 태우고 직장에 오가는 부모들도 자주 볼 수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전거는 필수다. 자전거를 더 이상 탈 수 없을 때가 되면 곧 갈 때가 되는 거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한다.


학교 자전거.jpg 학교 자전거 주차장
아이들 자전거.jpg 하교할 때 자전거 타고 가며 대화를 나누는 친구들

동네 작은 마트엔 주차장이 없어서 대부분 자전거를 타고 와서 물건을 싣고 간다. 도미노피자나 로컬 음식점도 자전거로 배달을 한다. 아들 학교에 가도 자전거 주차장에 수백대가 주차(?)되어 있다. 학생들이 웬만하면 자전거를 타고 통학을 한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친구들 여럿이 같이 자전거타고 가며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보면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인구가 1700만인데 자전거 수가 2300만이라 하고, 전 도로 길이의 1/4이 자전거길이라고 할 정도니 자전거가 일상의 일부인 나라 맞았다.


나는 자전거를 탈 줄은 알지만 타는 걸 즐겨하진 않았다. 언제 마지막으로 자전거를 탔는 지도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였다. 한국에서 자전거 탈 일이 그렇게 없었던 데다 무엇보다 오래 타면 사타구니나 엉덩이 살이 쓸려서 많이 아프더라. 그런데 헤이그에 와서 며칠 지내보니 여기선 타야만 할 거 같았다. 자전거 안타면 일상생활이 매우 불편해질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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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 꼭 필요했다는 점이 가장 중요했지만 오다가다 보니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현지인들 은근히 멋이 있더라. 방금 마트에서 산 우유와 바게뜨를 자전거 장바구니에 담고 '유럽갬성' 넘치는 트램 뒤를 따라가며 페달을 밟는 모습을 상상해 봤다. 운치가 치사량을 초과한다. 또 서쪽 하늘에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튤립밭 옆을 자전거로 타고 지나가는 화보같은 장면도 생각해 봤다. 낭만에 저려진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거늘. 내가 언제 또 이렇게 원없이 자전거를 타보겠는가. 열심히 타서 다리에 힘 좀 생기면 암스테르담까지 60킬로도 한번 다녀오리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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