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3화. 전기&가스&통신 단절 시 생활법

by 눕더기

3부 3화. 전기·가스·통신 끊겼을 때의 생활법







우리가 사는 집은 겉보기엔 콘크리트와 나무, 가구와 가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집을 움직이는 건 보이지 않는 세 줄기다.


전기.
가스.
통신.


이 셋이 끊기면, 같은 집인데도 완전히 다른 장소가 된다.
방은 여전히 방이고, 부엌은 여전히 부엌인데,
갑자기 그 공간이 “살기 어려운 장소”로 변하는 것이다.

이 글은
“정전·가스 중단·통신 두절”이 동시에, 혹은 부분적으로 찾아왔을 때
우리가 집 안에서 어떻게 버틸 수 있는가에 대한 실제적인 이야기다.


집이라는 공간을
“조금 불편한 집”이 아니라
“임시 생존 기지”로 바꾸는 마인드셋과 기술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1. 전기가 끊겼을 때 ― 불 꺼진 집에서의 24시간



정전은 가장 자주 일어나는 재난이면서,
대부분 가장 가볍게 여겨지는 재난이기도 하다.

“잠깐 꺼졌다가 다시 켜지겠지.”
우리는 보통 이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그 “잠깐”이
3시간, 6시간, 심하면 하루 이상 이어지면
문제가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전기가 끊기면, 집에서 동시에 사라지는 것들:


조명


냉장고 / 전자레인지 / 인덕션


보일러(가스라도, 작동은 전기가 한다)


컴퓨터, TV, 공유기


휴대폰 충전


엘리베이터


실전적으로 보면, 전기 중단이 의미하는 건 이렇다.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행위의 종류와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


그래서 정전에 대처하는 첫 단계는 장비가 아니라
시간 계산이다.


1-1. 정전이 온 직후, 가장 먼저 할 일


정전이 왔을 때,
무작정 불평만 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초반 10~30분이 굉장히 중요하다.


1) 현관 밖을 본다.



우리 집만 꺼졌는지,
복도 전체가 꺼졌는지,
건물/동 전체가 꺼졌는지 파악.



2) 창밖과 주변 건물을 본다.



인근 건물까지 모두 꺼져 있다면
단순한 “집 내부 문제”가 아니라
지역 정전일 가능성이 높다.



3) 휴대폰 배터리 잔량을 확인한다.



이 순간부터 휴대폰은 “놀잇감”이 아니라
정보 취득 장비 + 비상 연락 수단이다.


20~30% 이하라면,
지금부터는 “최소 사용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4) 냉장고 문을 닫는다.


문을 열수록 내부 온도는 빨리 오른다.



정전 길이에 따라 다르지만,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만 열기가 원칙이다.



이 네 가지를 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어떻게 버틸 것인가”의 문제로 들어간다.


1-2. 조명의 문제 ― 빛만 있어도 체감 난이도가 달라진다


전기 끊긴 집에서
사람을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는 “어둠”이다.


해가 지고 나면
집은 익숙한 공간이면서 동시에 낯선 장애물 덩어리가 된다.


그래서 평소에 준비해둘 건 크게 두 가지다.

랜턴 (키체인 라이트 + 방 안용 작은 랜턴) & 양초(캔들)


보조배터리 or 건전지 비축


실전 팁:


방마다 최소 하나의 라이트는 정위치에 둔다.
(예: 침대 머리맡, 현관 신발장, 부엌 창가)




“여기 손 뻗으면 있다”는 위치를
몸이 기억하도록 정해놓는 게 중요하다.



휴대폰 플래시는 진짜 마지막 수단 정도로 생각하자.
(배터리 소모, 밝기·비추는 방향의 제약이 크다.)



조명을 확보하면
정전의 체감 난이도가 한 단계 내려간다.
조명 없이 정전을 맞으면,
심리적인 피로가 훨씬 빠르게 찾아온다.



2. 가스가 끊겼을 때 ― ‘따뜻함’과 ‘조리’를 잃어버린 집



가스가 끊긴다는 것은
단순히 라면을 못 끓인다는 의미를 넘어,


따뜻한 밥과 국


하루에 한 번 뜨거운 물에 씻는 행위


보일러 작동(대부분 가스+전기 구조)


이 전부가 멈출 수 있다는 뜻이다.


이때부터 집은
조금씩 “숙소”에 가까워진다.
우리는 외부에서 구매한 음식과
집 안에 비축된 식량에 의존해야 한다.


2-1. 조리가 안 될 때, 음식의 기준이 달라진다


가스가 끊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해지는 건
“불을 안 써도 되는 음식”과
“불을 아주 조금만 써도 되는 음식”이다.


통조림(참치, 닭가슴살, 햄, 스프 등) → 그대로 먹을 수 있음


빵, 크래커, 시리얼 → 간편한 탄수화물 공급


견과류, 에너지바 → 고열량 간편식



레토르트 식품(상온보관 가능) →
뜨거운 물이 있다면 금상첨화, 아니어도 먹을 수는 있다.



여기에 “휴대용 버너”가 하나만 있어도
상황은 꽤 달라진다.

부탄가스 버너 1개


가스 2~3캔


작은 냄비 1개


이 정도만 있어도
전기 + 도시가스가 모두 끊긴 상황에서 “따뜻한 무언가”를 먹을 수 있다.


사람은 위기 상황에서
단순히 칼로리만이 아니라,
“따뜻함”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다.


이에 미리 정리해두면 좋다.


“우리 집은 정전 + 가스 중단 시,
불 없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이 얼마나 있는가?”


“작은 버너 하나로
하루에 한 번 정도 따뜻한 걸 먹을 수 있는가?”


2-2. 난방 문제가 된다면


도시 가스가 끊기고,

전기도 안 들어오면
보일러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


추운 계절에 이 상황을 맞는다면,
따뜻한 공기보다 중요한 건
몸과 공기 사이의 완충재다.

담요, 침낭, 두꺼운 이불


기능성 내복, 양말, 모자


핫팩(있다면 최고의 자산)


생존 관점에서는
“집 전체를 따뜻하게 만드는 것”보다


“사람이 머무는 작은 공간 하나를
더 따뜻하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작은 방 하나를 정해서


문틈에 수건·담요를 끼워
공기를 최대한 차단하고



그 안에서 이불·담요·옷을 총동원해
몸을 감싸는 방식으로
‘열 손실을 줄이는 작전’으로 전환해야 한다.



3. 통신이 끊겼을 때 ― 정보와 연결을 잃어버린 도시인



전기와 가스를 잃어도
통신이 유지되면
우리는 여전히 “세상의 일부”로 남아 있는 느낌을 받는다.


뉴스를 볼 수 있고,
지인과 연락을 할 수 있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인터넷이 끊기고


휴대전화 통신망에 대규모 장애가 발생한다면


사람들은 생각보다 빨리
심리적으로 무너진다.


“지금 밖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이 불안감이 공포를 증폭시킨다.


3-1. 통신 두절 시, 우리가 의존할 수 있는 것들


통신이 끊겼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수단들:


기존에 받아둔 안내문, 재난 매뉴얼, 종이 지도



TV·인터넷 이전 세대의 매체,
즉 “라디오”




이웃, 경비실, 관리사무소, 동 주민센터 등
오프라인 네트워크



그래서 생존주의자의 집에는
종종 이런 물건이 하나 있다.


소형 FM/AM 라디오
(배터리형 or 수동 충전형)



라디오는
통신망이 마비된 상황에서도
비교적 늦게까지 작동하는 정보 라인이다.


뉴스, 정부 방송, 긴급 안내문 등은
인터넷이 죽어도
FM 주파수로 흘러나올 가능성이 높다.


작은 라디오 하나는
“세상과의 연결선”을
완전히 잃지 않게 해준다.


3-2. 연락이 안 될 때의 심리와, 미리 해둘 약속

통신 두절 상태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내 안의 시간 감각’이다.

“이게 몇 시간째지?”


“지금 구조가 오고 있는 게 맞나?”


“다른 사람들도 전부 끊긴 걸까, 나만 그런 걸까?”


이럴 때를 위해
평소에 가족, 연인, 가까운 친구와
“재난 시 기본 행동 규칙”을
아주 간단하게라도 맞춰두면 좋다.


예를 들어,


통신이 6시간 이상 끊겼을 때,
서로 무리하게 연락 시도 대신
“각자 집에서 버티기”를 1차 원칙으로 한다.



24시간 이상 끊겼고,
외부 이동이 가능하다면
“정해둔 특정 장소(예: 집 근처 공원, 학교 운동장)”에서 재회 시도




그 외의 상황에서는
이동보다 당분간 머무르며 상황을 지켜보기



이런 식의 “기본 시나리오”만 있어도,
통신이 끊겨도 서로에 대한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금 덜어줄 수 있다.



4. 셋이 동시에 끊겼을 때 ― 집을 ‘기지’로 보는 시각



전기, 가스, 통신.
이 셋이 한꺼번에 끊어졌다고 가정해 보자.


그 순간부터 집은
하나의 작은 섬이 된다.

외부와 연결되지 않고


에너지가 공급되지 않는


그 섬에서
우리가 의존할 수 있는 건
오직 집 안에 이미 있는 것들이다.


여기서부터는
관점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집은 더 이상
“편안하게 쉬는 곳”이 아니라,
“한정된 자원을 통해
며칠을 버텨야 하는 생존 기지”가 된다.


이때 필요한 생각의 순서는 이렇다.


-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 물: 몇 리터? 며칠 분? 식량: 며칠 치? 배터리: 휴대폰/라이트를 어느 정도 쓸 수 있는가?


- 어디에 머물 것인가?



- 집 안에서 가장 안전하고, 가장 따뜻하며, 가장 출입이 쉬운 공간은 어디인가?



- 언제 움직일 것인가?



집에 머무르는 것이 이로운 시간대와,
외부로 나가야 할 시간대를 나눈다.


해가 떠 있을 때 이동하고,

어둠이 내려오면 최대한 움직임을 줄인다.





실제로는
이런 판단이 순식간에 이루어지기 어렵지만,
오늘 이 글을 읽는 시점에서
머릿속으로라도
한 번 시뮬레이션해두면 좋다.



5. 미리 해두면 좋은 최소한의 준비 목록


정리해보면,
전기·가스·통신이 끊겼을 때를 대비해
집 안에 있으면 좋은 것들은 이 정도다.


키체인 라이트 + 작은 방용 랜턴 + 열원 병용이 가능한 양초(캔들)


여분의 건전지, 휴대용 보조 배터리


부탄가스 버너 + 가스 2~3캔 + 작은 냄비


72시간 기준의 비상 식량과 물


담요, 침낭, 핫팩, 여분 옷


소형 FM/AM 라디오


종이 지도, 재난 안내문, 필기도구


가족/지인과 미리 맞춰둔 “재난 행동 규칙” 하나


이 모든 걸 한 번에 갖출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리스트를 알고,
하나씩 채워 넣는 것이다.


6. 맺음말 ― 문명이 꺼졌을 때도, 나는 나로 남기 위해



우리는 전기, 가스, 통신 위에 올라탄 채
살아간다.
그래서 그것들이 꺼지는 순간
마치 내가 무력해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조금 시야를 달리 보면,


“집 안에 준비된 작은 물건들과,
사전에 했던 몇 번의 상상과,
미리 해 둔 약속들”이
그 무력감을 많이 덜어준다.


생존주의자는
언제나 세상이 망할 거라고 믿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세상이 쉽게 망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라도”의 순간에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을
조금 더 잘 지켜내고 싶은 사람이다.


전기·가스·통신이 끊겼을 때,
집이 완전히 다른 공간이 되지 않게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일상 속에서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홈 프리핑’의 한 챕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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