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2화. 비상 식량과 물 저장

집 안에 깔아두는 72시간을 버티는 힘

by 눕더기

2화. 비상 식량과 물 저장 ― 집 안에 깔아두는 72시간을 버티는 힘





사람들은 ‘재난 대비’라고 하면
총, 칼, 방독면 같은 것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 통계를 보면
대부분의 재난에서 사람을 가장 먼저 압박하는 건
총알이 아니라 물과 음식의 부재다.


정전 + 단수 + 물류 마비.
편의점 선반이 비고, 배달 앱이 멎고,
카드 결제가 안 되는 상황이 며칠만 지속돼도
도시인의 생활은 순식간에 붕괴한다.


생존주의자의 시선에서 집을 다시 보면,
이 질문 하나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지금 이 집에서,
아무것도 사지 못한 채
몇 날 며칠을 버틸 수 있을까?”


이번 편은 그 질문에 대한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집요한 답변이다.


비상 식량과 물.
소리 없이 집 안에 깔아두는
‘버티는 힘’에 대한 이야기다.




1. 왜 하필 ‘72시간’인가 ― 버티기의 최소 단위



다양한 국가 기관과 재난 매뉴얼이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다.


72시간, 즉 3일.

그 이유는 간단하다.


대규모 재난 직후 24시간 → 상황 파악, 구조 시작


48시간 → 주요 인명 구조, 주요 공급망 복구 시도


72시간 → 임시 급수, 임시 급식, 임시 대피소 체계가 어느 정도 갖춰지기 시작


이 셋이 잘 안 돌아가면
우리는 그 다음부터 ‘장기 생존’이라는 주제로 들어가겠지만,
적어도 개인과 가족이 극도의 혼란기 3일을 버티기 위해
집 안에 최소한의 자원을 깔아두는 게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그러니 기준은 이렇다.


“우리 집은 72시간,
외부 도움 없이 버틸 수 있는가?”


이걸 식량과 물을 기준으로
차근차근 쪼개보자.



2. 물 ― 모든 생존의 1순위



식량보다 먼저 점검해야 할 건
항상 물이다.


2-1. 인간은 얼마나 마실까?


보통 성인 기준,


하루 물 섭취 권장량: 약 1.5~2L


최소 생존을 위한 양: 약 1L 안팎


여기에

요리(라면, 밥, 간단한 수프 등)


세척(간단한 손·얼굴 씻기)까지 고려하면


한 사람당 하루 2~3L 정도를
비상 기준으로 잡는 게 안전하다.

그렇다면 72시간, 3일 기준으로


1인: 6~9L


2인: 12~18L


4인 가족: 24~36L


이 정도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맞추려고 하면
시작도 못 한다.
현실적인 출발선은 이 정도다.


“한 사람당 최소 6L,
가족 기준으로 72시간 버틸 만큼의 물을
집 안 어딘가에 깔아두자.”


2-2. 어떻게 저장할 것인가 ― 페트병 vs 생수통 vs 정수 시스템


물 저장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시판 생수 페트병


장점: 구매·보관 간편, 유통기한 명시됨


단점: 부피 큼, 무게감, 주기적 교체 필요



→ 현실적인 기본 옵션.
→ 2L짜리 병 단위로 6~12병 정도를
“손 안 닿는 곳” 말고
“위기 시 바로 꺼낼 수 있는 곳”에 둔다.




대용량 물통 (예: 10L, 20L 용기)


장점: 공간 효율 좋고, 다량 저장 가능


단점: 이동이 불편하고, 주기적으로 물 교체 필요



→ 욕실 구석, 베란다 한 켠에 두고
3개월~6개월에 한 번씩 물 교체하는 방식으로 사용 가능.




정수 필터 + 즉석 급수



정전·단수 전, 평시에는
물을 아껴 쓰면서
정수 필터를 활용.




완전 단수가 온 상황에서도
빗물, 저수조, 외부 물을
한 번 정수해서 마시는 비상 수단으로 사용.




→ 집에 이미 정수기, 정수 필터가 있더라도
휴대 가능한 소형 정수 필터 하나를
비상용으로 따로 마련해 두면 좋다.
(GHB, 72시간 가방과도 연결된다.)



2-3. 물 보관, 이렇게만 해도 좋다


실전적으로는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다.


2L 생수 6병 → 한 가족의 ‘최소 버티기’


2L 생수 12병 → 2인 기준 72시간 ‘여유 있는 버티기’


10L 물통 1~2개 → 장기 단수 대비 + 생활용수


그리고 다음을 지킨다.


직사광선X, 온도 변화 심한 베란다 한가운데X


먼지·벌레 안 들어가는 그늘진 구석



“어디 뒀는지 잊어버리기 쉬운 곳”이 아니라
머릿속에 떠오르는 1~2곳에 집중 배치



물 저장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깔아 두고 잊는 것”이다.
핵심은 위치와 교체 주기다.



3. 비상 식량 ― ‘맛’보다 중요한 세 가지



비상 식량의 기준은 평소의 식단과 다르다.
맛있고, 다양하고, 화려할 필요 없다.

우선 중요한 건 세 가지다.


보관성 ― 상하지 않고 오래 간다.


간편성 ― 조리가 필요 없거나, 최소화된다.


열량 ― 적은 양으로 버틸 만큼 에너지를 준다.


이 조건에 가장 잘 맞는 것부터 보자.


3-1. 기본형: 건조·가공 식품


-에너지바, 단백질바


장점: 작고 가볍고 고열량


단점: 오래 두면 맛이 떨어질 수 있음



TIP: 유통기한 1년 이상짜리로, 가방용·집안용 따로 분산 비치


견과류 (아몬드, 믹스넛) 장점: 지방+단백질+탄수화물 균형, 포만감 높음 단점: 개봉 후 산패 가능 TIP: 작은 소포장 제품으로 준비




-통조림 (참치, 닭가슴살, 햄, 스프 등)


장점: 유통기한 길고, 그대로 먹을 수 있음


단점: 무게, 부피, 나중에 처리할 쓰레기



TIP: 따로 가열하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걸 중심으로 고른다.
따개 있는 캔은 필수.




-즉석밥, 레토르트 카레·찌개류


장점: 평소에도 식사로 사용 가능


단점: 가열이 필요 (전기/가스/버너 필요)



TIP: “완전 단수·정전 시” 기준보다는
“부분 마비, 가스 일부 사용 가능” 상황까지 보는 용도





3-2. 비상용으로 좋은 것들


즉석 미숫가루, 단백질 쉐이크 파우더 물만 있으면 마실 수 있고, 소화 부담이 덜하다. 치아가 약한 가족, 노약자에게도 좋다.


크래커, 비스킷, 건빵류 오래 버티고 가격 저렴. 단, 입이 많이 마르므로 물과 함께 준비할 것.


젤리/사탕/초콜릿 당분 공급용. 심리적으로도 “뭔가 먹었다”는 안정감을 줌.


비상 식량은
“배를 빵빵하게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몸이 기운을 잃지 않고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연료”다.


3-3. 1인 기준 72시간 식량 구성 예시


예를 들어, 1인 3일 분(72시간)을
아주 현실적으로 구성해 보면 이렇다.


에너지바 6~9개


통조림(참치, 닭가슴살, 햄 등) 3~4캔


건조식 (견과류 200~300g, 크래커 몇 봉지)


즉석밥 2~3개, 레토르트 국/카레 2~3개


미숫가루/단백질 파우더 2~3회분


사탕/초콜릿/젤리 소량


이 정도면
“배고파서 못 움직인다” 수준까지는 가지 않고
움직이고, 판단하고, 버티는 힘을 유지할 수 있다.


4인 가족이면
이 정도 구성을 3~4배로 늘려
“비상 식량 박스” 하나를 만들어두면 좋다.


여기서도 중요한 건
종류를 기가 막히게 다양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오래 가고, 평소에도 소화 가능한 것들”로 맞추는 것이다.



4. 어디에, 어떻게 둘 것인가 ― ‘보이지 않지만 잊히지 않는’ 위치



비상 식량과 물의 보관은
‘인테리어’가 아니라 배치의 문제다.


4-1. 집 안 배치 원칙


사람 통행이 잦은 길목은 피한다.


한 번에 한 곳에 다 몰지 말고 두세 곳으로 분산한다.


침수 위험이 있는 낮은 위치(바닥 바로 위)는 피한다.



“내가 가장 자주 지나다니는 길”에서
한 번쯤 눈에 띄는 자리면 좋다.



예를 들면,

옵션 A: 안 쓰는 낮은 장 안쪽에 식량 박스 신발장 가장 아래 칸에 물 몇 병 옷장 한켠에 에너지바·견과류 박스


옵션 B: 거실 장식장 아래 깊숙한 서랍에 통조림·바 주방 상부장 한 칸에 ‘비상용만 따로’ 72시간 가방 안에 1일치 분량 별도


이렇게 나누어 두면,
집 안 일부가 붕괴되거나,
한 공간에 접근이 어렵더라도
다른 위치에서 일정량은 확보할 수 있다.


4-2. “돌려 쓰기”를 전제로 한다


비상 식량을 준비할 때 가장 큰 실패는
“사놓고 3년 동안 한 번도 안 꺼내 먹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식은 이렇다.


평소 식사나 간식에서
비상 식량으로 쌓아둔 것들을 조금씩 꺼내 먹는다.



먹은 만큼, 같은 종류(또는 비슷한 종류)로 재구입해

다시 비상 박스에 채워 넣는다.



유통기한이 짧은 것일수록
더 자주 로테이션한다.



이렇게 하면
비상용 식량은 볼 때마다 바뀌지만,
“항상 일정량은 채워져 있는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5.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조정하기



비상 식량·물 저장은
집마다, 사람마다, 생활 패턴마다 달라야 한다.


자취 1인 가구 vs 4인 가족


매일 요리를 하는 집 vs 냉동·배달 위주인 집


애, 노인, 반려동물이 있는 집 vs 없는 집


5-1. 1인 자취러 기준


2L 생수 6~8병


에너지바 6개, 통조림 4~5개


즉석밥 3개, 레토르트 3개


견과류·크래커 약간


냉장고+찬장 전체를 비상 밥상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단지 “내가 배달이 전부 끊겼을 때,
편의점 문이 다 닫혔을 때,
3일간 버틸 정도는 있으면 된다”라고 생각하면 훨씬 편해진다.


5-2. 가족 기준


가족이 있는 집은
단순히 양만 늘리는 게 아니라,
‘구성원별 맞춤’이 필요하다.



아이: 너무 자극적인 음식보다,
평소에도 잘 먹는 간단한 과자, 시리얼, 파우치형 음료 등



노인: 치아, 소화 상태 고려, 부드러운 통조림, 미음류, 미숫가루 등



반려동물: 사료, 캔, 간식 최소 며칠분은
사람 식량과 별개로 준비



위기 상황에서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가
“먹는 문제”로 더 크게 무너질 수도 있다.


비상 식량은
각자의 몸과 마음이
최소한의 리듬을 유지하게 돕는 장치이기도 하다.


6. 물과 식량은 장비가 아니라 ‘시간’이다


라이터, 칼, 랜턴, 방독면.
이런 장비들이 생존을 돕는 도구라면,


비상 식량과 물은
그 도구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시간이다.

물이 없으면 생각이 흐려진다.


영양이 떨어지면 판단력이 무너진다.



허기가 극단으로 가면 사람은
냉정한 전략보다 눈앞의 것에 매달리게 된다.



생존주의자의 시각에서
비상 식량과 물은
단지 배고픔을 달래는 수단이 아니라,


“내가, 우리가,
72시간 동안
최대한 이성을 유지하며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시간 장치”다.



7.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것 세 가지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 없다.
이 글을 다 읽고 난 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다.


생수 2L짜리 6병을 어디든 한 번에 사다 둔다.



편의점에서 에너지바 5~6개, 통조림 2~3개를 골라
집 안 한 구석에 ‘비상용’이라는 이름을 붙여 넣어둔다.



메모 앱이나 달력에
“비상 식량/물 체크”라는 알림을
6개월 뒤로 한 번 잡아둔다.



생존주의는 거대한 각성이 아니라,
이런 작은 행동이 이어지는 습관이다.


집 안 어딘가에 깔려 있는
6병의 물과 몇 개의 통조림이,

어쩌면 언젠가
당신과 당신 가족의 72시간을 지켜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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