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1화. 일상 속 준비 편

집 안의 안전 진단 - 당신의 집은 진짜 '피난처'인가

by 눕더기

3부. 일상 속 준비(홈 프레핑)
집 안의 안전 진단 ― 당신의 집은 진짜 ‘피난처’인가






대부분의 사람은 이렇게 믿는다.
위기 상황이 오면, 집이 가장 안전할 것이라고.


지진이 나도, 전쟁이 나도, 정전이 되어도
“그래도 집이 최고지”라며
일단 집을 향해 뛰어가려 한다.


그런데 냉정하게 한 번만 물어보자.


당신이 지금 살고 있는 그 집,
정말 ‘피난처’라고 부를 수 있을까?


집은 단지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쉬는 공간이 아니다.
생존주의자의 관점에서 집은
“가장 오래 머무를 가능성이 높은, 동시에 가장 오랫동안 갇힐 수도 있는 곳”이다.

그래서 3부의 시작은 거창한 장비가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얼마나 안전하게 망가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번 편은 말 그대로 집 안 안전 진단이다.
인테리어 구경이 아니라,
“이 집에서 사고가 나면 어디서 시작될지” 하나씩 짚어보는 시간이다.



1. 집도 ‘구조물’이다 – 건물 자체를 한 번은 바라볼 것



우리가 집을 고를 때 보는 건 대부분 이거다.


역세권인가


편의점, 마트, 병원 근처인가


층수, 방 크기, 햇볕, 소음, 주차


하지만 생존주의자의 눈으로 보면,
여기에 몇 가지가 더 붙는다.

건물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주변에 낡은 건물, 비탈, 옹벽, 공사 현장은 없는지


1층 구조가 기둥만 서 있는 ‘필로티’인지


비상계단은 실제로 쓸 수 있는 상태인지


당신이 아파트에 살든, 빌라에 살든, 원룸에 살든
한 번쯤은 집을 출입하면서 이렇게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1-1. 우리 집 건물은 “버티는 집”인가, “먼저 쓰러지는 집”인가


완전히 전문적인 구조 진단이 아니라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신호들이 있다.


계단실 벽에 길게 간 금이 있는지


주차장 기둥에 누가 봐도 보이는 균열이 있는지


비가 온 뒤에, 특정 구역에 물이 항상 고여 있는지


1층 바닥이 들떠 있거나, 타일이 여기저기 깨져 있는지


이것들이 “당장 무너진다”는 사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이런 생각은 해볼 수 있다.


“큰 지진이 실제로 온다면,
이 건물이 오래 버텨줄 타입은 아닐 수 있겠다.”


이걸 안다고 해서
당장 이사를 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중요한 건 냉정한 현실 인식이다.

“지진이 왔을 때, 이 건물은 오래 버티지 못할 수 있다.”


“그러면 나는 평소에 어디로, 어떻게 나갈지 더 먼저 생각해둬야겠다.”


생존주의는
불안을 키우는 생각이 아니라,
막연한 믿음을 구체적인 계획으로 바꾸는 시도다.


2. 집 안에서 가장 위험한 공간부터 본다



더하여, 처음부터 집 안의 안전 진단을 하는 팁을 주자면,

집 안 안전 진단은 예쁜 순서가 아니라, “사고가 잘 나는 순서”대로 하는 게 좋다.


예시를 통해 설명하자면, 이러한 일반론들이 존재할 수 있다.

화재 위험이 높은 곳 → 주방


넘어짐·낙하·충돌 위험이 큰 곳 → 거실, 방(가구·가전)


미끄러짐·감전·누수 위험이 있는 곳 → 욕실, 베란다


2-1. 주방 – 작은 불씨가 집 전체를 먹어치우는 곳


주방에서 점검해야 할 건 생각보다 단순하다.


가스레인지 주변에 종이·수건·비닐이 쌓여 있는가


인덕션이라고 방심하고, 불 옆에 물티슈·키친타월을 두고 쓰진 않는가


오래된 멀티탭에 냉장고, 전자레인지, 전기포트, 밥솥을 한 번에 꽂아 쓰는가


환기 후드를 켜면 이상한 냄새·소리가 나지는 않는가


주방에서의 작은 실수는

집 전체를 잿더미로 만들 수 있다.


특히 멀티탭은 많은 집에서 사실상 ‘숨은 시한폭탄’이다.


접지 단자가 없는 저가형 멀티탭을 3년 넘게 쓰고 있지는 않은지


기름때, 먼지, 물기와 같이 있는 건 아닌지


사용하지 않는 전기제품이 항상 꽂혀 있는 건 아닌지


뭐, 이렇듯 생존주의자로 산다는 건,
자극적인 유튜브 영상에 꽃혀 갑자기 “화로를 피워 먹고 사는 법”부터 배우는 게 아니라,


지금 우리 집 주방이
처음 불이 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구역이라는 걸 인정하고
그 확률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다.


가장 쉬운 시작은 이거다.

오래된 멀티탭은 교체한다.


가열기구 주변 50cm 안에는 불붙기 쉬운 걸 두지 않는다.


사용하지 않는 코드는 콘센트에서 뺀다.


2-2. 거실과 방 – 지진이 오면 ‘무기’로 변하는 것들


평소에는 편안한 집의 가구들이
지진, 큰 흔들림, 충격이 왔을 때는
고스란히 “낙하물”이 된다.


한 번 상상해보자.

새벽 3시, 큰 흔들림과 함께 책장이 쓰러진다.


장식장 유리가 깨지고, TV가 떨어진다.


냉장고가 앞쪽으로 기울어진다.


이런 상황들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집 안에서 해야 할 안전 진단은
“이 가구가 이 자리에 놓기에 예쁜가?”가 아니라,


“이 가구가 쓰러지거나 떨어졌을 때
내가 있는 자리로 날아오지는 않는가?”이다.


점검해야 할 부분은 대략 이런 것들이다.


침대 머리 위에 두꺼운 책, 액자, 선반이 걸려 있지는 않은지


머리 두는 방향 바로 위에, 떨어지기 쉬운 물건은 없는지


책장, 장식장, 높은 서랍장은 벽에 고정되어 있는지


TV, 모니터, 큰 화분이 지진 한 번에 앞으로 넘어질 구조는 아닌지


특히 이런 사고를 예방할 벽에 고정하는 L브라켓이나 안전줄은


사실 가격도 아주 비싸지 않고, 설치도 크게 어렵지 않다.
문제는 “귀찮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귀찮음이
실제 재난 시에는 생사를 가른다.


재난 대비라는 건
준비물 리스트를 예쁘게 적는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귀찮은 것들”을 조금씩 처리해 나가는 과정이다.


침대 위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떨어지는 물건과 머리의 거리를 넓힐 수 있다.
TV 앞을 비우는 것만으로도
넘어졌을 때 피해를 줄일 수 있다.



2-3. 욕실·베란다 – 항상 젖어 있고, 항상 미끄러운 곳


또한, 집 안에서 의외로 큰 부상이 많이 나는 곳이
욕실과 베란다다.

비상 상황에 서둘러 뛰어가다가


미끄러져 골절이 나거나,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히는 경우


생존주의 관점에서 보면,
재난 상황에만 다치지 않으면 좋은 게 아니다.
지금, 평소에도 안 다치는 것이 중요하다.


점검 포인트는 간단하다.

욕실 바닥이 항상 과도하게 미끄러운지


물기가 자주 고이는 구역이 있는지


샤워실 출입구에 미끄럼 방지 매트가 깔려 있는지


베란다에 각종 짐과 박스가 쌓여 있어, 비상시 밖으로 나가는 길을 막고 있지는 않은지



또 하나, 베란다 난간과 창문도 체크해야 한다.


낡은 창틀, 쉽게 열리는 방충망, 높은 난간 위 물건들


바람이 많이 불거나, 지진이 왔을 때 떨어질 수 있는 구조물


위기의 순간, 베란다는
“나갈 수 있는 길”이자
“떨어지는 물건이 쏟아지는 공간”이 될 수 있다.


3. 출입구와 동선 – 평소에 자주 막히는 길은, 재난 때는 아예 닫힌다



집 안 안전 진단에서 반드시 봐야 하는 곳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출입구 주변과 주요 동선이다.


위기 상황이 되면,
사람들은 계산하지 않는다.
본능적으로 제일 익숙한 길로 나간다.

현관 → 엘리베이터 → 1층


방 → 거실 → 현관


그런데 그 익숙한 길이
평소부터 물건들로 틈 없이 채워져 있다면?

현관 앞 박스, 신발 더미


복도에 세워둔 박스, 의자, 건조대


문 바로 뒤에 쌓여 있는 짐들


냉정하게 집을 한 바퀴 돌며 이런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지금 집 안이 완전히 정전된 상태에서,
나는 이 길을 넘어지지 않고 통과할 수 있을까?”


손전등 없이,
눈 감고 상상해 보자.

현관까지 가는 길이 얼마나 복잡한지


새벽 3시, 잠결에 나와도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는지



계단 방향으로 바로 나갈 수 있는지,

아니면 먼저 짐을 치우고 나가야 하는 구조인지



집 안에서 동선 정리는
미니멀 인테리어를 위한 게 아니라,
재난 시 “단 20초라도 더 빨리 나가기 위한 정리”다.


4. 집 안의 “살아 있는 안전 장비들” 점검


집 안에는 이미 안전 장비들이 있다.

문제는 대부분 죽어 있다는 것이다.

소화기


화재감지기


비상 손전등


비상용 휴대 라디오


완강기(고층 건물)


4-1. 소화기 – 있는지, 어디 있는지, 쓸 수 있는지


소화기를 떠올려 보자.
혹시 이런 상태는 아닌가?


이사 왔을 때 어디에 있는지 한 번도 못 봤다.


주차장이나 계단 어딘가에 붙어 있는 것 같긴 한데, 정확히는 모른다.


집 안에 있는 줄 알았는데, 막상 찾으라면 못 찾겠다.


그런 경우, 무조건 소화기를 하나 구비하는 경우를 추천한다.

그리고 구비하였다면, 차후 소화기는 이런 순서로 점검하면 된다.


‘우리 집’ 안에 있는지 확인한다. 없다면, 최소 1개는 들인다.


분말 타입인지, 투명 액체 타입인지 확인해둔다(분말의 경우 주기별로 들고 흔들어 주어야 한다).


사용법 그림을 실제로 한 번 읽어본다.


유효기간, 점검 스티커가 있다면 지나지 않았는지 체크한다.


이게 전부다.
그런데 이 간단한 네 단계를
평생 한 번도 안 하고 사는 사람이 훨씬 많다.


4-2. 화재감지기 – 울리기만 하면 욕먹는 장치


천장에 붙어 있는 동그란 감지기.
대부분의 사람에게 화재감지기는
“라면 끓일 때 괜히 울려대는 귀찮은 놈”이다.


하지만 실제 화재에서
초기 1~2분을 알리는 건
대부분 이 작은 기계다.


집 안 모든 방에 감지기가 있는지


건물에 설치된 감지기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배터리는 언제 교체했는지


이건 집주인의 책임일 수도 있고,
관리사무소의 책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생존주의자의 관점에서 보면,
“어디 책임인지”는 나중 문제이고,
“최종적으로 당하는 사람은 누구인지”가 더 중요하다.


바로 거기에 사는 나 자신이다.


4-3. 비상 손전등, 라디오 – “어디 있는지 모르면 없는 것과 같다”


간혹 이런 집들이 있다.


십몇 년 전에 사둔 손전등이
서랍 깊숙한 곳에서 건전지가 다 녹아 있는 상태로 발견된다.

라디오는 있는데,
실제로 켜보면 잡음밖에 안 나온다.



뭐 이런 경우, 없는 것과 사실상 다를 것이 없다.

그런 이들을 위해, 장비를 새로 구비 후

비상 장비 점검은 간단히 이렇게 하면 된다.


손전등: 바로 켜지는지, 밝기는 충분한지, 건전지는 언제 갈았는지


라디오: FM 주파수 하나라도 또렷하게 잡히는지


휴대용 배터리: 평소에 쓰다가 항상 10%로 방치하고 있진 않은지


“있다”와 “쓸 수 있다”는 완전히 다르다.
집 안 안전 진단의 관점에서,
비상 장비는 항목 개수보다, 실사용 가능 상태인지가 훨씬 중요하다.



5. 홈 프리핑(Home Prepping)의 첫 단계 – 집을 한 번 “도면처럼” 바라보기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해보면 좋다.

집을 도면처럼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이다.


현관, 거실, 주방, 방, 욕실, 베란다의 위치


비상시 나갈 수 있는 문과 창문


엘리베이터, 계단 방향


소화기, 감지기, 비상구 위치


이걸 손으로 한 번 그려보는 거다.
꼭 잘 그릴 필요는 없다.
구조만 알면 된다.


그리고 그 위에 이렇게 표시해보자.

쓰러질 수 있는 가구


[!] 불날 가능성이 큰 콘센트, 멀티탭


[→] 대피 동선 (집 안 → 현관 → 계단 방향)


이 작업을 한 번 해본 사람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위기가 왔을 때 ‘머릿속 지도’의 해상도부터 다르다.


생존주의자는
지도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머릿속에 지도를 한 장쯤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 시작은
먼 아마존 정글도, 북극도, 전쟁터도 아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집 한 칸이다.


집 안 안전 진단은
대단한 프로젝트가 아니다.


오래된 멀티탭 하나 갈아주고


쓰러질 가구 한두 개만 잡아주고


현관과 복도에 쌓인 박스 몇 개만 치워도


이 집은 이전보다 훨씬
“피난처다운 집”이 된다.


생존주의는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오늘 집 안에서 지금 당장 처리할 수 있는 작은 위험 하나를 줄이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게 쌓이면 어느 날,
당신의 집은 진짜로
“위기 때 돌아갈 수 있는 곳”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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