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26.
교통사고가 있었다.
천만 중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정든 붕붕이는 아주 많이 부서졌다.
<와중에 직업병>
1. 아이들도 함께 타고 있어서 검사를 위해 응급실로 갔다. 당황스러움과 긴장감에 미열이 있어 응급실 문 밖에서 격리실 환기 완료까지 대기하던 중,
의사님이 기초적인 조사를 했다.
주민번호와 사고경위, 다친 부위 등...
차분하게 문답하던 중, 의사님의 오타 발견!
바르게 고쳐주고 싶은 마음, 그 오타가 계속 거슬리는 마음, 아니, 의대 나온 놈이 맞춤법을 틀리다니!! 라는 마음, 개학하면 맞춤법 교육을 제대로 시켜야겠군! 이라는 마음을 억누르느라.... 열이 안 내려간 건 아니겠지?? ㅎㅎ
2. 사고 현장은 정말 엉망진창이었다.
그 도로는 왕복 4차선 국도이지만
대부분의 차들이 평균 80-100 정도로 달리는 도로다.
1차선을 달리고 있는데 앞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더니 우측 깜빡이를 켰다.
ic로 빠져나가고 싶구나! 생각했으나 이미 도로에는 쌩쌩 달리는 차들로 가득했고 불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앞차가 비상등을 켜고 완전히 멈추었다. 나도 멈추어 서서 여기서 이러시면 어쩌라고요? 하며 빵빵!! 했다.
그러자 출발하려는 듯 해서 나도 브레이크를 살짝 놓은 것 같다. 그 순간, 쾅!
뒤에서 브레이크 한번 안 밟은 택시가 우리를 쳤고
내 차는 앞으로 10미터 정도 밀려가다 왼쪽 가드레일에 끼이고 충돌 직전 브레이크로 멈췄다.
밀려가는 도중 택시는 오른쪽 옆으로 내 차를 밀고 가다 저쪽 3차선 쪽으로 가 있었다.
정신이 없어 정확하지는 않지만,
앞차와의 충돌은 없었고 뒷차가 우리를 엄청 세게 쳤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라고 경찰에게, 보험사 직원에게, 의사에게
아주 자세하게 설명했다.
설명 후 상대가 잘 이해되지 않아 보이면 더 쉽게 설명하고 다시 설명하고, 설명할 때마다 디테일이 강해진다.
하마터면 “이해가 되셨나요??” “궁금한 점 있으신 분?” 할 뻔 했다.
지금도 궁금하다.
이 글을 읽고 이해가 잘 되는지 ㅋㅋㅋㅋ
3. 격리실에서 우리는 다양한 검사를 받았으나
두 아이의 ct검사를 위해 입원을 하게 되었다.
입원을 위해서 혈액검사, 심전도 검사, 그리고
코.로.나. 검사까지 해야 되었다.
정말 멘붕.
겁에 질린 아이들 앞에서 엄살을 부릴수도 없고
이 사건이 아이들에게 충격과 공포의 기억으로 남기게 될까봐 실없는 소리를 해가며 분위기를 띄웠다.
눈물이 핑 도는 코로나 검사 후,
웃으면서 애들에게
수영장에서 물이 코로 들어간 느낌이라고 설명해줬는데
간호사가 뒤에서 웃고 있다.
4. 다 망했다. 이번 주는 개학 전 일주일로
교사인 나에게, 새학년을 준비하는 아이들에게
제일 중요한 시간인데,
모든 일정과 삶의 흐름이 꼬였다.
보험사, 정비공장, 경찰 전화가 계속 오고
폐차 해야 한다는 말에 중고차 어플을 깔고 하루 종일 중고차 찾아보고, 대출도 알아보고,,,,
정말 짜증이 하늘을 치솟았다.
-다행히 정비공장 사장님이 “살릴 수 있다” 확신해 주셔서 나의 정든 붕붕이를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매일 세 아이 데리고 물리치료를 다니고 있다.
물리치료 시간에 라이브 연수 예약 되어 있어서
e학습터 사용 방법 연수를 들으며 허리 전기 치료를 받았다. 와이파이 빵빵한 물리치료실, 좋은 시대다.
-몸은 좀 아프지만, 그래도
사고의 순간 하나님이 우리를 살려주셨음에 감사한다.
-첫만남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나에 대해 소개할 진진가 게임에 너무 식상한 내용밖에 없어서(선생님은 자녀가 셋이다, 40대다, 뭐 이런) 고민했는데,
너무 특별한 내용으로 바뀔 듯 하다 ㅎㅎㅎㅎ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