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ad trip 열 두 번째 날
엘코 숙소는 카지노 호텔이었다. 1층 로비에 번쩍번쩍 게임기들이 가득하고 약간 노숙자 같이 생긴 사람들이 들락거려서 올 때부터 분위기가 조금 그랬다. 내가 숙소를 잘못 잡았나?
그런데 곧 아이 동반한 가족도 좀 보이고, 건물을 둘러 싼 수영장 쪽은 분위기가 그래도 괜찮아져서 마음이 안심이 되었다.
아침 식사는 네 가지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었는데 나와 남편은 프렌치토스트, 아이들은 씨리얼, 햄 앤 에그로 주문했다. 먹다보니 이전 조식보다 훨씬 나은 것 같기도 했다^^*
오늘은 4시간 정도 거리의 Reno로 가는 날이라 조금 부담이 덜 되었다. 이때까지의 여정 중 짧은 거리다. 네바다 쪽은 풍경이 좀 특이하다. 사막 같기도 하고 근데 작은 나무들이 펼쳐져 있기도 하고.... 근데 사진에는 담겨지지 않아 느낌을 표현하기도 남기기도 어렵다.
중간에 화장실도 갈 겸 빠졌는데 월마트가 있어 거기 화장실도 사용하고 간만에 도시 문화 쇼핑을 했다. ㅎㅎㅎ아이들이 눈이 돌아가고 욕구폭발 아이들은 또 무언가 사고 싶어 딜을 시도한다. 그래서 나는 쇼핑이 너무 싫다.
우여곡절 월마트에 달랑 4개 남아있는 부탄 가스도 쓸어담고 비상식량 식빵과 물, 바나나를 구입했다.
점심은 차에서 해결하기로 한다. 트렁크에서 비닐 장갑을 꺼내 아침에 돌려온 햇반에다 김부각, 주먹밥 스프를 넣어 주먹밥을 만들었다. 조수석에 앉아서 주먹밥도 만들고 식빵에 잼도 발라서 먹이고 별 일을 다 한다.
후식으로 귤 까지 다 나눠주고 나니 급 피곤해져 한 숨 잤다. 눈을 뜨니 리노라는 도시에 들어서고 있었다.
오늘은 최고 일찍 체크인을 했다. 4시 30분 즈음. 짐을 풀고 바로 호텔 뷔페에 가고자 하였으나 저렴하고 맛있다며 추천해 주었다는 블로그를 다시 찾지 못해 그냥 안전하게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한다. 긴축 재정 상황이지만 그동안 못했던 영양도 보충할 겸해서.
검색해서 찾아간 곳은 일식집이었는데 들어가자마자 한국 노래가 들려왔고 아마도 주인이 한국인인 듯. 나는 강남 스타일 롤세트를, 남편은 코리안 짬뽕을, 아이들은 가츠동, 덴뿌라 우동을 시켰다. 맛도 좋았다.
식사 후 수영장 물이 차가웠지만 아이들 아우성에 수영장으로 갔다. 그러나 가장 수영을 원했던 2호 아들이 덜덜 떨며 물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햇볕에 서 있길래 그냥 숙소로 돌아왔다.
씻고 저녁에 타호 호수 일몰을 보자며 나섰다. 출발 전 아이들 볼 동영상도 다운받고 근처 주유소에서 주유도 하고 40분 정도 가는 길인데, 주변을 살펴보니 이미 해가 떨어지고 없다. 그것고 모르고 남편은 신 나게 해발 2000미터 산을 오르고 있었다. 점점 어두워지자 일몰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호수가 제발 보이기를 빌며 계속해서 산을 올랐다.
뷰는 정말 좋았다. 근데 눈 덮인 산이라 추웠다. 어둑한 호수와 저~~~~~~ 멀리 눈 덮인 산, 그리고 바로 아래 뷰. 모두 좋았다. 내려오는 길에 야경도 덤으로 보았다. 불빛 색깔이 너무 다양했다. 근데 정말 사진에 안 담긴다.
오늘은 좀 피곤하다. 주말이니 좀 쉰다는 마음으로 있어서 더 그런가. ㅎㅎㅎ쉬어야겠다^^*오늘도 지켜주셔서 감사하고 좋은 것들 보고 누리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욱 넓은 안목과 너른 마음 가지게 해 주세요. 기도하며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