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초는 바쁘다
그 이상의 말로 표현하기조차 어려울만큼
그냥 정신 없다
난 올해 잡다한 업무를 맡았더니
공문이 더더욱 잡다하게 쏟아진다
게다가 6학년 참한 여학생 4명을 가르치다
천방지축 개성강한 7명의 꼬맹이 3학년으로 내려왔더니 약간의 멘붕을 경험한다.
오늘은 받아내림이 한 번 있는
세자리 수의 뺄셈을 가르쳤다
수모형으로 그려서 빼보고
세로식으로도 풀어보고
십모형에서 빌려서 빼기하는 것도 강조하고
나름 가르칠 건 다 가르쳤다
그런데 곧바로 멘붕에 빠졌다
아이들이 3-5를 보고
직관적으로 5에서 3을 빼기 시작했다.
믿었던 우리반의 중상위권 그룹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 아이들을 진정시키고 이해시키고 적응시키고 돌아섰는데
집중력5초 아이가 놀고 있다
해맑게 “내가 지우개 빌려줄까?”라며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는 아이에게 도움을 주느라
한 문제도 못 푸는 아이다
근데 또 막상 하라고 하면 잘 푼다
그래서 그 애 책상 옆에 바르코? 서서
다른 아이들 수익 푼 것도 채점해주고
검사도 해 주었다
잠시의 찰나도 놓치지 않는 이 아이와 대결하다
갑자기 쉬가 마려웠다
협상 시작.
“땡땡아, 샘 쉬 마려운데 너가 내가 없으면 문제를 안 풀어서 갈 수가 없구나. 샘은 니가 문제를 집중해서 풀면 좋겠는데 쉬도 마렵고. 어떻하지?”
“화장실 다녀오세요. 저 문제 풀게요. ”
“응 가고 싶어. 근데 너 정말 문제 풀꺼야?”
“네. 다녀오세요.”
“그럼 선생님이랑 누가 빨리 하는지 경쟁하자. 너 나 화장실 다녀올 동안 몇 문제 풀래?”
“음… 세 문제 풀게요. ”
“좋아. 나 그럼 간다. 시~~~~작!”
하고 교실문을 열고 한 걸음 복도를 향해 내딛는데
내 뒷통수에 대고 땡땡이가 소리친다.
“선생님~~!!! 모르겠는데요???!!!!”
우이씨. 쉬 싸고 오라면서!
“별표해 놔!!!”하고 돌아왔는데
땡땡이는 여유롭게 다리 한 쪽 책상 밖으로 내밀고 앉아서 놀고 계신다.
한 문제 풀어놓고
맨 마지막 문제는 별표 치고.
내가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