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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루쓰 Aug 23. 2024

늘 거기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와 아빠의 늘어가는 주름을 보고 그들과의 공생에도 끝이 있으리라 실감한다.

마지막을 생각하면 슬퍼진다. 아무리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지만, 그들은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

집에 가면 한달음에 달려나와 나를 맞이해줬으면 좋겠고, 아프다는 말을 달고 살아도 그게 병원을 드나들 정도는 아니었으면 좋겠고, 퇴직 후 조금이라도 더 의미있는 삶을 꿈꾸며 바쁘게 몸을 움직였으면 좋겠고, 항상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고 살림을 꾸려나가는 데 열정적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가 지금 엄마 아빠 나이 즈음을 먹고 중년의 주름을 가질 때가 되었을 때, 그들은 여전히 나에게, 그래, 그때 쯤 되면 어깨가 뻐근하니 쑤실 때야, 그때 쯤에는 얼굴에 그렇게 열이 오르고 사소한 일에도 화가 나. 그래도 살 만한 나이야. 별 것 아니라는 듯 평범한 미소로 나를 달래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물 흐르듯 무덤덤하게 할머니가 되고 싶다. 그때에도 아주 노년인 우리 엄마 아빠는 초연한 척하는 노년의 나에게 매번 습관처럼 지어대는 평범하디 평범한 미소를 지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선 평화롭게 누워있는 우리집 막내 나루의 등허리를 쓸면서 나에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머리 어깨 무릎 발이 다 쑤셔도 여전히 살 만한 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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