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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선하 Mar 29. 2023

더 글로리 - 문동은 엄마는 어떻게 주소를 알았을까?

주민등록등초본 열람 및 교부 제한 제도

요즘 최고의 화제작인 '더 글로리', 시청자들이 단연 최고의 악역으로 꼽는 사람은 연진이도, 재준이도 아닌 바로 문동은의 친엄마 입니다. 알콜 중독으로 어릴 때 부터 동은이를 배신해온 동은의 친 엄마는 동은이 어렵게 교사가 된 학교에까지 와서 난장을 부리고 집에 쳐들어와서 일격을 날리죠.


"동사무소 가서 서류 한 장만 떼면 너 어딨는지 다~ 나와! 어디 또 숨어봐, 내가 찾나 못찾나?"


그러면 동은의 엄마는 대체 무슨 서류를 떼었길래 동은을 번번이 찾아내었을까요? 아마 주민등록등본이나 초본을 떼어 주소를 확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행 법(주민등록법 제29조 제2항 5호)에 의하면 주민등록등초본은 


가. 세대주의 배우자

나. 세대주의 직계혈족

다. 세대주의 배우자의 직계혈족

라. 세대주의 직계혈족의 배우자

마. 세대원의 배우자(주민등록표 초본에 한정한다)

바. 세대원의 직계혈족(주민등록표 초본에 한정한다)


들이 발급을 할 수 있습니다. 즉, 문동은의 모친은 나. 직계혈족에 해당하게 되므로 원칙적으로는 제한 없이 바로 문동은의 초본을 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문동은은 평생 그런 엄마를 둔 죄로 엄마에게 주소를 들키면서 살아야만 할까요? 법 상으로는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 주민등록법은 2009년 경 법을 개정하여 '가정폭력 피해자의 주민등록표 열람 및 등·초본 교부 제한 신청 제도'(주민등록법 제29조 제6항)를 신설하여, 가정폭력 행위자가 지정하여 피해자의 주민등록을 열람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주민등록 등·초본 발급으로 인해 주소가 드러나 2차 폭력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목적인 것이지요. 


다만 아무 경우에나 등초본 발급 열람의 제한을 신청할 수는 없고, 본인이 가정폭력의 피해자임을 증명하는 일정한 서류가 있어야 합니다. 아래의 서류들 중 하나를 제출하여 입증하면 됩니다(가정보호심판규칙 참조).


- 가정폭력피해자 보호시설 입소 확인서 또는 긴급전화센터의 장이 발급한 긴급피난처 입소 확인서

- 가정폭력 관련 상담소의 장 또는 긴급전화센터의 장이 발급한 상담사실확인서, 범죄피해자 보호시설의 장이 발급한 상담사실확인서 또는 입소확인서, 성폭력피해상담소의 장이 발급한 상담사실확인서,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의 장이 발급한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입소확인서 

- 일시지원복지시설의 장이 발급한 일시지원복지시설 입소 확인서,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의 장이 발급한 상담사실확인서, 학대노인 전용쉼터의 장이 발급한 학대피해노인 전용쉼터 입소 확인서 주민등록번호 변경 결정 통지서, 임시보호명령결정서의 등본 또는 초본, 피해자보호명령결정서의 등본 또는 초본, 고소·고발사건처분결과통지서, 사건처분결과증명서 등


해당 제도의 시행 초기에는 너무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여 제도의 실효성이 없지 않느냐는 비판이 많았지만, 지금은 법 개정을 거듭하여 아주 다양한 자료로 가정폭력피해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길이 생겼습니다. 



다시 '더 글로리'로 돌아가볼까요? 그렇다면 문동은은 미리 엄마에게 초본열람을 제한하는 제도를 걸어 처음부터 본인을 추적하게 하지 못할 수 있었을까요? 일단 극의 흐름 상 그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문동은은 어릴 때부터 엄마와 떨어져서 살고 있었고 (즉 가정폭력을 당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없었던 상황) 따라서 처음부터 엄마를 가정폭력 가해자로 규정하여 열람제한을 걸기는 쉽지 않아보입니다. 


다만 문동은이 교사가 된 이후 세명시의 문동은 자택이나 학교에까지 들어와서 동은 엄마가 난장을 친 것은 가정폭력에 해당할 여지가 충분해 보입니다. 실제로 동은의 엄마는 문동은을 폭행하거나 상해하기도 하였고 (극중 쇠옷걸이를 이용해서 문동은의 뺨을 그었으니 특수상해가 될 것으로 보이네요) 최근 입법된 스토킹범죄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될 여지도 있어서 그 이후에는 사후적으로 본인의 모친을 열람제한자로 등록할 여지가 충분해 보입니다. 



극중에서도 여러 번 나오는 말이 있죠, 가장 큰 가해자는 '가족'이라고. 저는 개인적으로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가족 관계가 원만하기만 하다면 누구보다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이 가족입니다), "혈연"은 함부로 끊지 못한다는 점에서 괴로울 때는 가장 괴롭게 다가오는 것이 가족임이 사실입니다. 가족이라는 허울로 악의로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면 적절하게 끊어내어야 할 것이 혈연이기도 합니다. 


가사사건은 일반 민사 사건과 다른 특유의 절차와 법리들이 많아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합니다. 대한변협이 인증한 가사법 전문 변호사로(대형로펌 출신 및 서울대 법대 출신) 다년간의 사건 처리경험이 있는 박선하 변호사에게 언제든지 편하게 상담 연락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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