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프닝

엄마 아직 거기 있지?

by Toronto Jay


어릴 적 고향집 마당엔

얼기설기 판자벽에 슬레이트 지붕 어설피 얹혀 있던.

황소바람 들어오던 변소 하나 있었습니다.


달빛도 구름에 숨어 어둑한 겨울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일은.


한 맺혀 죽었다는.

그래서 피 흘리며 나온다는.

전설의 고향 속.

이름 모를 무서운 누나가 있을지도 모르는.

그 변소에 가는 일이었지요.


엄마 손 꼭 잡지 않으면 가지 못했던 그곳.


고향집 마당 구석 그곳엔.

흰 엉덩이 찬바람에 내밀고.

문고리 잡은 손 덜덜 떨던 5살 사내아이와.

그 앞을 지키던 눈부시게 젊디 젊은 우리 엄마 있었습니다.


빨간 종이 줄까 파란 종이 줄까.

누군가 말 걸까 새파랗게 질린 순간.

형아 된 듯 괜찮은 듯 엄마를 불러봅니다.


엄마? 엄마?


우리 엄마 그곳에서 우리 아들 무서울까 더 큰소리로 대답해 줍니다.


아들~ 엄마 여기 있어~

응가~ 응가~


큰 형아처럼.

힘센 아빠처럼

씩씩하게 따라 합니다.

응.

응가 ~ 응가~


그곳엔 우리 엄마 있었습니다.


바람 차고 겨울밤은 깊어지고.

당신 있어 호랑이도 무서울 것 없던 그 밤에.

부르기만 하면 달려와주던.

찾기만 하면 대답해주던.

그 목소리 듣고 싶습니다.


엄마 아직 거기 있지?






2022년 11월 18일 대서양 차디찬 겨울바람이 사무치게 낯설기만 합니다.


"타박네" song by 서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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