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프닝

아버지와 자전거

아직도 잡고 계시죠?

by Toronto Jay


"차마 뒤돌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운동장 느티나무 가지사이로 조금 더 붉어지려 힘주어 노력하던 그때였습니다.

무섭기보다는 귀엽다 느껴지던 애기 소용돌이가 운동장 이곳저곳 집 나간 며느리처럼 갈팡질팡 휘젓던 그때. 씩씩해지려면 아직 갈길 먼 7살 얼굴 가득 때 구정물 범벅이 당연한 시커먼 사내아이가 난생처음 두 발 자전거를 배우고 있습니다.


두 발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누구의 도움 없이도 먼 길 떠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식이었고.


두발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반공일까지 일하면 월급을 준다는, 어른들만이 다닌다는 "직장"에 갈 수도 있을 것 같은.

"이젠 다 컸다"라는 무언의 인정 같은 어떤 것이었습니다.


자전거 배워 볼래?


지금 생각하면 푸르디푸른 청춘이었던 40대 나의 아버지는 반소매 흰 "메리야쓰"차림으로

학교운동장에 막내아들을 불러내었습니다.


기어이 이런 날이 오고야 만 겁니다.

왜 그런지 몰랐지만 마치 황야의 무법자 영화 속 총잡이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석양이 늘어진 느티나무 가지 사이로 안간힘 애쓰며 검붉어지려 힘쓰고 있었고, 흙먼지 소용돌이가 나와 아버지 주위로 맴돌아 주고 있었던 그날. "드디어 오고야 말았다"란 생각에 산지 이틀된 청주 육거리시장표 흰 운동화의 신발끈을 질끈 묶어내며 그 운동장에 서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잡아준 한쪽으로 약간 기울인 자전거어 올라탔습니다.

시작도 하기 전이건만, 아무 의미 없는 양쪽 브레이크를 꽉쥐어 잡습니다.

발이 닫지 않습니다. 까치발 들어 발레리나 된 듯 뻗어보아도 땅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큰일 났습니다.

어른되기 틀렸나 봅니다.

진땀이 나면서 무서워집니다.


"못하겠어"를 외치려는 순간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갑니다.

술 취한 할아버지 갈지자걸음보다 더 위태롭습니다.

속도가 빨라집니다. 그동안 보아왔던 자전거의 속도가 아닌 듯합니다.


눈에 무언가 들어간 게 틀림없습니다.

방울방울 눈물이, 구멍 난 호스에서 나오는 물처럼 떨어집니다.

때 구정물 지나온 눈물방울이 찝찝하게 짠듯한 맛으로 입으로 들어가고 있어도 뱉거나 닦지 못합니다.


이젠 큰일 났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넘어지지 않습니다.

휘청휘청 고꾸라져도 백번은 넘어졌어야 하는데.

두발자전거는 앞으로 앞으로 나아갑니다.


아빠? 아빠? 아빠?


응! 아들 잡고 있어 계속 붙들고 있을 거니까 굴러 굴러! 잘한다 잘한다!

건넛집 술 취한 김씨 할아버지 동네어귀 들어오듯 휘청거리지만 넘어지지 않습니다.

아빠가 잡고 있다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젠 혼자서도 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큰 엉아 된듯합니다.

자랑하고 싶습니다.

용기 내어봅니다.


아빠~이제 놓이도 돼!!! 진짜야 할 수 있어!!! 잡지 마. 응? 잡지 마.


대답이 없습니다.

큰일 났습니다.

아빠는 진작에 놓아버렸나 봅니다.

멈출 수도 내릴 수도 석양을 바라볼 수도 흙먼지 소용돌이도 피해 갈 수 도 없습니다.


넘어지면 무척이나 아플 것 같습니다.

그냥 앞으로 나아가기만 합니다.

이렇게 놓아버린 아빠가 그저 원망스럽기만 했습니다.


때 구정물 찐득한 눈물만이 입안으로 흘러들어 가던 그때를 기억합니다.

이제는 놓아도 된다고 자랑스레 외칠 수 있는데.

당신은 이미 오래전 그날 붉게 차오르던 석양 한 줌 뒤늦은 햇살이 데리고 가 버렸습니다.


다리 뻗으면 넉넉하게 땅에 닿도록 큰 키 가지게 된 오늘.

눈부시게 희던 반소매 메리야쓰 입고 멀리서 흙바람맞고 서 있었던 당.신.이.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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