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타 방구석 주식 전문가의 모건스탠리 도장 깨기.

아들 VS 아빠

by Toronto Jay

주식이란 건 말이다 아들아.


갑자기 떠오르는 영감으로 잡은 종목.

미친 듯이 흔들어대는 차트의 롤링.

엄청난 회전율과 갑자기 솟구치는 거래량.

그리고 출렁대는 예상하지 못하는 방향성.

마치 거대한 파도의 몸짓을 발견한 서퍼가 느끼는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쾌감.


이것이 주식이란 거다 아들아.



그리고 허망하게 부서지는 파도의 거품 속.

그것마저 즐길 수 있는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정글 속 법칙 같은 세상.

이것이 주식이란다. 어린 아들아.


이렇게 말해주고야 말았다.


어려운 주식용어나 회사의 성장가치, 시장의 변동성, 국제정세의 변화나 예측과 대응 등

고리타분한 이야기는 해주고 싶지 않았다.


내가 아는 주식시장은 그렇게 정직하지 않았으므로.


오직 피투성이 된 아빠의 실전 노하우만 쏙 뽑아서 엑기스로 전해주고 싶었던 것뿐이다.



아니 그것은 20여 년 스캘핑이라는 단타에 맛 들여 헤매다

결국 패잔병이 된 내가 알고 있는 주식시장의 본모습이었다.


이 귀한 성경 같은 진리를 말해 주는 아비를 바라보는 아이의 눈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참... 나..." 저 사람이 진정 내 아빠란 말인가.... 하던 그 눈빛.


아이가 조기 졸업 후 모건스탠리라는 회사 본사에

21살 나이로 최연소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싶었다.

딱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 아들이 주식쟁이가 되려 하는구나."



내가 걱정을 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내 주위 그 당시 주식에 미쳐 일상생활을 내팽개치고 오직 주식에만 매달리던

나를 포함한 폐인급 주식쟁이들의 모습이었다.



모두 초단타 스켈퍼들이었기에 9시부터 주식시장이 끝나가는 동시호가 시작 시간이 될 때까지

시뻘건 눈에 좀비처럼 책상 앞을 지키며 들떠 있었던 그들....


딱 이 모습 들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주식의 세계는....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빠! 모건스탠리는 골드만삭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2대 투자회사예요.

주식브로커가 되려는 게 아니에요



월스트릿트에 있는 세계적인 투자회사에 가려는 거예요.


월스트리트?


하도 만져 대서 거기만 황금색으로 변해 버렸다는 황소가 있는 곳.


그곳을 말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세계적인 투자회사란 이야기.


아들은 애써 이 아비의 무식함을 달래려 안심시키려 한말이겠지만


방구석 전문가 20년에 초단타 스켈핑의 도파민에 중독됐었던 이 아비라는 사람은.


"아 얘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주식쟁이 회사에 들어가서 밤새워 영어로 단타를 치며

밤을 새우겠구나..." 하는 딱 이 생각만이 들었다.


그리고 그리 재미있게 보았던 마틴 스콜 세지 감독이 만들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인공을 맡았던 영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가 떠올랐다.


그리고 걱정하는 아비의 마음을 눈치를 챈 듯.

"난 당신 같지 않습니다"를 아주 점잖게 설명하기 시작한다.


투자의 기본부터 방향성 원리 법칙 등등 등...


자신은 투자를 이렇게 생각한다라고 말하는데 그림으로 보자면

아들이 생각하는 투자는 이런 것 같았다.



순간 내가 생각해 왔던 투자의 기본들을 떠올려 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주식투자의 필수품은

석면주사에 쓴 붉은 글씨의 "금전재수부"와.



"달마도"는 물론이고.



조금 합리적으로 투자할 방법을 찾다가 이용한 것이 이런 것들이었다.



차마 이런 것들은 다 이야기 하진 못하였다.


애.비.기.에


만날 수 없는, 평행선 같은, 이미 결정된, 바뀌지 않을 부자간의 이야기는 두 시간을 넘기고 있었고.


걱정하지 마라며 충분히 공부했고 세계최고의 투자전문가가 되겠다며

짐 싸서 뉴욕으로 떠나는 아들의 뒷모습을 나는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는 없었다.


안타깝고 나름 알려주고 싶은 게 많았던 나는 아이가 떠난 후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조금 모자랐던 아비이지만, 그래도 "아빠"가 되고 싶었던 나는 아직 미련이 하나 남아서 이다.


예전에 가지고 있던 달마도 하나 가방에 찔러 넣어주지 못한 게 아직도 마음에 걸린다.

어쩌면 한두 달 내에 보고 싶다는 핑계로 아들에게 날아가야 될는지도 모르겠다.

이거 참 용하다는 달마도인데...


언젠가 아들이 이 달마도를 넣은 지갑을 들고 투자에 성공하는 날

나를 바라보며 뿌듯하게 한마디 해주리라 나는 믿고 있다.


"아빠!

모건스탠리 도장 깨기에서 이기셨네요!

역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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