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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설렘과 우연의 묘미

by Khan

여행: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 (표준국어대사전)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여행은 설렘이다. 지친 현실을 벗어나 새로운 풍경과 달콤한 휴식을 만나는 시간.
그러나 여행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쉼 때문만은 아니다.
한 걸음 현실에서 멀어질 때 비로소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여행을 사랑하고, 꿈꾸고, 여행 같은 인생을 그리며 살아간다.

생애 처음 자유여행을 떠났던 기억이 난다.
대학생 때, 일본 오사카로 떠났던 여행이었다.
교통도 편하고, 치안도 좋고, 무엇보다 한국과 정서가 비슷해서 부담 없이 떠나기 좋았다.
하지만 여행은 준비 과정부터 사람의 성격을 드러낸다. 함께 가는 친구나 연인, 가족 그리고 나 자신까지.
다 계획하는 방식도 다르고, 우선순위도 다르다.
그래서 여행은 성격이 맞지 않는 이들과 함께라면 쉽지 않은 도전이 된다.

나는 꼼꼼한 성격이라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0부터 100까지 모든 것을 계획했다.
구글 지도에 맛집 핀을 찍으며 오사카 여행을 준비하다 보니 어느새 100개 넘는 핀이 꽂혔다.


후쿠오카 여행을 준비할 때도 80개가 넘는 맛집 리스트를 만들어 두었다.

물론 다 가지는 못했다.
그런데도 괜찮았다. 여행 준비 자체가 나에겐 또 다른 재미였으니까.
누군가는 "왜 그렇게 힘들게 준비하느냐"라고 했지만, 나는 플랜을 짜는 과정이 여행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여행의 또 다른 묘미는 계획이 틀어질 때 생긴다.
오사카에서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을 가려고 평일 오전으로 철저히 계획했는데, 그날 억수같이 비가 내렸다.
‘이 날은 조용하겠지’ 생각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유니버설은 사람들로 미어터졌고, 나는 우산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빗속을 헤치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던 것이다.

여행은 그런 시간이다.
계획이 틀어져도, 비가 억수로 내려도, 그 안에서 웃을 수 있는 여유를 배우게 한다.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넓어진 시야로 돌아오는 것.
그게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그렇기에 여행은 단순히 장소를 옮기는 것이 아니다. 여행은 익숙함을 벗어나, 낯선 풍경 속에서 나를 다시 발견하는 시간이다.

그곳에서는 시간의 속도가 달라지고, 우리가 잊고 있던 설렘이 되살아난다.

때로는 치열한 일상 속에서 여행은 쉼표가 되어주고, 때로는 새로운 방향으로 나가는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 여행을 다시 정의하자면

여행: 삶의 여백에 색을 채우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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