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골을 위한 페널티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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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기쉼

여덟 번째 조각, 왜곡된 자아상 알기



나의 뿌리는 무엇일까



라이프해킹스쿨 백충호코치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심도 있게 알아가던 나날이었다.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나를 설명하는 단어들을 찾기 위해 강의를 완강하고 난 후에도 반복해서 들으며 스스로를 찾아보고, 생각을 정리했다.



절실했다.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최선을 다 해 지금까지 살아온 방향을 바꿔보려고 노력했다. 그때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시선을 붙잡는 것이 있었다.



엄마.



나 혼자만 깨닫고 변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나의 뿌리이기도 했다. 나처럼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면 훨씬 삶이 편안하고 좋을 텐데. 가끔 엄마의 모습이 꼭 몇 달 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어떨 땐 화가 났다.



한편으로는 엄마와 같은 삶을 살게 될까 봐 두려웠다. 엄마처럼 살지 말라고 했던 엄마, 그런 엄마와 나의 연결고리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과거의 시간을 직면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오은영의 화해라는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10분 남짓의 시간이었지만,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 대해 깊은 통찰이 느껴졌다.



그날부터 책에서 나와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문장에 밑줄을 긋기 시작했다. 이 책에는 살면서 가장 나를 힘들게 했던 것들이, 이미 누군가의 사연으로 서술되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와닿았던 건, 이 문장이었다.



너는 정말 사람을 힘들게 해.



어릴 때부터 고집이 셌던 나는 이 말을 참 많이 들었다. 너는 다 좋은데 너무 고집이 세다, 너 때문에 힘들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말은 사실 어른들이 아이에게 흔하게 하는 말이다. 하지만 어린 나는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들었고, 어느 날부턴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이상한 사람이구나.



눈치를 보면서 스스로가 '틀렸다'라고 생각했다. 오은영 박사님의 표현에 의하면, '다른 사람이 자기를 흔들었을 때, 그 뿌리를 지켜낼 내면의 힘'을 기르지 못하고 왜곡된 자아상을 가졌던 것 같다.






책에서는 왜곡된 자아상을 이렇게 서술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상황을 객관적으로 해석하지 못하고 무조건 자기가 잘못했다는 생각을 갖게 돼요.

억울한 일을 당해도 좀처럼 반박하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자연스럽게 드러내지 못하게 됩니다.



이 문장을 읽고, 나의 자아가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결함의 스키마가 있었던 것 같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내가 잘못했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좀처럼 드러내지 못했다. 뭐라도 해야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결함의 스키마(I'm not enough) [출처: 나는 왜 네 말이 힘들까? #3 박재연 소장]



사람들이 나를 떠나갈 거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동안 무엇 때문에 아등바등 나의 본모습을 숨겨가며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애썼을까? 한참을 서글퍼하다, 이 말에 위로를 받았다.



대부분의 사람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도 좋아할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할 겁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들을 엄마에게 솔직하게 말해보기로 했다. 많이 놀라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서로 감정이 좋을 때 조곤조곤 하나씩 설명했다. 잠자코 듣던 엄마는 내 말을 충분히 이해해 주었다. 다행이었다.



시간이 흐른 뒤, 엄마는 나에게 사과해 주었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서 잘 몰랐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까 안심이 되었다. 정말 내가 이상했던 것은 아니구나,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했다.



어쩌면 나 자신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 나도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



내가 마주한 여덟 번째 조각이었다.